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마지막 보루로 불리던 대구가 흔들리고 있다. 지지층은 무기력한 정치 현실 속에서 단숨에 판을 바꿀 영웅을 찾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인물이 급부상하며 여론의 중심에 섰다.감정의 바람은 스쳐 지나가지만, 전략의 방향은 선거의 운명을 바꾼다. 지금 국민의힘과 지지층은 감정의 바람이 아닌 정교한 전략을 세워야 할 때다.정치는 언제나 변수가 많다. 지지율의 등락, 새로운 인물의 등장,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판세를 흔든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상수가 있다.내년 6월 3일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으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다. 다만 대구를 떠났던 그가 다시 돌아오기 위해선 ‘왜 지금 돌아와야 하는가’라는 명분이 필요하다.민주당이 이 카드를 확정하는 순간, 보수의 심장에서 벌어질 승부는 전국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누가 그를 전략적으로 상대할 수 있는가’라는 냉정한 질문 앞에 서게 된다.국민의힘 내부에는 이미 다양한 이름이 오르내린다. 6선의 주호영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김상훈·윤재옥 의원(4선), 추경호 의원(3선), 유영하 의원(초선), 배광식 북구청장, 이태훈 달서구청장,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홍석준 전 의원, 이재만 전 동구청장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름의 수가 아니라, 그 이름들이 어떤 무게로 판을 흔들 수 있느냐이다.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흥행 현상은 흥미롭지만, 선거는 결승선에서 끝난다. 흥행은 잠시일 뿐, 승부를 결정짓지 못한다. 정치는 열광이 아니라 설계가 이긴다. 민주당은 사실상 상수로 굳어진 후보를 전제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구도가 형성되도록 치밀하게 판을 설계할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이 순간의 감정과 여론에 휩쓸린다면, 전략적 실패는 불가피하다. 그것은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스스로 판을 내주는 일이다.정치는 야구와 닮아 있다. 좌타자에 좌투수를 내세우듯, 상대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읽어 대응할 때 승부는 달라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돌풍이 아니라 포지션 플레이(Position play)다. 각자의 역할이 조화롭게 맞물릴 때 팀은 승리한다. 4번 타자를 마운드에 세울 수는 없다. 대구시장에는 안정과 균형을 상징하는 투수가 필요하고, 국회라는 무대에는 전투력이 강한 4번 타자가 필요하다. 팀 전체, 곧 정당 전체가 흔들림 없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승리가 따라온다.결국 핵심은 전략적 인물 선택이다. 대구 유권자들은 이제 인물의 자질, 정무 감각, 도덕성을 어느 때보다 냉정하게 평가한다. 지금은 ‘나오고 싶은 사람’이나 화제성으로 부각된 인물을 택할 때가 아니다. 상대가 가장 버거워할 인물을 세우는 것, 그것이 선거의 본질이다.국민의힘은 승리 가능성만이 아니라, 대구의 현안을 조율하고 미래 비전을 설계할 균형감 있는 리더십을 내세워야 한다. 중량감과 품격, 그리고 협력의 언어를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도층 확보다. 합리적이고 온건한 이미지를 지닌 후보여야 보수 지지층을 지키면서도 중도층을 설득할 수 있다. 이런 인물 선택은 대구시장 선거의 승리를 넘어, 전국 정치의 주도권을 되찾는 교두보가 될 것이다.대구는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취수원 이전, 산업 쇠퇴, 청년 유출 등 복합적 위기 속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투사형이 아니라 조정형·협력형 리더십이다. 감정이 아닌 전략, 공격보다 현실을 읽는 힘이 대구의 미래를 결정한다.국민의힘은 종종 전술에서는 이기면서도 전략에서는 패하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큰 그림을 설계하는 전략적 통찰력이 부족하고, 합의된 전략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력도 약하다. 보수의 심장 대구가 전략 없이 흔들린다면, 그 균열은 곧 전국 정치로 번질 것이다.결국 이번 대구시장 선거는 민주당이 꺼내든 ‘귀환 카드’와 국민의힘이 내세울 ‘진짜 대구의 토박이’의 대결이 될 것이다. 상수를 외면하는 순간, 모든 전략은 무너진다. 반대로 상수를 인정하고 인물을 전략적으로 선택한다면, 국민의힘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정치의 본질은 판을 읽는 능력에 있다. 야구에서 투수 교체 하나가 승부의 흐름을 바꾸듯, 정치에서도 결정적 선택 하나가 선거의 향방을 가른다. 읽는 힘이 곧 이기는 힘이다.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그 답을 찾아야만 국민의힘은 전국 선거의 주도권을 지켜낼 수 있다. 결국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다. 정당과 후보 모두 그 선택 앞에서 겸허함 위에 통찰을 세워야 한다. 대구 정치에서 시작되는 그 전략적 성찰이, 대한민국 정치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