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남쪽에서 영덕 방향으로 차를 몰다 보면, 산등성이를 가르며 은빛 콘크리트 띠가 굽이친다.내달 개통을 앞둔 포항~영덕 고속도로다. 짧게는 30km 남짓, 그러나 그 짧은 구간이 동해안 산업·관광의 지도를 새로 그릴 전망이다.왕복 4차로로 뚫린 이 노선이 개통되면 포항에서 영덕까지 30분이면 닿는다. 국도 7호선을 따라 한참을 달리던 운전자들은 이제 바다보다 먼저 ‘시간’을 얻는다.포항시는 이번 개통을 단순한 교통 편의가 아니라 지역 대전환의 신호탄으로 본다. 철강 일변도의 산업 구조가 흔들리며, 이차전지·에너지·바이오 같은 신성장 산업이 급부상하는 지금, ‘길’은 산업의 혈관이 된다.울산~포항~영덕~울진으로 이어지는 해안축이 연결되면, 남부권 제조 거점과 북방 물류 허브가 하나의 경제벨트로 묶인다.항만·철도·고속도로를 아우르는 ‘트라이포트(Tri-port)’ 물류 체계 포항이 구상해온 환동해 물류의 퍼즐이 비로소 완성되는 셈이다.이 도로는 2017년 첫 삽을 뜬 뒤 1조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대형 국책사업이다.한국도로공사와 국토교통부가 안전점검을 마치면, 하루 2만 대 이상 차량이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시간이 곧 돈’인 물류 세계에서 20분 단축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공장 가동률, 항만 처리속도, 배송비용 등 산업 전반의 구조가 달라질 수 있는 변곡점이다.관광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호미곶 해맞이광장에서 출발해 영일대해수욕장, 운제산 둘레길을 거쳐 영덕의 블루로드와 대게축제, 울진 금강송 숲길까지 이어지는 ‘동해안 관광벨트’가 완성된다.그동안 지역 관광은 ‘하루 코스’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숙박·음식·체험이 어우러진 체류형 관광으로의 전환이 가능해진다.포항시는 고속도로 개통에 맞춰 주요 관광지 접근로를 정비하고, 지역 상권과 연계한 관광 인프라 확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물론, 도로 하나로 모든 게 바뀌는 건 아니다. 길은 연결되지만, 그 길 위를 오가는 사람과 산업을 만드는 건 결국 ‘정책’과 ‘콘텐츠’다. 교통망이 넓어진 만큼, 그 안을 채울 전략도 필요하다.고속도로가 산업단지를, 산업단지가 일자리를, 일자리가 인구를 부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길이 곧 경제’라는 말이 실현되려면 지방정부의 세밀한 후속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이번 개통은 영일만횡단대교(영일만대교) 사업과 맞물려 더 큰 그림을 예고한다. 영일만대교가 완공되면 울산에서 강릉까지, 동해안을 따라 하나의 산업·관광축이 완성된다. 그 중심에 포항이 서게 된다. ‘바다와 산, 산업과 관광, 전통과 첨단이 교차하는 도시’ 그 비전을 실현할 물리적 기반이 이제 마련된 것이다.길이 열리면 도시의 시야도 넓어진다. 산업도시의 굴뚝을 넘어, 포항은 환동해 시대를 이끄는 물류·관광·에너지 거점으로 나아가고 있다.길 하나가 도시의 체질을 바꾸고, 지역의 미래를 바꾼다. 이강덕 포항시장이 “이번 개통은 신산업 중심의 대전환을 이끄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한 이유다.포항~영덕 고속도로는 단순한 아스팔트 길이 아니다. 그 위로 흐를 물류, 사람, 관광, 그리고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11월, 동해안의 지도 위에 새겨질 이 길이 포항의 다음 10년을 여는 출발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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