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강동면 형산강 역사문화관광공원 일대는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이틀간 풍요로운 가을 장터의 흥과 시끌벅적한 주민의 웃음 한바탕으로 물들었다. 조선 시대 삼남(三南) 3대 시장 중 하나로 손꼽히던 ‘연화장(부조장)’의 전통을 되살린 ‘제2회 경주 연화장 문화축제’가 열리면서 잊혀가던 옛 장터의 명성이 현대의 축제장으로 다시 피어올랐다.이번 축제는 경주 연화장 문화축제 공동준비위원회(위원장 이병환)가 주최하고 강동면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기획한 생활형 문화축제로 ‘우리 손으로 만드는 지역 축제’라는 슬로건 아래 지역의 역사, 문화, 경제가 한데 어우러진 소통의 장을 활짝 열렸다.◆조선의 대표 시장 ‘연화장’, 현대의 문화공원에서 되살아나다 ‘연화장’은 조선 시대 경주 지역의 대표 장터로 물산이 모이고 사람과 이야기가 흘러드는 삶의 중심지였다. ‘동경잡기(1669)’와 ‘동경통지(1933)’에는 “관문에서 40리 거리의 장터로, 열흘마다 5일과 10일에 열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형산강(대천)이 연어의 주요 산지로 기록돼 있으며 일제강점기 1914년 지적도에도 강동 국당리 일대에 ‘시장’ 표기가 확인됐다. 이처럼 강동은 예로부터 형산강을 따라 물산 교류가 활발했던 상업 중심지였다. 특히 조선 후기에는 ‘보부상 조직’이 활발히 활동하며 지역경제를 이끌었는데, 이들의 지도자 김이형의 공적을 기리는 ‘좌상대 도접장 김공 이형 유공비’가 1894년 세워졌다. 이 비석은 강동이 근대 상업교류의 거점이었음을 증명하는 사료로, 주민자치위원회가 지난 3월 역사문화공원 내에 복원해 그 정신을 잇고 있다. ◆이병환 위원장, 강동의 새로운 미래 제시...“강동은 경주 변방 아니라 관문” 이번 축제 주최자인 형산강부조장계승회 이병환 회장은 경주 연화장 문화축제 개회사에서 강동의 새로운 미래 가능성을 거듭 강조했다.“강동은 더 이상 경주의 북쪽 변방이 아니라 환태평양으로 향하는 관문으로 발전할 잠재력을 가진 지역”이라며 “70여 년간 단절돼 있던 철도가 철거되고 도로가 개설되면 강동은 교통 중심지로 새롭게 변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어 “연화장 문화축제를 통해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다시 세우고 강동이 경주의 새로운 생활권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그러면서 “형산강과 재산을 잇는 출렁다리, 역사공원까지 연결되는 짚라인이 조성되면 강동은 경향 각계에서 찾는 명소가 될 것”이라며 지역 발전의 구체적 비전도 내비쳤다. ◆주민이 직접 만든 축제, 전통과 현대의 감각 공존 ‘제2회 연화장 문화축제’는 무엇보다 지역민 참여형 축제로 전통과 현대의 감각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축제의 개막은 고고장구와 하모니카 연주, 파워 댄스, 색소폰, 난타, 밴드공연 등 지역 예술인들의 무대로 시작됐다. 이어 길놀이와 ‘춤추는 보부상단’ 행렬, 떡 커팅식이 열리며 흥겨운 개회식이 이어졌다.▲행사장에는 지역 특색을 담은 먹거리·체험 부스, 로컬 플리마켓, 공예체험 공간이 다채롭게 운영됐다.국밥, 전, 묵, 달고나, 케밥, 필리핀 튀김 등 풍성한 음식들이 장터의 정취를 살렸고 도자기, 압화, 수세미, 타로, 페이스페인팅 등 체험 프로그램은 가족 단위 관람객의 호응을 얻었다.특히 ▲로컬 장터에는 지역 농민들이 직접 재배한 채소, 과일, 고추 등 농산물이 판매돼 지역 소득 증대와 상권 활성화에 기여했다. 이처럼 축제는 단순한 공연 중심의 행사가 아닌, 주민 주도형 생활문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APEC 정상회의 앞두고 경주의 문화적 위상 높일 것” 경주시 주낙영 시장은 인사말에서 이번 축제의 의미를 강조했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열리는 이번 축제는 경주의 역사와 문화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는 소중한 계기로, 지역 주민의 화합과 전통의 계승, 그리고 미래 세대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교육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김석기 국회의원은 “강동면의 아름다운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하고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을 재확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보부상 행렬과 다양한 장터가 옛 연화장의 명성을 되살리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역사·생활·경제가 함께 숨 쉬는 ‘생활형 문화축제’ 행사장 한켠에서는 ‘자료와 사진으로 보는 강동의 역사’ 전시가 열려 과거 연화장의 면모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아나바다 장터, 특산물 판매전, 주민 예술단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지며 지역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생활형 문화축제’의 모범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이병환 위원장은 “경주시내가 신라문화권이라면 강동은 유교문화와 보부상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이라며 “이번 축제를 통해 지역의 생활문화와 정체성을 되살리고 주민이 스스로 주체가 되는 자치형 축제의 모델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신형산강 프로젝트와 연계, 강동의 미래를 열다 이번 축제는 경주시의 ‘신형산강 프로젝트’와 연계해 진행됐다. 이 프로젝트는 형산강을 중심으로 한 역사·문화·생태 관광벨트를 구축하고 강동을 경주의 새로운 생활권으로 육성하기 위한 장기 전략이다.연화장 문화축제는 이러한 비전 속에서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 회복, 공동체 화합, 지속 가능한 지역문화 창출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천년고도 경주의 관문, ‘살아 있는 장터’로 거듭나다 옛 장터의 흥정소리와 지역민의 웃음소리가 다시 울려 퍼진 형산강 역사문화공원. 그곳에서 주민들이 스스로 꾸린 부스와 공연, 교류의 장은 강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경주의 북쪽 변방’이라 불리던 강동이 이제는 ‘천년고도 경주의 관문이자, 유교문화와 상업문화가 공존하는 새로운 문화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강동의 옛 연화장은 그렇게 다시, ‘살아 있는 역사문화의 장터’로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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