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달력도 달랑 한 장 남았다. 또 한 해가 저물어 가는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올 한해를 뒤돌아보려니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개인적으론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폭염에 시달린 일 뿐인 듯 하다. 극한의 더위에 시달리다보니 어느사이 가을이 성큼 찾아왔다. 
 
또한 단풍이 아름답다고 느낄 겨를도 없이 얼떨결에 입동을 맞았다. 절기상 만추(晩秋)이다. 세월이 참으로 빠르다. 벌써 모 백화점에선 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상품만 모아 판매하는 코너를 만들었다는 뉴스도 있다. 하긴 불과 한 달 여 밖에 안 남은 크리스마스이다. 그러니 상업적인 이벤트를 서두르는 것도 무리는 아닌 성 싶다.
어렸을 때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왠지 기분이 들뜨고 설렜다. 십자가가 세워진 뾰족한 지붕 위에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이고 산타 할아버지 모습이 새겨진 크리스마스 카드이다. 그것을 받으면 카드 속 풍경이 마치 현실처럼 착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카드 속 서양식 건축물인 뾰족 지붕 교회가 참으로 색다르게 느껴졌다. 어디 이뿐인가. 거리 가득 울려 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럴 송은 듣기만 하여도 절로 신바람이 났다.
요즘은 소음 공해로 치부되어 지난날 그토록 거리에 경쾌하게 울려 퍼지던 크리스마스 캐럴송도 자취를 감췄다. 사라진게 또 있다.한 해를 보내며 주고받았던 연하장이나 크리스마드 카드도 아예 우리 주위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SNS의 발달로 손바닥 만 한 종이 위에 마음을 적어서 보내는 정성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옛날 옛적 일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년 말이면 연하장을 보내고 크리스마스 카드를 기다리던 그 시절이 마냥 그립다.
요즘은 산타가 허구 인물이라는 것은 대,여섯 살 어린이들도 알고 있는. 눈치다. 이와 달리 베이붐 세대만 해도 산타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이브 날 자신을 찾아 올 것이라고 다수의 어린이들이 굳게 믿고 있었다.
필자. 어린 시절엔 크리스마스이브 날 머리맡에 양말을 두고 산타할아버지가 찾아오길 기다렸었다.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떠보면 그 양말 속엔 비과, 눈깔사탕, 머리핀 등이 양말이 터지도록 잔뜩 들어있었다. 어느 해엔 예쁜 꽃고무신도 곁에 놓여있었다. 
 
훗날 안 일이지만 이 선물은 어머니가 미리 준비해 갖다놓은 것이었다.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던 필자이다. 그 때 진짜 산타할아버지가 찾아와 놓고 간 선물로 철석같이 믿곤 뛸듯이 기뻐했던 기억이 새롭다.
오늘날 인공 지능이 발달하고 삶이 기계화 돼서인가 보다. 가슴은 날로 황폐해지고 무미건조해 지는 느낌이다. 이런 세태에 사노라니 어린이들의 산타에 대한 믿음을 지켜주는 게 정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을 위하여 산타 선물이라는 픽션은 보호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어린이에게 산타가 존재한다는 것을 믿게 하는 것은 어쩌면 마음의 예방접종이나 다름 없다. 인간은 약 860 억 개의 뇌세포( 뉴런)를 지니고 태어난다. 
 
아이는 자라면서 세상 법칙, 픽션과 논픽션 차이를 배운다. 루돌프 사슴이 썰매를 끌고 하늘을 날 수 없고 산타할아버지가 온 세상 아이들 집을 단 하루 만에 전부 방문 할 수 없다는 사실도 차츰 인식한다. 그렇지만 오래된 사고방식을 전부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필자 역시 어린 시절 겪은 친숙한 광경, 소리. 냄새 등을 접할 때 마다 뇌의 정서적인 부분이 활성화 되는가 보다. 과거에 경험 했던 감정을 다시 체험하게 돼 잠시나마 행복에 젖곤 한다.
산타할아버지는 여전히 우리들 가슴 속에 살아 있다. 그러므로 산타는 널리 전파된 강력한 밈(memeㆍ문화 유전자)이라고 감히 칭할 만하다. 크리스마스와 산타 할아버지에 관한 말을 하노라니 가수 좀비고가 부른 ‘2021크리스마스 캐럴송’이 갑자기 듣고 싶다.
‘밤새워 지냈던 / 따뜻했던 그날도 / 난 너에게 그 떨림에/ 혼자 연습 하던 날/ 오늘도 긴 밤 지새우며/널 Oh 생각해요/ 가끔씩 이렇게 보내야 했던/ 그런 날 있었죠/ 너와 함께 더 기억할게요< 하략>’
이 노래를 듣자 젊은 날 크리스마스이브 날이 문득 떠오른다. 펑펑 내리는 흰 눈을 맞으며 명동거리를 밤늦도록 수많은 인파에 휩쓸리며 함께 걷던 추억 속 머슴애. 그는 지금쯤 어디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고 있을까. 안부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