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흥해읍 흥해서부초등학교는 흥해읍 북송길에 위치한 작고 아름다운 학교다. 학교 담장 대신 소나무 숲이 학교를 둘러싸고 있고 주변에 논밭이 어우러져 있는 자연친화적인 학교다. 학교 안에 솔숲과 숲속 놀이터가 있어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그 속에서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함께 흥해서부초등학교만의 특별한 삶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1968년 개교해 그동안 1519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현재 102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어 작은학교 치고는 재학생 수가 많은 편에 속한다.
흥해서부초등학교도 다른 농산어촌학교와 마찬가지로 자연 인구 감소로 인해 2013년에는 전교생이 27명 정도로 줄어들면서 폐교 위기에 놓인 학교였다. 하지만 다음 해인 2014년부터 뜻을 가진 교사와 학부모가 머리를 맞대 작은학교 살리기 운동을 펼쳤다. 그러자 곳곳에서 전학 문의가 이어졌고 자연스럽게 학생 수가 늘면서 전교생이 100여명이 넘는 찾아오는 학교로 성장하게 됐다.2019년에 전교생이 100여명이 될 정도로 늘어났으나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다양한 교육 활동을 진행할 공간이 많이 부족한 상황에 맞닥뜨린 것이다. 그러나 마침 교육부의 ‘공간혁신사업’ 공모에 응모해 선정되면서 새로운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 후 2020년 사용자 참여설계 실시, 2022년 교사증개축 사업 착공, 2023년 12월 새 건물로 이사 및 구교사동 철거, 지난해 1~2월 실내공간 재구조화를 거쳐 지난해 3월에 증개축 준공을 완료했다.
102명의 재학생 등 중 인근 마을에서 다니는 학생은 많지 않다. 흥해서부초등학교 학생들은 통학버스가 없어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약 20분 정도의 거리에서 학부모 차량으로 직접 등하교를 하고 있다. 거기에는 2019년 경북형 미래학교(자율학교)로 지정돼 우수 교사를 초빙했고 2020년에 작은학교 자유학구제가 시행되면서 현재 큰 학교 3개 학교가 자유학구제로 지정돼 있는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흥해서부초등학교는 새학년이 시작하기 전인 매년 2월에 가족공동체의 한해살이를 계획하고 학생자치활동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4~5학년이 주관해 학생 자치캠프를 실시하고 있다. 전교생 한자리모임 계획을 세우기 위해 올해 이끔이와 부이끔이 역할을 맡을 4, 5학년 학생들이 모여 먼저 가족구성팀, 역할분배팀, 프로그램 개발팀 등으로 팀을 구성했다.
전교생 백련산 산행 걷기 프로그램은 전교생을 무학년으로 8가족으로 구성해 가족마다 6학년 이끔이, 5학년 부이끔이가 나머지 가족 구성원들을 이끌면서 백련산 정상 백련봉까지 걷는 활동이다. 산행 출발 전에 간단한 준비운동과 안전교육을 받은 후에 가족별로 차례로 출발한다. 출발 전 ‘전교생한자리모임’ 활동을 통해 산행 짝꿍을 미리 정하고 산행 도중 가족별로 점프하는 사진 찍기, 짝꿍에게 꾸민 돌멩이 선물해 주기, 꽃한송이 따서 학교에 그대로 가져오기 등 팀별 미션을 수행하면서 가족별로 친해지는 시간을 가진다.
흥해서부초등학교는 해마다 6월 중순에 전교생이 함께 참여하는 2박 3일간의 여름캠프 프로그램이 열리는데 바로 여름숲속학교다. 매년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탄소중립실천’이라는 주제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계획한다. 올해에는 새롭게 완공된 학교 외부 공간과 강당, 야외 숲속무대에서 대형 슬라이드 물놀이, 탄소중립 부스 체험, 텐트 야영, 달빛예술제, 캠프파이어, 보이는 라디오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이 이뤄졌다.흥해서부초등학교는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와 민주시민교육을 경험하도록 하고 있다. 흥해서부초 학생회 선거는 학생회장과 부회장이 한 팀이 되는 러닝메이트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후보자 등록이 끝나면 다양한 토론회를 거쳐 후보자를 검증하기 위해 선거캠프 꾸리기, 1차 후보자토론회 및 중간투표, 2차 최종토론회 및 본투표 순서로 선거가 진행된다. 1차 후보자 토론회에서는 후보자들의 공약을 타 후보자들과 비교해 자신들의 강점을 알리는데 초점을 둔다. 2차 후보자 토론회는 1차 중간토론회와 같은 순서로 진행이 되지만 그동안 각 후보자들이 공약의 미비한 점을 보완해 새로운 공약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흥해서부초등학교는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곡강천이 학교 주변에 흐르고 있고 논과 밭이 학교 주변을 감싸고 있다. 매년 과학과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식물의 한살이 단원과 연계해 벼농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학교 인근에 있는 논에서 4학년 학생 학부모가 함께 손으로 직접 모를 심는 모내기 체험을 하고 학교로 돌아와서 인절미 만들기를 했다.
학부모들의 참여도 자율동아리 형태로 구성돼 적극적으로 이뤄진다. 올해 학부모 동아리는 희망에 따라 4개의 동아리(손뜨개, 그림책, 목공, 건강 요리)로 구성됐으며 지정 교실에서 매월 1~2회 모임을 가진다. 각 동아리는 12명 내외의 학부모가 참여하며 각자의 취미 공유, 기능습득은 물론 나아가서 학부모 참여 수업으로 연계돼 각 교실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수업에 참여하는 기회를 가진다.흥해서부초등학교는 학생들의 삶이 학교를 만나 교육공동체와 지역사회를 이어주며 함께 성장하는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다. 인근 작은 학교 모두 통학버스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흥해서부초등학교가 선택한 길은 깊이 있는 교육과정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오히려 작은학교 가운데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 교사들은 자신들의 노력으로 작은 학교를 바로 세우고 지금까지 성장했고 앞으로도 희망을 품고 나아갈 것이라는 다짐을 하고 있다.
3학년 신윤아 양은 양덕동에서 약 10~15분 걸리는 학교까지 부모의 자동차로 등하교를 하고 있다. 집 인근에 도보로 등학교가 가능한 학교도 있지만 고민 없이 이 학교를 선택했다. 중등학교 교사 자격증을 가진 신 양의 어머니 이문희씨는 “윤아가 공부만 하는 학창시절을 보내는 것을 원치 않았고 이 학교가 공부는 물론 몸과 마음이 함께 자랄 수 있는 학교라고 생각해서 거침없이 입학을 결정했다”며 “남편은 처음에 반대했지만 지금은 학부모회 부회장을 맡을 정도로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박순현 교장은 “농어촌의 작은학교마다 다양한 특색교육을 하고 있지만 입학생 급감의 현실은 피할 수 없는 공통의 현실”이라며 “학교마다 내세우는 특색교육은 크게 다르지 않아 지금과 같은 교육과정 운영만으로는 학생 유입의 한계는 분명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규모가 있는 학교에서는 접근하기 쉽지 않은 아이들의 자기 삶과 더불어 삶을 바로 세우는 학생 자치, 학교의 공간과 시간을 함께 나누는 학부모 반모임과 모여락(樂), 주제가 있는 교사 수업모임을 체계적으로 연결해야 한다”며 “작은학교에서 잘할 수 있는 깊이 있는 교육과정의 고민과 도전만이 작은학교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