아침마다 출근길 옷매무새를 가다듬기 위해 거울을 쳐다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라기 일쑤다. 총명하고 시니컬하며 말쑥하던 모색은 간곳없이 사라지고 반백의 중늙은이가 초췌하게 나타난다. 눈꼬리는 쳐져 사리분별 능력이 사라진 것처럼 여겨지고 볼살이 늘어져 심술 맞아 보인다. 목에는 주름이 잡혔고 초롱같던 눈동자는 불그스레 충혈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패잔병 하나가 우두커니 서 있는 것 같다. 세월 앞에 속절없이 무너져 시난고난 밥만 축내는 식충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에 여지없이 우울해진다.거울 앞에 서는 행위는 스스로 성찰하는 행위, 혹은 자기애를 바탕으로 한 자기 응시의 상징적 표현으로 쓰일 때가 많다.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에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머언 머언 젊음의 뒤안길에서/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라는 구절이 나온다. 거기에 등장하는 거울은 젊음과 방황의 시기를 지나 이제는 돌아와 자기 자신의 본모습을 직면하는 성숙·노년·깨달음의 경계에 서 있다는 인식을 상징한다. 일반적으로 거울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를 잘 나타내는 구절이다.또 정호승의 시 ‘첨성대’의 도입부 ‘할머님 눈물로 첨성대가 되었다./일평생 꺼내보던 손거울 깨뜨리고/소나기 오듯 흘리신 할머니 눈물로/밤이면 나는 홀로 첨성대가 되었다.’에도 거울이 등장한다. 할머니가 일평생 손거울을 들여다보는 행위는 자신의 삶에 대한 정갈하고 섬세한 자기 관조다. 할머니는 평생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확인하며 살았다. 하지만 할머니가 느닷없이 손거울을 깨뜨린 것은 더이상 자신의 좁은 울타리에만 머물지 않고 훌훌 자유로와지려는 행위를 의미하는지 모른다. 첨성대를 통해 하늘을 보고 넓디넓은 밤하늘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새로운 모습을 상상해 보라.서정주의 시에 나오는 거울과 정호승이 제시한 거울의 의미는 스스로를 응시하는 실존적 성찰과 밤하늘의 우주를 향해 세상을 넓히는 초월적 성찰을 얘기한다. 매우 현학적이고 어려운 과제다. 시인과 철학자의 생각은 난해하고 요령부득일 때가 많다. 그래야 시가 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내 앞에 놓인 거울은 그처럼 고아한 존재가 아니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불가능한 나의 현상학적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는 현실적 장치다.Michael Jackson의 Man in the mirror에서 거울의 의미는 사회학적으로 확장된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거울 속의 나부터 바꾸라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I'm starting with the man in the mirror/I'm asking him to change his ways. 나는 거울 속의 그 사람부터 시작하려 해/그에게 태도를 바꾸라고 말하고 있어.’ 거울 속에 비친 나 자신은 변화의 의지가 없을 경우 늘 그 모양으로 현상유지 된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나 자신의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선언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If you wanna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Take a look at yourself and make that change.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면/자신을 들여다보고 변화를 시작해.’ 개인의 변화가 이뤄질 때 점차 사회적 변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그리고 나 자신에 함몰된 상황에 대한 경고가 날아든다. ‘Somebody's broken heart and a washed-out dream/They follow the pattern of the wind, you see. 누군가는 상처 입은 마음과 사라져버린 꿈을 안고/바람에 흩날리듯 사라져 가고 있어.’ 가난하고 소외받는 이웃의 절망을 매우 현실적으로 환기시킨다. 그들을 외면한 채 자신의 모습만 꾸미고 스스로의 성을 쌓아 그 안에서 안주하려는 이들에 대한 옐로우 카드가 날아든다. 그리고 다시 외친다. ‘If you wanna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Take a look at yourself and then make that change.’거울에 비친 나를 보면서 가장 먼저 개인적 현상에 절망한다면 개인사나 사회 공동체나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 우리 사회는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한 가지 사안을 두고 여러 갈래의 평가가 갈려 서로 치고받고 야단법석이다. 그것이 변증법적 합치를 이루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거울 속에 비친 나의 까칠한 수염을 쓰다듬는 일보다 강단 있게 스스로를 변화시키리라는 의지를 다지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아야 한다. 우리 주변의 가난과 고통, 이별과 죽음, 불평등과 억압에 대한 무관심에서 벗어난다면 사회는 점점 탄력을 되찾을 것이다.녹음기를 틀어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면 당장 꺼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자식이 나와 닮은 행동을 할 때 괜히 미워진다. 세상에서 가장 불만스러운 존재가 바로 나 자신이다. 거울을 보면 그런 내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거울에 비친 가장 자신없는 자신을 바꾸려는 의지를 다진다면 매일 아침 출근길에 거울과 마주할 때 조금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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