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의 남쪽 관문인 남후면의 조용한 들녘 한켠에 자리 잡은 남후초등학교는 1935년 개교한 이후 9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마을과 함께 호흡하며 528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오랜 역사만큼 학교 담장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 있고, 운동장에는 58명의 재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맑게 울린다. 시대가 바뀌고 학생 수가 줄어드는 변화 속에서도 남후초등학교는 교육 본연의 가치를 지켜가며 지역의 중심으로 남아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학생수 감소 문제는 남후초등학교도 비껴가지 않았다. 몇 해 전만 해도 학생 수 감소로 심각한 존폐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2019년 작은학교 자유학구제가 시행되면서 남후초등학교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농촌의 작은 학교지만 학부모와 교사,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 ‘살아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올해는 신입생과 전입생이 늘어나 전교생이 50명대로 회복하며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안동 도심에서 차로 15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라는 점도 장점이다. 통학버스가 운영돼 아이들이 먼 거리에서도 안전하게 등하교할 수 있고 전입을 고민하는 학부모들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남후초등학교의 가장 큰 자랑은 ‘늘봄교육’과 ‘돌봄 시스템’이다. 방과후 시간에도 배움이 이어지는 이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꿈과 재능을 키워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예술과 체육, 창의성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교육이 펼쳐지는 것이다. 오후 5시까지 운영되는 늘봄 돌봄교실에서는 숙제도 하고 독서나 보드게임을 즐기며 친구들과 어울린다. 작은 학교지만 학생 한 명 한 명의 개성과 흥미를 존중하며 사각지대 없는 돌봄을 실현하고 있다.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행사 문화도 남후초등학교만의 자랑이다. 학교자치회를 중심으로 학생들은 어린이회의, 고민우체통, 급식신청서, 행복건의함 등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한다. ‘우리 손으로 만드는 학교행사’라는 슬로건 아래 학생들은 계획을 세우고 역할을 나누며 민주적인 참여를 배워간다. 이 과정에서 책임감과 협동심을 기르는 것은 물론 친구들과의 관계도 더욱 단단해진다. 특히 ‘다드림(多-dream) 행사’는 남후초등학교의 상징과도 같다. 이 행사는 학생들의 꿈과 끼를 자랑하는 ‘꿈 드림’,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꾸는 ‘건강 드림’, 그리고 책과 함께 생각을 키우는 ‘북 드림’으로 구성된다. 학생들은 이 무대에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뽐내고 친구들과 함께 뛰놀며 건강의 소중함을 배우고 조용히 책을 읽으며 인문학적 소양을 쌓는다. 학생들은 학교가 단순한 배움의 공간이 아니라 자신의 꿈과 성장을 서로 응원하는 따뜻한 울타리임을 배운다.이 학교는 또한 ‘상생 마을학교’라는 이름 아래 지역과의 연계를 적극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남후면에 위치한 지역 문화시설, 농촌 마을, 전통시장 등과 협력해 살아 있는 배움의 장을 마련한다. 마을 어르신에게 전통을 배우고 지역 공방에서 공예, 요리를 하며 학교 밖 마을에서 체험학습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교과서 속 지식이 아닌 ‘삶 속의 배움’을 경험한다.계절이 바뀔 때마다 학생들의 체험활동도 다채롭게 이어진다. 봄에는 안동호반길을 걷거나 숲속 생태탐사를 떠나 자연의 변화를 느끼고 여름에는 친구들과 물놀이 체험으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가을에는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누며 전통음식 만들기 체험을 하고 겨울에는 눈썰매와 스케이트 활동으로 추억을 쌓는다. 남후초등학교는 학생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10차시로 구성된 승마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승마교실은 전문 지도 강사의 체계적인 지도를 통해 학생들이 말과 교감하며 올바른 승마 자세를 익히고, 기초 체력과 집중력을 기를 수 있도록 진행된다. 학생들은 승마를 단순한 체육활동이 아닌 책임감과 협동심을 배우는 교육적 경험으로 받아들이며, 매시간 말과 함께 성장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학교로 찾아오는 체험학습도 인기다. AI, 코딩, 도예, 로봇, 안전, 진로교육 등 전문 강사가 직접 학교로 찾아와 수업을 진행한다. 교실이 곧 체험장이 되고 학생들은 세상과 만나는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 도심으로 나가지 않아도 배움의 폭이 넓어지는 이 프로그램들은 시골 학교의 장점을 극대화한 남후초등학교만의 교육 모델로 자리 잡았다. 학교의 든든한 울타리는 동창회와 학부모들이다. 오랜 전통을 지닌 남후초등학교 동창회는 매년 장학금 지원과 학교 발전기금 후원을 이어오며 모교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졸업생들은 “우리의 뿌리가 여기 있다”며 후배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런 세대 간의 끈끈한 정은 남후초등학교를 ‘가족 같은 학교’로 만드는 힘이다.학부모회 역시 학교의 가장 가까운 동반자다. 학부모회를 운영하면서 학부모들이 교사들과 협력해 학생들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또 학교의 교육 방향을 함께 논의하며 작지만 강한 공동체로서 학교 운영에 주체적으로 참여한다. 남후초등학교의 따뜻한 분위기 뒤에는 늘 학부모들의 헌신과 지지가 있다.최근 남후초등학교는 학교 환경 개선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오래된 구축 건물을 철거하고 기존 학교 건물을 증축해 밝고 따뜻한 색감으로 새단장한 학교 환경을 구성했다. 시골 학교답게 학생들이 마음껏 즐겁게 뛰어놀 수 있는 넓은 공간과 새로 만들어진 놀이중심공간, 쉼터, 그리고 개선된 실내체육관 시설은 학생들의 생활을 한층 쾌적하게 만들었다. 자연 속에서 친구들과 함께 마음껏 뛰노는 교육이 남후초등학교의 큰 특징이다. 운동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6학년 천승환 군은 “6년간 남후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 정말 많았다”며 “선생님들도 잘 챙겨주시고 수업이 신난다”고 말했다. 또 “안동의 중심지인 옥동에서 스쿨버스를 타고 15분 걸리는 학교로 통학하고 있지만 등교 때에는 늘 설레는 마음”이라며 “1학년부터 늘 같은 반으로 6학년까지 함께하는 친구들과 밀도 높은 교육 프로그램으로 학업의 성장도 피부로 느낀다”고 덧붙였다. 천 군의 어머니는 “도심보다 교육 환경이 훨씬 따뜻하고 아이가 스스로 즐겁게 학교에 간다”며 만족감을 전했다. 권태욱 교장은 “남후초등학교는 자연과 사람, 그리고 배움이 따뜻하게 어우러진 학교”라며 “규모가 작은 만큼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더 세심한 눈길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학구제 지정 이후 학교에 참 좋은 바람이 불고 있다”며 “앞으로도 학부모, 동문, 그리고 지역사회와 다 함께 힘을 모아서 우리 학생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찾아오고 싶은 학교’를 든든하게 만들어 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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