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즈음하여 여기저기 흩어져 살던 형제가 다시 한 자리에 모이게 된다. 단순한 생각으로는 오랜만에 형제가 한 자리에 모이는 기분 좋은 귀향의 풍경이다. 그러나 부모님의 사랑으로 함께 자란 형제들이라 해도 예전에 그 형제들이 아니다. 이제는 각자의 생활 영역에서 사상 그리고 목표와 경제적 여건 등이 모두 이질적이어서 이 모든 것을 형제라는 단어 하나로 묶어버리기에는 이미 너무나 다른 먼 길을 걸어왔다. 한 뿌리에서 자란 민들레도 때가 되면 홀씨가 되어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나가게 된다. 형제 또한 마찬가지라 해도 표현이 과하지 않다고 생각한다.어린 시절, 한 방에서 뒹굴며 잠들었던 이들이 어느새 서로 다른 하늘 아래서 살아가게 된다. 계절은 쉼 없이 흐르고 봄에 피어난 꽃들이 가을이 되면 각자 다른 곳에 씨앗을 흩뿌리듯 나이가 들면 각자의 인생 영역을 찾아 나선 형제들 역시 흩어져서 살아가게 된다.젊은 시절에는 친구가 인생의 큰 의미였고, 형제들 또한 어릴 때는 서로가 전부였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고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게 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밖에 없는 사실은 거역할 수 없는 이치고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성장의 과정이요 인생의 당연한 이치다.마치 한그루의 나무에서 자란 가지들이 각각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것처럼 형제들 역시 성장하면서 각자가 자신의 인생바다를 향해 열심히 항해하는 과정일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자신만의 인생이라는 삶을 살아가야만 한다. 무릇 단순히 형제라는 속박의 굴레로 서로에게 얽매여서는 안된다. 모두에게는 각자의 길이 있고 운명이 있다. 비록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고 선택하는 길이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이것이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요 자연의 기본섭리요 삶의 근본이치다. 형제가 멀어 지는 것을 슬퍼하거나 애석해하지 마라. 형제간의 의리는 가끔 안부를 묻는 것만이라도 충분하다. 억지로 만나려 하지 말고 억지로 친밀함을 유지하려 하지 말라. 멀리서 바라보며 그들의 안녕을 빌어주는 것이 때로는 더 깊은 사랑일 수 있다. 늘 함께 있으면서 갈등하는 것 보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서로를 걱정해 주는 것이 더욱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필요 없어지는 것처럼 형제도 그렇다.젊을 때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누군가가 필요하지만, 나이가 들다보니 혼자 있는 시간에 더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배우자와 자녀만으로도 충분하다.형제와 함께 있을 때 들어야하는 자녀 이야기, 돈 이야기 그리고 갖가지 뒷이야기들로 오히려 나 자신이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예전에는 즐거웠던 대화들이 이제는 부담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서로간의 자녀를 비교하는 말들로 누가 더 성공했는지를 자랑하듯 또는 따지듯이 내뱉는 이 모든 이야기들과 평가가 다른 형제들의 귀에는 거슬리기도 한다.천하의 일을 한사람이 다할 수 없다. 형제 관계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 서로 모두 원해야 하고, 서로가 다 노력해야 한다. 한 쪽만 매달린다면 그것은 건강한 관계가 아니다.마치 줄다리기 시합에서 한 쪽만 잡아당기면 게임이 성립하지 않듯이, 인간관계는 물론 형제관계도 상호적이어야 한다.사람은 누구에게나 다 각자의 신념이 있고, 각자의 철학이 있다. 서로간의 다른 것에 대해서 우기지 말고, 그저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한다. 가끔씩 경제적인 여건이 형제간의 우애를 멀어지게 하는 큰 요인이 되기도 한다.한 사람은 성공하고 다른 사람은 그렇지 못했을 때 미묘한 감정의 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성공한 쪽은 우월감으로 그렇지 못한 쪽은 열등감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다. 각자가 처해진 상황과 여건에 따라 태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진리는 형제라고 해서 절대 예외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어릴 때 함께했던 생각들이 나이가 들면서 완전히 달라지는 사례들을 종종 맞이하게 된다. 한 형제는 매우 보수적이고, 또 다른 형제는 진보적 사상을 가진 사람이 된다. 한 사람은 종교와 사상에 빠져들기도 하고, 또 다른 한사람은 현실에만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치상 둘 다 옳은 길이고, 서로가 다른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를 서로가 인정하는 것이 사랑이요 성숙함이다. 사회는 갈등과 화합으로 성숙해진다. 그것은 삶이라는 테두리속에서 이루어지는 그 어떤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지,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노력만이 이러한 극도의 갈등들을 극복할 수 있는 묘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추석 명절을 앞두고 여러 갈등들이 점점 더 고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여 이해하고, 서로의 생각을 존경해 주고 서로의 대한 관심을 배려해 준다면 이런 갈등이 조금은 잦아들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행복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서정의 계절 가을에, 즐거운 추석명절을 만끽하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