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직장에서 은퇴 후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새벽마다 피어오르는 안개 속 논밭은 여전히 평화롭지만, 그 풍경 뒤에는 깊은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회관에 모여도 젊은 얼굴은 거의 없다. 지금 속도로 가면 10년 후 농촌에는 일할 사람이 사라질 것이다.농업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다. 인간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생명산업이자 국가안보의 기반이다. 그러나 현실의 농업은 각종 정부정책 속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다. 스마트농업, 규모화, 수출 확대를 이야기하지만, 대부분의 농민은 고령자이고, 기술과 자본을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다. 일시적인 보조금은 많지만, 구조적인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람의 부재다. 청년은 도시로 떠나고,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는 구조가 일상이 되었다. 농촌이 더 이상 ‘삶의 터전’이 아니라 단순한 ‘생산지’로만 인식되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농업의 미래도 없다.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농촌을 일자리의 현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단순한 농사 중심이 아니라, 농업과 관광·교육·문화·돌봄이 결합된 복합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귀농·귀촌인과 지역 청년이 함께 운영하는 체험농장, 로컬푸드 카페, 농촌형 창업공간 같은 모델이 확산되어야 한다.둘째, 정부정책은 ‘지원’이 아니라 ‘투자’의 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 단순 보조금보다 농민이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유통, 가공, 브랜드화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농업을 복지의 대상이 아닌 미래 산업으로 재인식해야 한다.셋째, 농민 교육과 디지털 역량 강화가 절실하다. 드론, 스마트팜, 온라인 직거래 등 새로운 기술은 젊은 세대만의 영역이 아니다. 고령농도 배우면 쓸 수 있다. 실질적인 수익으로 이어지는 실무형 교육이 필요하다.마지막으로, 농촌 공동체의 회복이 근본 대안이다. 마을 단위 협동조합, 공동장비, 공유창고, 마을기업이 활성화되면 농민의 부담은 줄고 연대는 강해진다. “내 밭”이 아닌 “우리 마을”이 살아야 한다.농업은 생명의 뿌리이자 국가의 근간이다. 농촌이 무너지면 도시의 식탁도 흔들린다. 농민이 존중받고, 젊은 세대가 돌아오며,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살아 있는 농촌 그것이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나라의 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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