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70대 할머니가 그릇장사를 하며 모은 전 재산 5000여만원을 대학 발전기금으로 내놓아 화제가 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대구 서구에 사는 이계순 할머니(78)는 사전 연락도 없이 불쑥 대구가톨릭대를 방문했다.
보호자도 없이 혼자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대학본부에 들어선 할머니는 5183만5090원이 든 낡은 통장 2개와 자신의 도장을 건넸다.
할머니는 “그동안 내가 안 먹고 안 쓰고 저축한 전 재산인데 이 학교에 내고 싶다.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나눠주든 공부하는 데 필요한 걸 마련하든 알아서 하라”고 말했다.
기부 배경에 대해 할머니는 “공부라고는 일제 침략기에 고향에서 야학을 잠시 다녀본 게 전부로 못 배운 게 늘 한이 됐다. 죽기 전에 젊은이들 공부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내가 가톨릭 신자(세례명 논나)인데 가톨릭 건학이념에 따라 정직하고 성실한 인재를 배출하는 대구가톨릭대에 돈을 내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아 이렇게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할머니는 30여년간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대구 중앙공원 앞, 태평로, 대구지방법원 앞 등에서 그릇 장사를 해서 돈을 모았다고 했다.
이번 기부는 할머니에게 처음이 아니다. 그는 한 푼 두 푼을 아껴 저축한 돈을 지난 1983년부터 형편이 어려운 이웃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지급해왔다.
1995년에는 대구가톨릭사회복지회에 장학금 1억원을 쾌척하고 2006년에는 대구 서구장학회에 장학금 5000만원을 내놓기도 하는 등 20여 년간 지역의 학생들과 이웃들을 돕는 데 앞장서 왔다.
돌보는 가족 없이 혼자 사는 할머니는 방 한 칸과 거실이 있는 전셋집에서 손수 밥상을 차린다. “자식 셋을 낳았는데 모두 어릴 때 죽었고 남편은 30여년 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생활이 넉넉하지도 않아 할머니는 매월 기초노령연금 9만원을 받고 있고 지난 7일에는 동사무소를 찾아가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신청을 하기도 했다.
전 재산을 다 내놓으면 앞으로 생계는 어떻게 하느냐는 학교 관계자의 걱정스런 질문에는 그저 “괜찮다”고만 했다.
대학 관계자는 “느닷없이 방문한 할머니가 5000여만 원을 학교발전기금으로 선뜻 내놓자 깜짝 놀랐다”며 “할머니의 소중한 뜻을 받들어 학생들을 위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방안을 검토중 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