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망국의 이면에는 왕들의 주색잡기가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늘날의 지도자가 반면교사로 삼지 않는 것은 선민의식과 '재미'라는 인간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직자의 주색잡기와 뇌물에 이어 과도한 치적사업들은 오늘날에도 버젓이 통용되는 살아있는 일탈의 주제다.
첫째, 술(酒)로 인한 폐해는 오늘날 음주가무와 음주운전으로 나타난다. 일반인도 지탄의 대상이요 동정의 여지가 없는데 지도자나 유명인의 경우 한방에 '훅' 가버릴 정도의 충격을 준다.
둘째, 색(여자)이다. 옛날 왕도 아니고 오늘날 색으로 문제될게 있냐고 하지만 생활주변에서 빈번하게 불거지고 있다. 성추행과 성폭력, 불륜, 성매매 , 퇴폐업소 이용 등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유흥시설과 개인의 욕망이 색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미성년자와의 일탈이나 색에 갑질이 가미되면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된다.
셋째, 잡기다.왕들의 대표적인 잡기가 사냥이었다. 정사의 답답함을 풀기 위한 사냥이야 말로 최고의 업무 해방이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최고 권력을 가진 왕들도 놀이는 즐거운 것이였고 일탈로 이어진다. 삼국사기에도 왕이 사냥하다 눈에 띤 민가의 여자를 후궁으로 삼는가 하면 아들을 낳아 왕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잡기는 오늘날 골프라 할 수 있다. 모처럼 지인들과 놀이를 즐기려다 세간의 눈총과 망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되풀이 된다는데 있다. 운동인데 뭐가 잘못이냐고 항변하지만 상대가 있고 비용이 수반되고 시기가 맞아야 한다.
적법한 장소와 납득할 수 있는 상대인지 또 수반되는 비용 부담과 각종 편의가 일반인들의 정서에 부합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공직자가 국가 비상시국이거나 재난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골프를 강행하는 것은 문제라 할 수 있다.신라 진평왕 때 재상을 지낸 김후직은 왕이 사냥하는 길목에 자신의 무덤을 써면서까지 사냥을 만류해 진평왕의 사냥벽을 끓게 만들었다.
노자는 '사냥은 사람의 마음을 미치게 한다' 고 했고 서경에는'왕이 안으로 여색에 빠지고 밖으로 사냥을 일삼으면 그중에 하나라도 나라가 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사냥이나 골프나 개진도진이다. 넷째, 뇌물이다.권력자에게 건네주는 뇌물은 말할것도 없지만 오늘날 도박 게임 카지노 다단계 주식 코인 등 다양한 형태로 다가온다. 뇌물은 부패의 온상이며 필연적으로 사치가 수반되고 인간의 욕망을 더욱 부채질함으로써 패가망신으로 이어진다.
조선은 고려 왕조의 멸망이 정권을 좌지우지했던 무신들의 부정부패에 있다고 보고 관리들의 뇌물을 엄하게 다스렸다. 뇌물을 받은 죄인을 장오인죄로 다스려 자손들조차 과거시험을 보지 못하게 했다.
다섯째, 무리하게 진행되는 치적사업들이다. 경제와 여건을 무시하고 이뤄지는 각종 사업들은 나라를 피폐하게 한다. 수나라는 짧은 시간에 대운하사업을 벌여 백성을 도탄에 빠지게 했다.
진시황의 장성 축조와 역대 황제들의 호화로운 궁궐 짓기 등 과도한 토목사업들이 나라의 흥망을 갈랐다. 자치단체마다 경쟁적으로 규모를 키우는 청사 건립과 치적 일변도의 정체성이 모호한 ○○센터나 복지관 같은 공공 건물들 역시 왕조시대의 토목사업과 다름없다. 이런 것들이 우리가 그토록 경계한 사치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검소하다는 것은 궁색함이 아니라 합리성을 수반한다. 오늘날 권력자를 비롯해 사회 지도층에서 검소함을 찾을 수 없고 의사결정에서 합리성을 찾을 수 없다.
관용차나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이용하거나 지위를 이용한 재산 증식이나 자녀 찬스 등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풍조가 만연되고 있다.자신은 예외라는 선민의식이 음주가무와 주색잡기를 경계하라는 역사의 가르침을 무색하게 한다. 역사속의 단어들은 오늘도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