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이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최종 지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철강 수요 둔화, 글로벌 보호무역 강화, 미국의 고율 관세 등으로 벼랑 끝에 몰린 철강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포항 입장에선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으로 2년간 긴급경영안정자금, 지방투자촉진보조금, 고용지원, 기술 자문 등 다양한 패키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겉으로 보면 숨통이 트인 듯하다. 그러나 이 지정이 포항 경제에 장기적 돌파구를 열어줄지는 미지수다. 지원은 한시적이고, 그마저도 재정 여건에 따라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건 ‘지원 이후’다.포항은 수십 년간 ‘철강 도시’로 불려왔다. 하지만 바로 그 ‘철강 일변도 경제’가 지금의 위기를 불러온 뿌리이기도 하다. 글로벌 경기 변동, 보호무역의 칼바람이 불면, 지역경제 전체가 함께 흔들린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위기 극복은 반복될 뿐이다.정부 지원이 2년간 이어진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단순히 자금을 수혈받는 데 그친다면 2년 뒤 또다시 같은 문제 앞에 설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산업 구조 전환의 골든타임이다.포항이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철강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수소 에너지, 해저 전력망, 첨단 신소재, 친환경 에너지 전환 등 미래 산업에 발 빠르게 투자하고, 관련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지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효과도 중요하다. 중앙정부의 정책 지원이 서류와 숫자로만 존재해서는 안 된다. 현장의 중소기업, 소상공인, 철강 협력업체가 직접적으로 숨을 고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용 안정, 일자리 유지, 생활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주민들에게 이번 지정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다.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있다. 정치권과 행정기관의 역할이다. 이번 지정이 이루어지기까지 국회의원, 경북도, 포항시, 철강업계가 합심했다지만, 이후 관리와 집행 과정에서도 같은 수준의 연대와 집요함이 필요하다. 흔히 지정만 받으면 다 된 것처럼 안도하다가, 실제 지원이 현장에서 지연·누락되는 사례는 적지 않다.포항은 이미 여러 번 위기를 겪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그리고 포항 지진과 태풍까지… 위기 때마다 정부의 지원이 있었지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은 더뎠다. 이번에도 과거와 같은 길을 걷는다면 ‘2년짜리 응급처치’로 끝날 공산이 크다.더구나 이번 지원의 핵심은 금융과 자금이다. 하지만 지역 기업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은 기술 경쟁력과 시장 다변화다. 값싼 자금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정부 지원과 함께 포항 자체의 혁신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이강덕 시장은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고 했다. 그 말이 공허한 수사가 되지 않으려면, 행정은 단순히 지원 창구 역할에 머물지 말고 적극적인 산업 전환의 ‘가교’가 돼야 한다. 울진~포항 해저 전력망, 수소 에너지 인프라, 신산업 유치 같은 대형 프로젝트가 지체 없이 추진돼야 하는 이유다.결국 이번 지정은 포항에게 ‘마지막 경고’일 수 있다. 철강이라는 울타리 안에만 안주할 것인지, 아니면 위기를 디딤돌 삼아 진정한 산업도시 재편에 나설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위기는 늘 찾아온다. 다만 그때마다 되풀이되는 ‘단기 지원–잠시 회복–다시 위기’의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포항의 미래는 여전히 ‘철강의 굴레’ 속에 갇혀 있을 것이다.포항이 이번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10년, 아니 50년의 명운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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