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부동산 정책은 오랫동안 “개발”이라는 이름의 성장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관리”의 시대가 도래했다. 투자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자본이득(Capital Gain)의 시대가 끝났고, 운영이득(Operating Income)의 시대로 바뀐 것이다.    인구 구조가 뒤집히는 Dead-Cross(데드크로스) 국면 속에서, 지방은 이미 고령화와 인구 감소의 현실에 직면했고, 경북은 그 최전선에 서 있다. 대한민국은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3%로, OECD 기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이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100명이 노인 약 29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뜻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35년에는 그 비율이 30%를 넘고, 2070년에는 46.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변화의 충격은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먼저 시작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2023년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89곳 중 16곳이 경상북도에 속한다. 경북의 평균 고령화율은 2024년 기준 27.4%로, 전국 평균보다 6%포인트 높다.   이것이 곧 지방 도시가 맞이한 구조적 현실이다. 학교는 통폐합되고, 상권은 위축되며, 신도심조차 고령화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6·25 전쟁 이후 폐허 위에서 고도성장을 이룬 나라가 이제 정점에 이르렀고, 그 성장이 멈추며 ‘관리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지난 50년간 지방 도시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짓느냐’에 달려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경쟁력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는 도시 정책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 전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필자는 2025년 1월에 경주시 경주역세권 신도시에 있는 반도유보라 1.0에 입주하였다. 인생 후반전을 살 도시를 찾는 과정에서 경주시가 최적의 장소로 다가왔다. 미래 가치의 확보라는 차원에서 장소성에 대한 Contents가 많은 지역으로 판단되었다. 이곳에 정착하면서 반도유보라 1.0의 입주자대표회 회장을 맡으면서, 부동산 전문가로서 인구감소지역의 자산 가치 증진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따르면, 전국 공동주택의 약 85%가 위탁관리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공동주택 관리비 시장 규모는 2024년 30.6조 원으로, 2022년(24.9조 원) 대비 약 23% 성장했다. 이는 단순히 ‘집을 소유하는 시대’에서 ‘집을 운영하는 시대’로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방 도시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는 대규모 택지개발보다, 이미 존재하는 도시를 AM(Asset Management, 자산관리)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 부동산에 대한 시설관리(PM), 운영관리(OM)는 유지의 개념이지만, AM은 미래 가치 창출의 전략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도시가 보유한 인프라, 문화자산, 산업단지를 단순히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가치로 전환’하는 아래로부터의 창의적 발상이 필요하다. 경북은 한때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이었다. 포항의 철강, 울산의 조선, 구미의 전자, 경주의 관광이 그 축이었다. 그러나 산업 구조가 변하면서 산업화의 축은 동시다발적으로 침체의 파고를 맞고 있다. 포항의 경우 2024년 인구가 47만 명으로, 2010년 대비 4만 명 가까이 감소했다. 구미도 2024년 인구 39만7천 명으로, 10년 전보다 약 3만 명 줄었다. 이는 단지 산업의 쇠퇴 때문이 아니라, ‘도시 운영 모델’이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지금 경북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도시를 짓는 일’에서 ‘도시를 운영하는 일’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 새로운 개발이 아니라, 기존 자산을 어떻게 연결하고 재해석하느냐의 문제다. 인구 감소 지역일수록 삶의 질을 높이는 관리 전략이 곧 생존 전략이라고 필자는 보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 AI 사회 등에서 삶의 질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이를 정책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방 도시 소멸의 시대에서, 결론적으로 관리의 철학이 경북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경북의 문제는 “산업의 쇠퇴”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관리의 부재”다. 도시와 자산, 인프라를 전략적으로 자산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 지방 도시의 경쟁력은 지속될 수 없다. 이제 도시의 생명력은 자본이 아니라 관리의 철학에 달려 있다. 경북은 개발의 시대를 마감하고, 관리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알았다면, 두려워하기보다 새로운 질서를 창조해야 한다. 한때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최전선에 있었던 경북은, 두려움이 아니라 창조의 태도로, 다시 대한민국의 심장으로 뛸 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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