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몸짓을 통하여 거짓말 여부를 엿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남자들이 흔히 하는 말인, “ 나는 거짓말을 못해” 가 사실이자 진실일 수 있나보다. 남자가 거짓말을 행할 때 사인(sign)을 동반하는 것으로 보아 이 말은 신빙성이 있긴 하다. 
 
하긴 동화 『피노키오』 속 주인공 피노키오도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커지곤 했다. 실제로 사람도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미세하게나마 커지느라 근질근질 하다는 학계 연구도 있다.
또 있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남자가 거짓말을 할 때 자세히 살펴보면 갑자기 집게손가락이 눈으로 가서 눈꺼풀을 비비곤 한다. 이는 아마도 눈은 마음의 창이기에 거짓말을 할 때 상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기란 쉽지 않아서 인가 보다. 
 
뿐만 아니라 입술을 윗니로 깨물면서 이야기 할 경우, 진심이 아닐 확률이 상당히 크다. 자칫하면 자신의 진실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까봐 필사적으로 노력하느라 입술을 깨무는 것이다.
어린이들은 거짓말을 할 경우 오염되지 않은 동심 즉, 양심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써 팔을 비비 꼰다. 이런 경우는 필자도 어려서 경험 한 적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만화 광이었다. 학교만 파하면 책가방을 둘러멘 채 만화 가게로 향했다. 볼거리가 흔치 않았던 그 시절, 만화 속에서 펼쳐지는 삽화는 신천지나 다름없었다. 어느 때는 순정 만화를 보면서 눈가를 흠뻑 적시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런 만화에 몰입하는 재미도 잠시였다. 어느 날 어머니께 이 사실을 들키고 말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때만큼 어머니가 노한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어머니께 학용품을 산다고 거짓말을 하고 타낸 용돈을 전부 만화가게에 갖다 줘서이다.
평소 가정교육에 엄격하던 어머니였다. 이 사실을 어머니께 들키던 날 종아리를 맞아야 했다. 종아리를 내리치던 어머니는 잠시 손을 멈춘 채 필자에게 다짐을 받아냈다.“ 너, 또다시 만화가게 출입을 할 거냐?” 그 말에 속마음과 다른 거짓말을 했다. “ 다시는 안 갈게요.” 솔직히 이 말을 하면서도 어머니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다시 만화 가게를 갈 계획이었다. 이 때 필자가 두 팔을 비비 꼬았다.
이 행동을 본 어머닌 매우 예리했다. “ 너 지금, 또 거짓말 하지? 며칠 후 만화 보러 갈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냐?” 라고 한다. 그 당시 이렇듯 필자 마음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어머니가 참으로 신기했다. 그 후 필자의 거짓 행동은 좀체 고쳐지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만화 가게 출입을 금지 하자 이번엔 꾀를 내어서 만화책을 몰래 빌려다 보게 됐다. 만화 가게에서 많은량의 만화책을 빌려다가 밤늦도록 읽느라 숙제도 못할 정도였다. 숙제는 몇 주 가까이 못했다. 학교에 가서 선생님께 숙제 검사를 받을 때 마다 또 거짓말을 해야 했다.
참다못한 선생님은 필자를 교단 앞으로 불러 세운 후, “ 너 왜? 요즘 며칠 째 숙제 안 해 왔어?” 라고 물어왔다. 선생님 이 말에 “ 배탈이 나서 며칠 째 아팠어요.” 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오른 손으로 나도 모르게 귀를 잡아 당겼다. 
 
이 행동을 본 선생님은,“ 너 지금 거짓말 하지? 사람은 정직해야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어. 왜? 배탈도 안 났으면서 거짓말을 하지?” 라며 내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이 거짓말 덕분에 그날 선생님으로부터 손바닥에 빨간 줄이 서도록 매를 세 대나 맞았다.
아마 이 때도 느닷없이 귀를 잡아당기는 행동을 보이자 선생님은 필자가 거짓을 행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모양이다. 그 때 선생님은 필자가 말을 할 때 귀를 잡아당기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상대방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는 표현임을 훤히 알고 있는 듯 했다.
거짓말을 할 때 이렇게 코를 긁거나 귀를 잡아당기는 행동엔 일리가 있었다. 이런 현상은 거짓말을 할 때 피가 얼굴로 쏠리는 경향이 있어서다. 그 이후 거짓은 결코 몸을 못 속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인지 성장해서는 거짓에 익숙하지 못했다. 선의의 거짓이거나 마음에 없는 말을 하게 되면 왠지 기분이 찜찜했다. 어디 이뿐인가. 필자 자신이 남 앞에 떳떳하지 못해 당당함을 잃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항상 솔직한 게 유익하지만은 않은 느낌이다. 너무 꾸밈없이 솔직하다보니 잃는 게 더 많다. 이로보아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 사회적응력이 높다는 말이 맞는 성 싶다.
하지만 이 나이에도 인간관계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거짓말엔 매우 서투르다. 거짓말에 대하여 논하노라니 ‘린’ 이란 가수가 부른 ‘사랑, 다 거짓말’이란 노래를 문득 불러보고 싶다.
우리가 함께 걷던 길에/ 너무도 다정했던 그대가/아직 그대로 미소 지으며/서 있을 것만 같아요/ 둘이 발맞춰 걷던 그 길 위엔/ 어느새 쓸쓸한 걸음만 혼자/ 비처럼 내리는 눈물만 맞고 있죠/ 이제 우린 끝인가요/사랑 도대체 그게 뭔데/ 죽을 것처럼 맘이 아픈데/왜 날 울리는데/ 행복 했었는데 그랬는데/ 나를 참 사랑해줬었는데/우리가 헤어져야 해/ 다 거짓 다 거짓말
위 노래 가사를 보면 그토록 뜨겁던 사랑도. 연인과 함께 했던 아름다운 추억도 이별 후에 돌이켜보니 진실이 아니었다는 뜻이 역력하다. 하긴 세상에 영원한 것은 그 무엇도 없다. 시간이 흐르면 철석도 풍화작용에 의하여 깎이고 녹이 슨다. 시시때때 변화하는 인간의 마음인들 오죽하랴. 그토록 절절했던 사랑도 변하여 남는 것은 이별의 아픔이고 상처뿐 아닌가.
이에 위 노래 화자에게 진심어린 충고 한마디 남기련다. 13세기 인문학자 리샤르 드 푸르니발( Richard de Four-nival. 1204-1260 년 경)이 언술한 “사랑은 끌 수 없는 불, 결코 포만이 가능한 굶주림” 이라는 말로 위로 해 주고 싶다. 실상 사랑은 불같고 결핍을 자주 느끼지 않던가. 물론 이런 감정은 남자보다 여자 쪽이 더 크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