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0일, 경기도 양평군의 한 공무원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김건희 특검 조사를 받은 직후였다. 자필 메모에는 강압적 수사의 괴로움이 담겨 있었지만, 특검은 강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그는 메모에서 “강압적 분위기 속에서 기억에도 없는 진술을 했다. 치욕스럽고 삶이 귀찮다”는 고통을 토로했다. 끝내 절망의 기록만 남긴 채 세상을 등졌다.진실 공방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직면해야 할 현실은 분명하다. 한 사람의 생명이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정치적 사건을 둘러싼 책임 공방보다 앞서야 할 것은, 사회가 한 개인을 극한의 고통으로 내몰았다는 점이다.정신의학은 자살을 단순히 개인 내부의 문제로만 설명하지 않는다. 자살은 생물·심리·사회적 요인이 서로 얽힌 결과로 이해된다. 이 가운데 사회적 요인은 종종 결정적인 방아쇠가 된다. 특히 사회 전체의 갈등과 긴장이 높아질수록, 개인의 마음은 가장 깊은 곳에서 흔들리게 된다.그래서 자살은 종종 ‘사회적 타살’, 즉 사회가 만든 압박과 불신의 공기에 의해 떠밀린 죽음으로 불린다. 이번 사건은 그 표현이 결코 추상적 수사가 아님을 보여준다.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정치가 적대적 문화로 악화되는 현상이다. 정치가 양극단으로 치달을수록 국민은 지치고, 공동체의 신뢰는 무너진다. 삶의 기반이 흔들리면 국민의 정신건강은 빠르게 취약해진다.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도 정치적 갈등의 심화가 우울과 불안을 높이고, 자살률을 끌어올린다고 경고한다. 국민은 증오와 배제의 언어 속에서 정신적 소진으로 빠르게 내몰린다.이런 적대적 정치문화는 단순히 권력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그 영향은 국민의 일상 깊숙이 스며든다. 가정에서는 세대 간 대화가 끊기고, 직장에서는 협력 대신 불신이 자라며, 지역사회에서는 서로를 이념으로 재단하는 풍토가 강화된다.정치는 사회의 기후와 같다. 기후가 황폐해지면 사람들의 삶도 함께 메마른다. 정치가 불신과 혐오를 확산시키면 사회의 온도는 싸늘해지고 국민은 고립된다. 반대로 정치가 대화와 공감을 장려한다면 사회는 따뜻해지고 국민은 희망을 느낀다.정치는 단순히 권력의 기술이 아니라, 국민의 정신을 떠받치는 근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치의 언어와 태도 하나가 사람들의 마음을 살릴 수도, 무너뜨릴 수도 있다.이번 공무원의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받은 경고다. 정치가 증오와 적대를 확대할수록, 또 다른 누군가가 같은 고통을 떠안게 된다.그렇기에 정치권은 대한민국의 자살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1위라는 차가운 현실 앞에 서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갉아먹는 언어와 태도를 멈추고, 갈등과 적대감을 키우는 정치를 내려놓아야 한다.특검 조사를 받던 한 공무원의 죽음이 남긴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생명을 지키는 정치로 나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소모시키는 정치로 흘러가고 있는가. 오늘의 비극이 던진 이 물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정치는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말의 칼날이 아니라 공감의 언어이고, 배제의 담장이 아니라 연대의 다리다.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치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돌보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정치가 바뀌어야 국민의 마음이 산다.고인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그 어떤 생명도 적대적 정치 속에서 희생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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