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2년 5월 세종의 큰아들 문종이 승하하고 세자이던 단종이 보위에 오른다. 그의 춘추 열 둘.문종은 고명(임금이 신하에게 유언함) 대신 황보인, 김종서에게 아들 단종의 보필을 당부하였다. 1446년 중전 소헌왕후(청송) 심씨에 이어, 1450년 세종이 승하했다. 단종의 모후 현덕왕후 권씨는 1441년 세자빈 시절 단종을 낳고 사흘 만에 산욕열로 죽는다. 이렇듯 단종이 어린 나이에 즉위했을 때 궁에는 대왕대비도 대비도 심지어는 왕비도 없었다. 혈육으로는 수양과 안평 외에 다섯 숙부만 있을 뿐이었다.1453년 10월 10일 수양의 무신세력에 의한 난이 일어나, 안평대군 이용(安平大君 李瑢, 1418~1453)은 강화도로 유배 후 교동에서 사사되었다. 하루 밤새 역사가 바뀐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은 이를 계유정난(癸酉靖亂)이라 한다. 안평은 사후 줄곧 대역죄인으로 남아 있다가 300년이 지난 영조 23년 9월 복권된다.안평대군은 드라마에서 노영국(한명회, 1994), 정성모(왕과 비, 1998), 이광기(인수대비, 2011) 배우가 연기했다. 수양대군에는 임동진 (왕과 비), 김영호 (인수대비), 이정재 (관상, 2013) 배우가 연기했다. 안평의 묘사는 낭만적 예술인에서 점차 수양의 정치 정적으로 묘사된다.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 1447년, 38. 6×106cm, 일본 나라 덴리대학도서관 소장)는 안평의 나이 서른 살이던 4월 20일 밤 도원을 거닐던 꿈을, 안견의 그림에 대군이 발문을 쓰고 당대의 문인 스물 한 분의 제시를 부쳤다.안평대군의 저택 비해당(匪懈堂) 외 ‘무계정사’(武溪精舍, 서울 부암동), 담담정(淡淡亭) 같은 별서는 대군의 도원을 추구한 장소로서 서화 수장품 222점이 있었다.안평대군은 유홍준 관장이 꼽는 조선의 안목임을 생각하면 그의 이른 죽음은 서화면에서도 애석하지 않을 수 없다.몽유도원도의 반출 경로에 대해 전하기를, 임진왜란 때 왜장 시마즈 요시히로(사쓰마 번주, 현 가고시마)가 경기도 영평 소재 대자암(大慈庵)에서 약탈, 일본으로 건너갔다고 한다. 이후 시마즈 가문의 시마즈 히사나루 - 아들 시게오 - 후지타 데이조 - 소노다 세이지 – 류센도 (龍泉堂) - 덴리대학에서 매입, 소장 중이다. 류센도 고미술상 주인이 1950년대 한국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매자를 찾아 한국에 매물로 나왔으나 당시 경제 사정상 거래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우리는 시마즈 요시히로(島津義弘, 1535~1619)를 알고 있다. 영화 ‘노량’에서 백윤식 배우가 한 역이 그이다. 사천왜성에 주둔하고 있던 시마즈 軍은 동래를 통해 일본으로 퇴각할 수 있음에도 순천왜성에 포위된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 군의 퇴각을 위해 출병, 이순신에 대패한다. 이후 운명을 건 새키가하라(関ケ原) 전투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 군에 패하나 그는 살아남아 후일 여든 넷 천수를 누렸다. 또한 그는 남원성을 공격하고 조선 도공을 끌고 간 인물이다. 박평의, 심당길 등 17성(姓) 80여 명이 끌려가 지금은 그들의 15대 후손이 가고시마 미산(美山, 오야마) 도예촌을 이루고 있다.안평대군의 친필 족자 ‘千年義理 春秋在(천년의리 춘추재, 35.5×114cm)’는 故성낙주 (1954~2020) 작가가 소장한 작품이다. 2019년 3월 그는 작품 감정을 위해 필자의 가친을 찾아오는 등 백방으로 안평대군의 친필임을 밝히고자 애썼다. 그는 이 족자를 일본 야후에서 경매로 구입했다고 한다. 구입가를 물으니 가격이 부담되어서 처음에는 사지 않았으나 꿈에 안평대군이 앉은 모습으로 나와서 다음 날 샀다고 했다.안평대군의 글씨는 유려한 송설체로 그의 여유와 품격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웬지 격앙된 필치로 문구도 비장하다. 이 작품은 ‘천년의 의리는 춘추에 있다. 즉 한 번 맺은 결의는 천 년을 간다’는 뜻으로 거사 전 동지에게 휘호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그 후손에게 전해져서 일본으로 가게 된 것이라면, 그 시기는 ‘임진왜란’이나 ‘일제강점기’로 볼 수 있다. 작품은 어떤 경로로 일본에 전해졌을까? 그의 친필로 알려진 ‘행초서 십곡병풍(丙寅秋, 1446, 29세 作, 국립중앙도서관)’, ‘非孝無親 (비효무친, 동아대학교)’ 에도 낙관 ‘梅竹軒’과 인장 세 과가 찍혀 있다. 인장문 ‘朝鮮國 全州 李瑢 字淸之 號匪懈堂 之章 (조선국 전주 이용 자청지 호비해당 지장)’ ‘梅竹軒 圖書記 (매죽헌 도서기)’ ‘유인 (학문독서)’ 세 치 인, 세 과는 안평대군이 즐겨 쓰던 인장이다. 대의를 지키다 서른다섯 생을 마친 안평대군의 절개에 비애를 느낀다. 마침 10월부터 영화 ‘몽유도원도’(감독 장훈, 주연 박보검, 김남길) 가 촬영된다고 한다. 예술을 지향한 안평과 권력을 지향한 수양, 대척점의 두 남자를 통해 인간사의 선과 악을 본다. 이번에는 박보검이 어떤 안평대군을 연기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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