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동천동 주민들을 만나 뵙고 돌아오는 길, 오래된 철로 위로 가을 햇살이 길게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그 선로는 이제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지만, 여전히 도시의 기억과 사람들의 발길을 품은 채 조용히 누워 있습니다.도심에도 숨결이 있습니다. 그 숨결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이어지고, 대화가 오가며, 추억이 쌓일 때 비로소 살아납니다. 주민들을 만나 폐철도 구간 사업 이야기를 나누며, 그분들의 걱정과 바람 속에서 도시의 숨결이 어디로 흘러가야 할지 생각해 보았습니다.경주역에서 동천을 지나 황성으로 이어지는 폐철도 구간에 도시숲길을 조성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시장님과 공무원, 그리고 의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어 간이역 17곳과 구간 활용 방안에 대한 용역을 마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들려오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다양했습니다. 누구는 주차장을, 누구는 관광열차를, 또 누구는 그 철길 위에서 다시 ‘이야기가 오가는 경주’를 꿈꿨습니다.그러나 시민들의 바람은 하나로 모입니다. “그 길이 단순한 산책로가 아니라, 경주의 또 다른 생명이 되어 달라.” 사람들은 걱정합니다. 만약 깊이 있는 계획 없이 조성된다면, 그 길은 결국 애완견 산책로로 남아 파리와 모기가 날고, 도시의 허리를 잇는 황성–동천 구간이 생기를 잃을지도 모른다고요.서울의 경의선 숲길, 포항의 철로숲길은 도심 속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스치며, 이야기가 머무는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경주도 그와 같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모방에 따른 조경사업이 아닌, 도시의 숨결을 잇는 사람 중심의 공간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황성–동천 구간은 이미 황성공원과 소금강산 생태 숲, 산업도로 녹지완충지역 산책길, 서천과 북천 산책길, 그리고 열 곳이 넘는 어린이공원이 주변에 있습니다. 그런데 또 주민들이 산책길을 요구할까요? 충효동 생태공원 처럼 문제는 사람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 이유는 교통과주차장의 불편함도 있습니다.황성–동천 구간은 시내버스 노선이 닿지 않아 시민들의 교통 불편이 큽니다. 만약 철로를 정비해 비단벌레 관광열차나 친환경 미니 트램을 달린다면 어떨까요. 시민들은 편하게 이동하고, 관광객은 경주의 숨은 문화재—굴불사지 사면석불, 백률사, 용강고분, 황성 원지터—를 따라 유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광객이 그 길을 따라 웃음 짓고, 주민들이 손을 흔들며 화답하는 풍경, 그것이 바로 도시의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순간일 것입니다.제주도의 에코랜드처럼, 자연과 사람이 함께 호흡하는 작은 열차가 경주의 도심을 누비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이미 첨성대 일대의 비단벌레차가 보여주듯, 그 길 위에 사람들의 미소와 추억이 쌓이면, 그것은 단순한 길이 아닌 경주의 새로운 미래 축이 될 것입니다.황성동천구간 바람숲길 조성 개략공사비 산출이 1,200억 원, 결코 작은 돈이 아닙니다. 그만큼의 사업을 미래세대에게 남길 거라면, 그것이 '빚'이 아닌 ‘빛’으로 환원되도록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행정은 예산을 쓰는 기술이 아니라, 삶의 가치를 설계하는 예술이어야 합니다.폐철도 위에 새로 태어날 경주의 도시숲길이 시민의 행복과 도시의 품격을 함께 잇는 경주의 숨결이 되길 바랍니다. 폐철도 위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 과거의 시간 위에 현재의 시민이 살아가는 길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길 위로, 사람들의 발걸음과 웃음이 다시 철컥철컥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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