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화권이든 ‘설화’라고 하는, 그들 고유로 전해지는 이야기들이 있지요. 신화도, 전설도, 민담도 모두 설화의 범주에 넣을 수 있습니다. 곰이 여자로 변신하고, 하룻밤 사이에 뚝딱 성(城)을 쌓을 수 있고, 천 리 밖의 소리를 듣거나 날아다니는 등 사람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들이 가능하고 이성적 판단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황당한 내용으로 흥미 위주의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사실 설화는 그 민족의 집단적인 무의식을 반영합니다. 
 
아이들에게 재미로 들려주는 ‘호랑이와 토끼’ 이야기를 예로 들면, 힘이 센 호랑이가 동물 중에서도 가장 약한 도끼에게 번번이 골탕을 먹는 이야기는 현실에서는 힘을 가진 권력층의 억압과 횡포에 고통받던 민중이 이야기 속에서나마 권력층의 비위를 징치하려는 무의식을 담아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역에 널리 퍼진 민담 중에 ‘아기장수 설화’가 있습니다. 아기장수 설화도 다른 민담들처럼 지방에 따라 조금씩 내용이 다른 여러 버전이 있지만 그 중 많이 알려진 이야기로 ‘우투리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투리는 ‘우두머리’라는 함의를 가진 이야기 속 아기장수의 이름입니다. 
 
옛날 지리산 부근에 한 가난한 부부가 아기를 낳았는데 우투리라고 불렀습니다. 우투리는 아기 때부터 남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부부가 바깥일을 하고 돌아와서 보면 아기가 올라갈 수 없는 시렁이나 장롱 위에 올라가 있기도 해서 부부가 아이의 몸을 살펴보니 아이의 겨드랑이에 작은 날개가 달려 있는 게 아닙니까? 부부는 기겁을 합니다. 
 
아기 몸에 날개가 달렸다는 것은 장차 난세를 구할 영웅이 될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권력자들은 영웅을 반기기보다 죽이려 들기에 부부는 큰 걱정에 싸입니다.
그러나 비밀은 오히려 더 날개를 달고 퍼져서 결국 임금의 귀에 들어가고 임금은 장수에게 군사를 끌고 가 우투리를 잡아오라 하지만, 우투리가 먼저 눈치를 채고 사라집니다. 이러저러한 우여곡절 끝에 우투리는 앞날을 대비하여 콩으로 갑옷을 만들어 입고 자신이 죽음을 당할 경우, 비방을 어머니에게 알려주고 삼 년 동안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예상대로 군사들이 다시 찾아와 우투리와 전투를 벌이지만, 갑옷을 만들 때 어머니가 무심코 주워먹은 콩 한 알이 아킬레스건이 되어 결국 우투리는 전사합니다. 일러 준 비방대로 우투리를 뒷산 바위에 묻습니다. 
 
그러나 이 비방도 협박을 못 이긴 우투리의 부모 탓에 아무 소용이 없이 되고 정해진 날수보다 하루가 모자라서 결국 우투리는 뜻을 펴지 못하고 사라져갑니다.
이야기를 전하는 말이 꽤 장황해서 두서가 없지만, 결론은 금기를 어긴 어머니 때문에 권력자의 핍박을 피하지 못하고 사라진 영웅의 이야기로 끝나지만, 민중은 여전히 우투리는 살아남아 뒷날을 도모한다는 다른 여러 버전의 ‘아기장수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요즘 전방위로 우리 경제를 압박하는 미국 대통령의 언행을 접하면서, 아기장수의 이미지가 우리나라의 이미지에 겹쳐져 보이는 건 지나친 상상일까요? 온갖 역경을 짧은 기간 안에 극복한 날개 달린 장수인 우리나라를 그가 질시하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는 집권 1기 때부터 우리나라를 ‘돈 버는 기계(money machin)’라 칭하면서 한국의 방위비를 터무니없이 높게 증액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2기 집권이 시작되고 얼마 안 된 시점부터 과도한 관세 요구, 방위비 증액, 주한 미군이 임대하여 주둔한 우리나라의 토지를 욕심내더니, 심지어 우리의 경제 발전을 미국을 이용해 무임승차한 결과로 폄훼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더군요.
언젠가 가마우지를 이용해서 물고기를 잡는 중국 어부를 TV에서 본 적 있습니다. 어부는 숨쉴 수 있을 정도로만 남기고 가마우지의 목을 끈으로 묶어서 물속에 들여보내 물고기를 잡게 하더군요. 목이 졸린 가마우지는 물고기를 잡아도 삼킬 수가 없으니 어부는 가마우지의 입에서 물고기를 빼앗아 자신의 바구니를 채우더군요. 
 
배가 고픈 가마우지는 삼킬 수도 없는 물고기를 계속 잡아 올리면서 어부에게 착취당하고 있더군요. 대미 투자금으로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지불하라는 요구는 가마우지의 목을 묶어서 물고기를 빼앗는 어부의 행태와 별 다를 바 없어 보이더군요.
다행히 10월 31일 천년 고도 경주에서 APEC, 즉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개최됩니다. 역사를 두루 살펴도 우리가 먼저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을 만큼 우리는 평화를 중시해 왔습니다. 그런 우리 땅의 기운에 힘입어 각 나라가 평화로운 양보와 협력하는 자세로 함께 발전할 길을 모색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