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한국도로공사가 추진한 고속도로 건설사업에서 설계변경으로 인한 추가 공사비가 총 2조 8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 단계부터 부실한 검토와 잦은 변경이 반복되면서, 예산 낭비와 일정 지연이 구조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포항 북구) 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까지 추진된 60개 고속도로 사업에서 누적 2조 8,061억 원이 증액됐다.연도별로 보면 2020년 2,100억 원, 2021년 3,300억 원, 2022년 7,600억 원, 2023년 9,100억 원, 2024년 5,600억 원, 2025년 310억 원 등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설계변경 사유는 ▲물가 변동이 1조 9,088억 원(67.9%)으로 가장 컸고, ▲도로안전 기준 및 시방서 변경 4,772억 원(17.0%), ▲현장 여건 변화 3,237억 원(11.5%) 순이었다.문제는 이러한 잦은 변경이 공사비만 불리는 게 아니라 공정 지연과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예산 재조정 과정에서 일정이 뒤로 밀리면, 결국 ‘속도전’식 마무리로 부실시공 위험이 커진다.올해 초 교량 붕괴 사고가 발생한 세종~안성 고속도로 9공구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해당 구간은 2020년 당초 계약금액이 2,106억 원이었지만, 설계변경과 물가조정이 반복되며 현재 2,652억 원으로 546억 원이 늘었다.김 의원은 “기본 설계부터 부실하게 짜인 사업일수록 설계변경이 반복되고, 그만큼 예산과 시간이 낭비된다”며 “최초 사업계획 단계에서부터 면밀한 검토를 통해 정확한 총사업비와 기간을 산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전문가들은 도로공사 내 설계검증 절차를 강화하고, 주요 변경 사유와 비용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투명한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물가상승 등 불가피한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반복적인 변경이 예산 누수를 초래한다는 지적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