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에서 ‘융합’은 새로운 길을 여는 단어입니다. CT와 PET을 결합한 PET-CT는 암을 더 정확하게 찾아내고, 유전자 분석과 인공지능을 결합하면 암의 재발 위험까지 예측합니다. 서로 다른 기술이 손을 잡으면, 하나로는 볼 수 없던 것을 보게 됩니다.    뇌 연구도 예외가 아닙니다. 최근 미국 USC 연구팀은 EEG(뇌파검사)와 MRI(자기공명영상)를 결합해, 청소년의 불안을 더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 성공했습니다.연구팀은 13세와 15세 청소년의 뇌를 두 번 스캔했습니다. 일부는 태어날 때부터 낯선 사람이나 상황을 두려워하는 ‘소심한 기질(behavioral inhibition)’을 가진 아이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불안장애로 발전할 위험이 높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연구팀은 이런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실수를 인식하는 뇌 반응’을 관찰했습니다. 실수할 때마다 뇌파검사로 시간 변화를, fMRI(자기공명영상)로 위치 변화를 측정했는데, 각각 따로 볼 때는 예측력이 낮았지만 두 가지 데이터를 결합하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뇌파–fMRI 융합 분석’으로 불안이 커질 가능성을 25%나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앞쪽 대상피질(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 dACC)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아이는 이후 불안이 악화될 가능성이 컸고, 뒤쪽 대상피질(posterior cingulate cortex, PCC)의 활동이 늘어난 아이는 오히려 불안이 줄었습니다.    즉, 실수를 대하는 뇌의 방식이 불안을 키우기도, 완화시키기도 한다는 뜻입니다. 뇌는 실수를 ‘위협’으로 인식할 수도, ‘경험’으로 흡수할 수도 있는데, 사춘기 동안 그 균형이 달라지는 것입니다.이 연구가 당장 아이의 불안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데 쓰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뇌파G와 MRI를 결합한 새로운 접근이 청소년기 불안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언젠가 “불안이 생기기 전에” 미리 도와줄 수 있는 길이 열릴지도 모릅니다. 마음속 불안의 씨앗까지 영상으로 읽어내는 시대입니다.오늘 들으실 곡은 비올라와 첼로를 위한 2중주입니다. 이 곡에는 opus number와는 달리 WoO 32라는 작품번호가 붙어 있습니다. WoO는 독일어 "Werker ohne Opuzahl"의 약자로 opus 번호가 붙어있지 않은 작품이라는 뜻입니다.    이 곡은 베토벤이 친구 니콜라우스 즈메스칼과의 우정 속에서 태어난 작은 이중주입니다. 베토벤은 종종 그에게 장난스럽고 유쾌한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그중 하나에는 “가장 친애하는 바론 쓰레기차 기사님, 당신의 약한 시력에 감사드립니다”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아마 즈메스칼이 안경을 빌려줬던 모양입니다. 베토벤다운 유머가 묻어나는 대목입니다. 이 짧은 작품은 비올라와 첼로가 서로 주거니 받거니 농담을 주고받는 듯한 음악입니다. 마치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그 속에는 치밀한 대화의 구조가 숨어 있습니다. 비올라가 한 마디 던지면 첼로가 받아치고, 때로는 두 악기가 동시에 웃음소리를 터뜨리듯 가볍게 어우러집니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이중주처럼 밝고 장난기 넘치는 분위기를 지녔지만, 베토벤 특유의 개성이 또렷하게 드러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곡이 미완성이라는 사실입니다. 스케치만 남기고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중간에 다른 곡, 이를테면 행진곡이나 트리오 같은 급한 작업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남겨진 부분만으로도 충분히 즐겁습니다. 오히려 완성되지 않은 끝맺음이 음악의 자유로운 성격과 잘 어울립니다. 이 곡을 들으면 젊은 베토벤의 생기와 유머가 느껴집니다.    세상을 향해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하는 듯한 표정이 떠오릅니다. 음악이란 꼭 거창하고 심오할 필요가 없습니다. 때로는 이렇게 짧고 가벼운 웃음 한 조각이 하루를 환하게 밝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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