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포스코 국제관에서 ‘2025 그린바이오산업 국제컨퍼런스’를 열고 세계 각국 전문가들과 산업 생태계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이날 포항 국제관 회의실은 이른 아침부터 활기가 넘쳤다. 해외 연사들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된 동시통역 부스, 빔프로젝터에 쏟아지는 PPT 자료, 그리고 삼삼오오 모여 있는 젊은 연구원들의 노트북 화면이 이 회의가 결코 형식적이지 않음을 보여줬다.이스라엘, 중국, 베트남 등 각국의 연사들이 발표를 시작하자, 참가자들의 시선은 곧 집중됐다. 반려동물 복지와 동물용 의약품, 인공지능(AI)과 그린바이오의 융합 같은 미래적 주제들은 다소 생소했지만, 모두가 놓치지 않고 받아 적을 만큼 무게감이 있었다.포항시가 그린바이오를 미래 산업으로 공들여 키운 건 하루아침 일이 아니다. 철강이라는 단일 산업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2017년부터 시작된 국제교류는 이제 포항을 ‘철강 도시’에서 ‘바이오 도시’로 바꾸려는 원대한 실험으로 자리 잡았다.이번 컨퍼런스에서 주목할 장면은 단연 MOU 체결식이었다. 포항테크노파크, 국내 협회와 기업, 이스라엘 바이오 스타트업이 손을 맞잡았다. 단순한 기술 교류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공동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약속이었기에 현장 분위기는 무거우면서도 뜨거웠다.투자상담회 현장은 또 다른 온기를 품고 있었다. 벤처투자사 패스파인더H를 비롯한 투자사들이 젊은 기업 대표들과 마주 앉아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실험실에서 머물던 연구가 시장으로 나올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말에 청년 창업자들의 눈빛이 반짝였다.그러나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규제와 제도의 벽은 여전히 높다. 한 국내 연구자는 “백신이나 동물용 의약품 개발에만 5년 이상 걸린다”며 “규제 개선 없이는 한국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목소리는 이번 행사 내내 반복됐다.포항이 바이오 허브로 도약하려면 단순히 기술과 투자가 모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뒷받침할 행정적 유연성과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린바이오는 또 하나의 구호로 남을 수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컨퍼런스가 보여준 가능성은 분명했다. 학계·기업·투자자가 함께 모여 실질적인 협력을 모색한 건 큰 진전이다. 특히 글로벌 교류에 적극적인 포항의 자세는 향후 국내 바이오산업 지형을 바꾸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포항은 과거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철강의 도시에서 해양관광의 도시, 그리고 이제는 첨단 바이오의 도시로 발돋움하려 한다. 시민들 역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포항”에 대한 자부심을 갖기 시작했다.30년 후, 역사는 오늘의 선택을 어떻게 평가할까. “포항이야말로 그린바이오 산업의 세계적 거점이었다”고 기록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시도’로만 남을지는 지금부터의 실천에 달려 있다.포항의 도전이 단순한 선언을 넘어 현실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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