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요 부산항에(1975, 황선우 작사, 작곡)’가 발표된 지 50년이 되었다. 이 노래는 ‘돌아와요 충무항에’가 원곡으로, 원곡자 김해일이 1970년 발표하였다. 이후 별 반응을 얻지 못한 채, 김해일은 1971년 12월 25일 서울 충무로의 ‘대연각(大然閣) 호텔 화재’ 사고로 운명을 달리하고 만다. 1972년 조용필은 원곡에 리듬을 더해 발표했는데, 이 곡은 뒤늦게 인기를 끌며 그의 무명 가수 생활을 벗어나는 데뷔곡이 된다.바야흐로 재일동포들이 부관훼리호(부산-하관下關, 시모노세끼)를 타고 고국인 부산항으로 밀려올 때인지라 곡은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 필자가 어릴 때도 방문단을 실은 버스가 ‘환영 재일동포 방문’ 현수막을 내걸고 시내를 다닌 게 생각난다.‘대한늬우-스’ 에서 그들을 보면 넥타이를 맨 정장과 치마 저고리 한복 차림이었는데, 어떤 남자는 목에 화장 유골함을 매고 있었다. 아마 선친이 뼈라도 고국에 뿌려 달라고 남겼으리라! 노래는3분 25초의 시요, 동포들의 눈물이자, 한 맺힌 유언이었다.‘단발머리(1980)’ ‘고추 잠자리(1981)’ ‘못찾겠다 꾀꼬리(1982)’로 폭발적 인기를 끈 조용필을 우리 할머니는 이해하지 못했다. ‘가수라면 이미자나 나훈아 같은 노래를 해야지. 쯧쯧’ 아마 그가 그런 노래를 했다면 그들의 아류 밖에 되지 못했을 것이다.그런 조용필도 1985년에 발표한 8집부터는 ‘허공’ ‘킬리만자로의 표범’ 이후 ‘Q(1989)’ ‘바람의 노래(1997)’ 등 철학적이고 도시와 현대인의 삶, 성공과 좌절, 고독 같은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담아냈다. ‘어제 우리가 찾은 것은 무엇인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 남은 것은 무엇인가?’-‘어제 오늘 그리고(1985)’. ‘내 곁에 있는 모든 것들이 정녕 기쁨이 되게 하여 주오’-‘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1987)’,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그 곳은 춥고도 험한 곳’- ‘꿈(1991)’,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바람의 노래(1997)’.2008년 8월 23일 북한 평양 류경 정주영체육관 ‘평양공연’에서 7000명 북한 관객들은 예의 정장에 차림으로 앉아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마치 장막과도 같은 객석 앞에서 노래하던 그가, 공연 중반 입담으로 분위기가 풀어져 마침내 마지막 곡을 부르자 북한에서는 이례적으로 전 관객이 기립박수를 한다. 재청곡(앵콜)으로 ‘홀로 아리랑’ 엔 감동이 더했다. 과연 남조선의 조용필이요, 그들은 한 민족이었다. 지난달 6일 광복80주년 KBS대기획 ‘이 순간을 영원히’ 에서는 9월6일 고척스카이돔에서의 ‘조용필 콘서트’ 를 방송했다. 이 날 대형 특설 무대에서, 그라운드와 스탠드를 가득 채운 관객과 함께한 공연은 가수 조용필을 다시 보게 했다. 그의 노래는 열정과 때로는 위로를 주며 2시간 반 줄곧 최선을 다하는 거장의 모습은 감동을 주었다.한편 지난 3일 ‘가요무대40주년’ 을 맞았다. 첫 방송은 1985년 11월 4일, 그때는 아득한 내가 고등학생 때이다. 코로나 특집 때 영상을 보니, 제1회에는 중견가수 ‘이미자’ 가 나와서 신인가수 주현미 양을 소개했다. 그녀는 한참 인기중이던 ‘비 내리는 영동교’ 를 부른다. 아!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김동건 사회자가 처음에 마흔 여섯이더니, 그도 어느새 여든 여섯이다. 대중가요라서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쇼를, 그가 품위 있고 예의어린 인사와 소개를 해 줘서 프로그램은 한층 격조가 있고 가수들은 대중예술인으로 평가된다.1987년 7월 6일 방송한 ‘리비아 특집’에서 열사의 사막 중동 리비아, 모래폭풍이 몰아치는 건설 현장에서 故 현철이 ‘사랑은 나비인가봐’ 를 노래한다. 이 날 방송에서 가수 박구윤은 현철이 입었던 녹색 양복, 빨간 나비 넥타이에다 무대가 아닌 객석에서, 당시의 해외근로자이던 관객과 같은 노래를 불러 명장면을 재연했다. 참으로 훈훈한 무대였다. ‘40주년 기념 가요무대’에는 많은 가수들과 그 옛날 제1회 때처럼 이미자, 주현미가 참여해서 축하 무대를 꾸몄다. 지난 날의 아릿다운 가수들은 이제 원로가수가 됐다. 고인이 된 송대관도 가요무대 출연을 앞두고, 갑자기 별세(2025. 2 .7)했다고 한다. 항상 옆에서 노래를 부르던 사람, 주위의 가까운 사람도 저 하늘 별이 되어서야, 비로소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것이다. 돌아보면 ‘조용필’은 한국 가요계의 축복이요, 가요무대는 행복이다. 조용필의 공연은 감동이 있고 가요무대에는 우리의 삶과 청춘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조용필의 무대가 기다려지고, 오늘도 가요무대를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