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피를 흘린 끝에 정권이 붕괴한 네팔 사태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명제를 다시 입증했다. 인간은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게 본능이자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자신만 절대선이라 주장했던 사람들이 혁명이나 민란으로 권력을 잡은 뒤 장기간 집권하며 국민 삶이 피폐해져도 부정부패를 일삼는다. 약속했던 개혁 조치는 이행치 않고 비판자들의 입을 막으면 분노한 민중이 봉기한다. 이후 진압 과정에서 사상자가 발생하고 정권이 무너지는 과정이 되풀이된다.현대사로만 범위를 좁혀도 많은 개발국이 이런 절차를 밟았거나 반복한다. 이번 네팔 사태도 여지 없이 이런 패턴을 보였다. 네팔 왕국을 무너뜨린 좌파 혁명 세력은 인민공화국 수립 후 몇 개 정파가 이합집산하며 20년 가까이 권력과 부를 독점했다. 심지어 왕당파와 혁명 세력조차 손잡고 뒤섞일 만큼 권력층끼리 뭉쳤다. 공약했던 내전 과거사 해결, 개헌, 관광 부국 도약, 부패 척결 등은 대부분 이행되지 않았다. 국민의 고통이 커지는 동안 소수 권력층은 자제들까지 권력과 부를 축적했고 호화로운 생활로 다수 국민의 불만을 키웠다.특히 혁명 지지 세력의 배신감이 컸다. 이들은 전제 군주를 타도해 모두 잘 살게 해주겠다던 마오주의 공산당을 내전도 불사하며 도왔으며 10년간 싸우는 동안 1만7000명 넘게 죽고 수십만 명이 집과 재산을 잃었다. 그런데 오히려 네팔은 이후 더 가난해졌고 혁명 세력만 배를 불리니 반감이 생겼다. 특히 젊은이들의 상실감과 위화감이 엄청났다. 카트만두 힐튼 호텔이 불에 탄 큰 이유도 권력층 자제들이 SNS를 통해 사치를 과시하는 상징적 장소여서다. 이처럼 분노가 치솟던 와중에 소셜미디어를 차단해 언로(言路)마저 막은 게 사태 촉발의 불씨를 댕겼다. 게다가 메신저앱 등을 막음으로써 해외로 나가 일하며 번 돈을 보내던 가족과 연락할 길이 없어졌다. 해외에 취업하려는 청년들은 동영상 메신저 등을 통해 영상 면접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이처럼 생계와 취업마저 차질을 빚었으니 그들이 거리로 뛰쳐나갈 수밖에 없었던 심정이 이해된다. 네팔 사태는 어떤 집권 세력이라도 언론 자유(freedom of speech)를 억압하지 말고 남의 소중한 밥그릇은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는 교훈을 남기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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