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이 무너질 때 책임을 남에게 돌리는 것은 권력자들의 습성이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그 '남'은 대개 지도자의 명령을 묵묵히 따랐던 아랫사람들이었다. 12·3 계엄 재판 양상도 그렇게 흘러간다. 최근 윤석열 전 대통령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완전히 뭘 모르는 애", "수사의 'ㅅ' 자도 모르는 놈"이라 비하하며 '손볼 대상'에 대한 불법 위치추적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심복인 김용현 전 국방장관에게도 책임을 전가했다. 김 전 장관이 언론사에 병력 투입을 제안했으나, 윤 전 대통령 자신은 "거기는 민간기관"이라며 말렸다는 것이다.실패한 지휘관들이 부하 탓을 하는 장면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킨 신군부 핵심들은 후일 역사의 심판대에 오르자 그날의 비극이 정승화 계엄사령관 연행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2016년 튀르키예 쿠데타 미수 사건 때에도 수뇌부와 하급 장교들은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칠레의 피노체트, 아르헨티나의 비델라 같은 남미의 군부 독재자들도 재임 중 벌어진 인권 유린에 대해 자신이 지시한 적 없다며 부하들의 '과잉 충성' 탓으로 돌렸다.권력자들의 이러한 행태를 심리학에선 '자기보존 투사(Self-preservation Projection)'라고 한다. 자신의 권위가 훼손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오류의 원인을 힘없는 아랫사람에게 전가하는 심리다. 우리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천근만근의 무게를 가진다. 설사 농담 섞인 발언이라 해도 국군통수권자의 말이라면 전군이 움직이고 역사도 바뀐다. 그런데 윤 전 대통령은 일이 잘못되자 "내 뜻은 그게 아니었다"며 부하들의 무지 탓으로 돌리는 행태를 이어가고 있다.비판을 견디지 못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며 자신이 가장 잘 났고 책임을 남에게 미루는 나르시시스트라는 낙인을 윤 전 대통령에게 찍긴 아직 이르다. 무엇보다 재판이 끝나지 않아서다. 그래서 이제라도 "모든 것은 내 탓이니 부하들에게 책임을 묻지 말아달라"고 호소했으면 한다. 그것이야말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강골 검사' 출신 윤석열의 말을 믿고 표를 던진 국민에게 최소한의 위로가 되지 않겠나.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