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는 진리를 팔고선사는 부처를 팔고판사는 법을 팔고시인은 시를 팔고주모는 술을 팔고가수는 노래를 팔고거지는 가난을 팔고창녀는 몸을 팔고밤마다 물위를 지나가는 달처럼모두가 제 살길 찾아 걸어가듯꽃은 붉고 버들은 푸르고산은 높고 강은 길고너는 너를 팔고나는 나를 팔고
- 홍사성의 시, '거룩한 장터'홍사성 시인이 아름다운 새 시집,‘그냥 해 보는 말’을 출간(인 북스)했다.
한 때 스님이기도 했던 시인은 문학과 불교 사이에서 고민을 하며, 삶과 죽음, 존재와 고통, 구원과 해탈이라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질문(불교로 쓴 시, 시로 쓴 불교, 시인의 뒷말)을 이 시집에서 노래하고 있다.이번 시집은 “시는 이래야 한다는 틀에 억매이지 않고 쓴, 시적 산문, 또는 산문적 시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시인의 뒷말)불교는 기독교와 달라서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붓다에게 신이란, 인간이 상상하여 만들어낸 결과물일 뿐이다. 붓다의 시선은 고통은 고통이고 부조리한 현실은 부조리한 현실 그대로 바라본다.“부처는 진리를 팔고/선사는 부처를 팔고/판사는 법을 팔고/시인은 시를 팔고/가수는 노래를 팔고/거지는 가난을 팔고/창녀는 몸을 판다““꽃은 붉고/버들은 푸르고/... 너는 너를 팔고/나는 나를 팔고. (거룩한 장터)
세상은 어찌보면 ‘거룩한 장터’이다. 모두가 삶을 위한 장터의 장사치들이 아닌가. 목사도 신부도 스님도 그렇고 판사도 가수도 시인도 창녀도... 살아가기위한 시장통의 장사치 와 같은 입장이다.삶에서 불교적 삶이란 세속과 유리된 삶이 아니라 일상의 진흙탕 속에서 연꽃을 피우는 것과 같은 것이다. 세속에서 의미가 있는 삶은 불교에서도 의미가 있는 삶이다.예수와 붓다의 공통적인 가르침은 욕망이 고통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고통에서 해방되는 것이 기독교는 구원이고, 불교에서는 해탈이다.
도덕적인 거룩한 삶, 삶의 괴로움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안을 찾게 해주는 가을이 성큼 오고 있다. 가을에는 한편의 시를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