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怪談)은 호환(虎患·호랑이의 습격)이나 마마(천연두)보다 더 무섭다. 한국 라면의 '개척자' 삼양라면은 1989년 "공업용 우지(牛脂·소기름)를 사용했다"는 괴담이 확산하면서 국민 밥상에서 추방됐다. 대법원은 1997년 무죄를 선고했지만 삼양라면은 바닥까지 추락해 농심 라면에 업계 1위 자리를 넘겨줬다. 이어 2004년 '불량 만두 사건'과 2008년 '광우병 쇠고기 파동' 등 유사한 사례가 반복됐다. 괴담은 의혹 제기 → 자극적 보도 → 대중의 공포 → 불매와 마녀사냥 → 뒤늦은 해명의 과정을 거치면서 기업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안겼다. 이런 괴담의 배경엔 정보의 비대칭과 제도 불신, 선정적 보도가 똬리를 틀고 있다. 소비자가모르는 것에 대한 불안은 상상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괴담이 가세하면 상상은 날개를 편다. '공업용', '쓰레기', '뇌송송 구멍탁' 같은 섬뜩한 단어가 횡행하면서 공포를 불러 일으키지만 실은 상상의 이미지에 불과할 뿐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저널리즘 윤리가 강조하는 '위해 최소화'(보도로 인해 누군가가 불필요한 피해를 보지 않게 하는 책임) 원칙은 뒷전이었다. 사실 왜곡보다 더 무서운 건 사회적 감정의 과열이다.삼양식품이 3일 신제품 '삼양1963'을 내놓았다. 1963년은 한국 최초로 라면이 탄생한 연도이며, 11월 3일은 익명의 투서로 '우지 파동'이 시작된 날이다. 삼양식품은 한때 금기시됐던 단어를 복원함으로써 과거의 '누명'을 정면으로 받아친 셈이다. 기업의 36년 묵은 억울함을 해소하는 상징적 '한풀이'로 비쳤다. '식족평천'(食足平天·먹을 것이 족하면 천하가 태평하다)은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창업 정신을 담은 말이다. 그의 한(恨)도 조금은 풀렸을 성싶다.괴담은 바이러스처럼 여간해선 박멸되지 않는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충격과 폭로에 반응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확인되지 않은 공포를 퍼 나른다. 허위정보는 언론의 오보보다 한 걸음 빠르고, 정정보도는 저 멀리에 있다. 괴담의 시대에 언론의 책임을 새삼 무겁게 받아들인다. 언론 보도에서 '위해 최소화' 원칙이 절실하다. 공포를 키우는 기사보다 신뢰를 쌓는 기사 쓰기가 더 어렵다. 삼양라면의 사례는 향후 언론과 사회가 다시금 되새겨야 할 숙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