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시 북동쪽에 위치한 사벌국면은 천년의 역사와 비옥한 상주평야를 품은 고장이다. 국도 3호선과 경북선 철도가 나란히 지나며 교통 접근성이 뛰어나고 연평균 기온 12~13도, 연강수량 1050mm로 농업에 매우 적합한 기후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신라시대 ‘사량벌국(沙梁伐國)’으로 불리던 독자적인 세력의 중심지였으며 919년 신라 경명왕의 다섯째 아들 사벌대군(박언창)이 건국한 사벌국의 도읍지로 전해진다.사벌국면의 면적은 57.37㎢며 이중 농경지는 2516ha, 임야는 2241ha다. 2115 가구 3599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주요 성씨로는 김해김씨, 순흥안씨, 경주이씨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사벌국면의 인구는 1966년 1만5402명을 정점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1970년대에는 사벌국면에 영화관이 있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1980년대 1만1000명대, 2000년대 들어 4900명대에 이르렀다가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교통이 편리해지기 전에는 시내버스가 하루 두 차례만 왕래해 주민들 대부분이 면 안에서만 생활을 했지만 현재는 상주시내로의 왕래가 자연스럽고 낙동강 다리인 상풍교가 개설되면서 풍양장을 보러 가는 주민들도 늘어났다.
도시로의 인구 유출과 고령화로 어려움을 사벌국면도 겪고 있지만 최근 들어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과 경상북도 농업기술원 이전 등 대형 공공기관 유치를 통해 새로운 활력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청년 농업인 교육과 창업 지원, 농산물 유통 거점 조성 등 혁신 사업이 연계되면서 지역경제의 기반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농업 중심의 지속가능한 정주 기반을 마련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사벌국면은 상주평야의 중심에 자리한 대표적인 농업지대다. 주요 작목으로는 벼, 배, 포도, 오이, 참외 등이 있다. 품목별로 보면 벼 1448.6ha(1376세대), 배 238.9ha(400세대), 포도 47.9ha(97세대) 규모로 재배되고 있으며 한우는 149 농가가 1만565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일조량을 바탕으로 생산된 아자개쌀, 상주배, 상주포도 등은 전국적으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으며 특히 배는 상주 전체 생산량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사벌국면 배 농가들은 품질 향상을 위한 기술 재배와 자동화 시스템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벌국면은 봄에는 복숭아, 여름에는 샤인머스캣, 가을에는 벼와 배, 겨울에는 딸기와 오이를 재배하는 사계절 복합영농 체계를 통해 안정적이고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계절별로 품목을 다양화함으로써 노동력과 수익이 균형을 이루고 단일 작목 의존에서 벗어난 지속가능한 농업 구조를 실현하고 있다. 특히 복합영농의 결실로 지난 9월 사벌농업협동조합이 신고배 16톤과 샤인머스켓 3톤을 대만으로 수출하며 지역 농산물의 우수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이처럼 다양한 작목을 효율적으로 결합한 사벌국면 농가들은 기후변화와 시장 변동에도 안정적인 소득을 유지하고 있으며 농협과 생산단체의 재배기술 지도와 병해충 방제 교육 지원으로 품질 경쟁력 또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복합영농은 이제 사벌국면의 새로운 농업모델이자 농가 소득 향상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사벌국면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유서 깊은 문화유산이 조화를 이루는 지역이다. 경천대는 낙동강이 굽이치는 절벽과 그 위에 뿌리 내린 소나무 숲은 사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며 ‘낙동강 1300리 중 으뜸’이라 불릴 만큼 아름답다. 강변에는 정기룡 장군이 용마를 얻었다는 ‘말먹이통’ 바위 등 흥미로운 전설이 남아 있고 전망대에서는 상주평야와 강의 유려한 곡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2001년 MBC 드라마 ‘상도’의 촬영지로 활용돼 전국적인 명소로 소문이 났다. 봄의 벚꽃과 가을 단풍, 겨울의 물안개 등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품은 경천대는 자연과 역사, 전설이 어우러진 상주의 대표 관광지다.또 상주박물관은 2007년 개관 이후 약 25000 점의 유물을 보유하며 상주의 농경문화와 지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교육·체험형 문화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국제승마장은 2010년 완공돼 연간 7만 명 이상이 찾는 명소로 청소년 승마교육센터를 운영하며 지역 관광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상주 화달리 삼층석탑, 정기룡 장군 유적, 전사벌왕릉, 금흔리 이부곡토성, 목가리 석조관세음보살입상, 퇴강성당 등 수많은 문화유산이 보존돼 있어 사벌국의 천년 역사를 오늘날까지 이어가고 있다. 이중 상주 화달리 삼층석탑은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탑으로 현재 경상북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보존·관리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비례와 단정한 조형미를 보여주며 신라 후기 석탑 양식의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간결하고 정제된 신라 석탑의 미를 잘 드러내고 있으며 지역적으로는 낙동강 유역의 불교문화 확산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재로 평가된다.
사벌국면 엄암리 일원에 조성된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총 사업비 1455억 원, 부지면적 42만㎡ 규모로, 2021년 12월 준공된 첨단 농업단지다. 단지 내에는 청년보육시설(교육형·경영형 실습농장), 실증단지(온실·지원센터), 임대온실, 스마트 APC(농산물유통센터) 등이 조성돼 있다. 또 청년 농업인의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28세대가 함께 마련돼 교육부터 창업, 거주까지 이어지는 정주형 농업생태계가 구축됐다. 현재 청년 농업인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직접 생산·유통을 실현하며 스마트농업의 미래를 실험하는 거점지로 발전하고 있다.
사벌국면은 내년 개원을 목표로 대구 북구에 있는 경상북도농업기술원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1908년 설립한 이후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경북 농업 연구와 기술 보급의 중추 역할을 해온 연구원은 경북도청이 안동으로 옮겨오고 나서도 대구에 존치돼 왔다. 하지만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연구시설 확장과 실험 여건이 제한적이어서 보다 넓고 농업 환경이 적합한 상주시 사벌국면 삼덕리·화달리 일원으로 이전키로 하고 약 97만㎡ 규모로에 연구동, 시험포장, 교육시설 등을 갖춘 첨단 농업연구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이어 경상북도농업기술원이 완공되면 상주시는 대한민국의 농업 수도로서의 위상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처럼 사벌국면은 청년과 기술,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미래형 농촌의 선도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천년의 역사와 풍요로운 농업, 그리고 미래 산업이 공존하는 대한민국 농촌지역의 핵심 모델이다.
장상용 이장협의회 부회장은 “상주 스마트팜에서 젊은 교육생들이 교육을 이수한 후 정착한 귀농인이 20가구 정도 돼 젊은 인구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농업인구의 노령화로 폐농이 하나둘 늘어나던 시점에 매우 반가운 일이며 사벌국면의 미래가 밝다는 증거”라고 말했다.황병현 이장협의회 총무는 “2000평 정도의 시설 영농을 하는 젊은이의 연평균 수익이 1억원을 넘을 정도로 이제는 농촌이라고 해서 소득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모든 면에서 농촌의 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있지만 결혼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인식의 전화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밝혔다.박종욱 면장은 “스마트팜 혁신밸리, 경상북도농업기술원은 물론이고 어린이정원, 국민안전체험관 등 상주시의 굵직굵직한 사업과 시설이 사벌국면에 집중돼 있다”며 “여기에 복합영농을 추진해 농가소득이 높은 편이어서 무궁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