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봄 여러 곳에 번진 대형산불 때문에 당국의 입산 통제에 의하여 왕릉(王陵) 향(享)대제(大祭)를 봉행하지 못한 능은 9월 초부터 시작되었다. 따뜻한 봄꽃이 피는 화춘(花春) 가절에 향 대제를 봉행할 때는 전국에서 참예한 성손과 제관이 많아서 봄 피크닉(picnic) 처럼 즐거운 행사가 되었다.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가 지났으나, 9월 5일은 무더운 날씨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서 신라 제42대 흥덕왕릉향 대제는 땀을 흘리며 봉행되었다. 관모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이 눈으로 내려올 때는 눈이 따갑고 충혈이 되었다.    증경참봉과 시참봉 및 당일 향대제에 천망된 대축관, 집례관, 전사관, 사준은 관복과 관모 정장을 구복(俱服)했으니 몸속에 쏟아지는 열한(熱汗)이 마치 입식(立式) 세탁을 하는 듯 옷과 복장을 순식간에 흠뻑 젖게 하였다. 각자 정해진 자리에 도열(堵列)한 수많은 참예자 역시 땀을 닦아야 했다. 이 더운 날에 향대제를 왜 봉행해야 하는지? 자문해진다. 전사관으로 천망되었기에, 주지의 사실이지만 제사에 대해서 몇 가지 유의 사항을 전했다. 제사는 신을 받드는 정성이며, 보본지례(報本之禮)라고 한다. 자신을 존재하게 한 부모와 조상의 은혜에 보답해야 하는 본연의 의무를 의미한다. 제사를 나타내는 말에는 향(享), 사(祀), 제(祭), 대제(大祭), 제향(祭享) 등이 있다.    향은 인귀(人鬼)에 대한 제사, 사는 천신(天神)에 대한 제사이고, 제는 지기(地祇)에 대한 제사이며, 지기는 땅을 다스리는 신령이다. 신령은 신으로 받들어지는 영혼을 말한다. 대제는 왕과 왕비에 대한 제사이며, 제향은 나라에서 지내는 제사를 의미한다. 사람이 죽은 뒤에도 영원히 남는다고 하는 넋 즉, 정신과 마음을 신(神)이라 칭하며, 이것은 몸에 있으면서 몸을 다스리고 정신을 다스리는 비물질적이고 초자연적인 것이므로 죽은 사람의 넋에게 음식을 차리어 정성을 다해 제사를 받드는 것은 효의 표현행동이라 할 수 있다. 선인들은 ‘사사여사생(死事如事生)이 치효향야(致孝享也)’라 즉, 살아계실 때 섬기는 것과 같이 돌아가신 후에도 섬기며 효도를 다하는 것이 제사라 하였다. 효도를 행함에 있어서는 거즉치기경(居則致其敬)이라. 살아 계실 때는 공경을 다해 섬기고, 상즉치기애(喪則致其哀)라 돌아가셨을 때 슬픔을 다하며, 제즉치기엄(祭則致其嚴) 즉 제사를 봉행할 때는 지극히 엄숙한 자세로 지내야 한다고 전해오고 있다. 특히 제사에 임하는 자세는 잡담을 금하고 바른 자세로 조용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흥덕왕릉향 대제는 다른 능향 대제와 다른 교훈을 깨우치게 하는 대제이다. 흥덕왕릉은 경주에 소재하는 능침 가운데 왕과 왕후가 함께 합장된 유일한 왕릉이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흥덕왕이 즉위한 그해 12월에 왕비가 훙(薨)하여, 금실(琴瑟)이 좋았던 흥덕왕은 왕비를 잊지 못하고 생각하면서 슬픔의 나날을 보냈다(王思不能忘 愴然不樂). 신하들이 후비(后妃)를 맞도록 진언(進言)하였으나, 오직 훙한 왕비만 생각할 뿐 후비를 맞지 않았다. 시중드는 여인도 가까이하지 않았고, 내시만을 부렸다고 한다. 왕비가 훙하기 전 당나라에 갔던 사신이 돌아올 때 앵무새 한 쌍을 가지고 와서 바쳤는데, 왕은 정답게 지저귀는 앵무새를 매우 귀엽게 생각하였다. 그런데 얼마 안 되어 암컷이 죽고 말았다. 그래서 수컷이 매일 슬피 울었다. 왕은 슬피 우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게 보여서 거울을 걸게 하였더니 수컷이 거울에 비친 자기의 상이 죽은 암컷인 줄 착각하고 수없이 쪼다가 마침내 죽고 말았다. 그래서 그것을 의미 있게 바라보았던 흥덕왕은 중신들이 후비 맞음을 제안하였으나 “한낱 미물인 새도 짝을 잃으면 슬피 우는데, 항차 어진 배필을 잃었는데 어찌 참지 못하고 무정하게 나라의 제왕으로 후비를 맞을 것인가(雙鳥有喪匹之悲 況失良匹 何忍無情遽再娶乎)”하고 끝내 거절하며 해로동혈(偕老同穴)의 맹세(盟誓)를 지키면서 합장을 명했기에 흥덕왕과 장화왕후의 능은 오늘날까지 신라의 유일한 합장릉으로 봉향하고 있는 것이다. 절대권력자인 왕이 왕후와 한 약속을 지키며 후비를 맞지 않았던 흥덕왕의 정신(貞信)은 현세를 살아가는 남성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는 차원 높은 성은(聖恩)의 교훈이라 사량(思量)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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