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영지초등학교는 불국사에서 서남쪽으로 약 5㎞ 떨어진 아사달과 아사녀의 설화를 간직한 영지 옆에 자리잡고 있다. 고대인의 아련한 사랑의 슬픔을 가진 설화 현장인 영지에 의지해 성장한 영지초등학교는 1942년 개교했으며 그동안 339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2021년 작은학교 자유학구제가 실시된 영지초등학교는 한때 학생 수가 25명까지 줄어들었지만 입실·불국사 지역 학생들이 전학을 오면서 다시 활력을 되찾고 있다. 현재 48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영지초등학교는 천년고도 경주의 아름다운 문화유산과 자연 속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 커다란 장점이다. 학교와 인접한 영지는 물론 멀지 않은 곳에 불국사가 위치해 있어 학생들은 역사와 문화 속에서 자란다. 영지초등학교는 개교한지 80여년 동안 지역의 오랜 교육 터전으로 자리해왔다. 또 외동읍 지역의 중요한 문화자산으로서의 역할도 해 왔다.
영지초등학교의 가장 큰 특징은 계절별 체험학습이다. 봄에는 지역 관광지 탐방, 여름에는 물놀이, 가을에는 도시문화체험, 겨울에는 스케이트나 스키체험 등 다양한 계절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5, 6학년 학생들은 2년에 한 번씩 제주도로 2박 3일 수학여행을 가는 등 농촌지역 학생들이 경험하기 힘든 부분을 많이 채워주기 위해 체험학습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 특히 영지 둘레길 걷기 행사는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모두 참여해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함께 걷는 교육가족 축제다.아침마다 운영되는 아침 늘봄 프로그램도 인기다. 전교생이 통학버스를 통해 등교하는 만큼 일정상의 이유로 아침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아 학생들은 하루의 시작을 책 읽기, 음악 감상, 운동장 바르게 걷기 등으로 활기차게 열며 작은 학교만의 여유로운 하루가 시작한다.
최근 영지초등학교는 유–초 이음 교육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병설 유치원과 협력해 입학 전 학생들이 초등학교 환경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돕고 초등 저학년 교사와 유치원 교사가 함께 협의하는 연계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영지초등학교는 단순한 입학 준비를 넘어 연속적인 성장 경험을 제공하는 아이 맞춤형 배움의 학교로 자리 잡고 있다.올해 6월, 영지초등학교는 제82회 개교기념일 행사를 열었다. 전교생이 함께 참여한 이 날 행사에서는 마술 공연, 케이크 컷팅식, 장기자랑이 이어지며 교정은 웃음과 박수로 가득 찼다. 아이들은 직접 준비한 밴드, 오카리나, 댄스 공연을 선보이며 학교의 오랜 역사를 축하했다. 행사에 참석한 3학년 김나린 양은 “우리 학교 생일파티에 참가해 정말 기뻤다”며 “마술 공연이 제일 신기했고 친구들이 무대에서 춤출 때 정말 즐거웠다”고 말했다.
영지초등학교는 최근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놀이 중심 공간 재구조화 사업을 추진했다. 모두 4개 교실이 리모델링돼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탐구할 수 있는 놀이 기반 학습공간으로 바뀌었다. 교실마다 색감과 구조가 달라 학생들이 자유롭게 탐색하며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또 도서관, 강당, 컴퓨터실, 돌봄교실 등 특별실이 모두 최근 5년 내 새로 만들어져 배움과 돌봄, 놀이가 공존하는 학교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교직원들은 “작은 학교 일수록 공간이 학생들의 상상력과 자율성을 자극해야 한다”며 “학교는 이제 단순한 공부 공간이 아니라 삶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지초등학교는 학교만의 노력으로 유지되는 공간이 아니다. 지역사회와 동창회, 학부모회가 함께 어우러진 영지 교육가족의 힘이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과거 동창회는 학생들의 통학 편의를 위해 통학버스 운영을 지원하기도 했으며 현재도 다양한 행사와 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매년 열리는 영지 장터, 영지 둘레길 걷기 행사는 지역 주민과 학생, 학부모가 함께하는 소통의 장이자 마을 교육공동체의 상징이 됐다. 교사들은 “작은학교이기에 가능한 따뜻한 관계와 교육이 있다”며 “모든 학생이 이름을 부르며 서로 응원하는 문화가 영지초등학교의 자랑”이라고 전했다.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학생 수가 30명 대에 불과했던 영지초는 이제 48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작지만 알찬 교육활동과 지역사회 연계, 자유 학구제의 효과로 조금씩 새로운 학생들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학교 구성원들은 이를 단순한 숫자의 회복이 아닌 학교의 생명력이 되살아난 과정으로 여긴다. 김경선 교감은 “학생이 적다는 건 단점이 아니라 학생 한 명 한 명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학생들도 학교를 가족 같은 공간이라 부른다. 학생들은 “작은학교여서 학생들의 의견이 정말 잘 반영된다”고 자부심 있게 말했다. 학생회의를 통해 전체 학생의 생각을 모아 학교에 전하고 교사들과 함께 학교를 변화시키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다. 학생회의에서 나온 의견으로 점심시간에 음악을 틀어주기도 하고, 오후 늘봄시간에 휴대폰 사용에 대한 벌점 제도도 새로 만들었다.
격투기 선수가 되고 싶다는 학생회장 최지현 군은 “도서관, 컴퓨터실, 강당, 돌봄교실 등 학교 시설이 새로 지어졌고 교실도 멋지게 리모델링 됐다”며 “공부하는 공간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서 학교 오는 게 더 즐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집에서는 다른 초등학교가 더 가깝지만 통학버스와 다양한 체험활동, 아침 늘봄 프로그램 등의 장점 덕분에 영지초등학교를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최 군은 “버스로 편하게 다닐 수 있고 계절마다 체험학습도 많다”며 “아침 늘봄 시간에는 책도 읽고 음악도 들을 수 있어서 하루가 즐겁게 시작된다”고 전했다.
김교운 교장은 “초등학교는 못자리와 같은 곳”이라며 “튼튼한 모를 기르기 위해서는 안전한 환경 속에서 다양한 양분을 고루 공급하고 본 밭에서도 잘 적응해 자랄 수 있도록 작은 모종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는 농부의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교육철학인 셈이다. 김 교장은 “모가 튼튼하면 다소 거칠고 변덕스러운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고 살아남을 수 있듯이 영지초등학교 공동체는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탄탄한 기초·기본 학습력을 바탕으로 삶의 힘을 키우며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기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영지초등학교는 앞으로도 작지만 강한 학교로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꿈꾸며 교육 공동체의 협력을 통해 지역의 문화유산과 생태를 살린 교육을 강화하고 학생 중심의 프로젝트 수업을 확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