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시 진량읍의 다문초등학교는 경상북도교육청이 추진하는 ‘행복한 작은학교’ 정책과 작은학교 자유학구제를 기반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농촌 소규모 학교다. 한때 학생 수 감소로 걱정도 있었지만 지금은 ‘작지만 더 풍성한 교육을 하는 학교’라는 입소문을 타며 학부모들의 관심을 받으며 학생수가 늘어나고 있다. 1943년 개교한 다문초등학교는 그동안 4836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현재 48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다문초등학교는 지난해부터 작은학교 자유학구제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인근의 봉황초등학교와 함께 자유학구제를 시행해 학구 경계를 넘어 학생들이 다문초등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고 올해에는 진량초등학교까지 참여 학교가 확대되면서 더 많은 학생들이 다문초등학교 전입을 고민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다문초의 전교생 수는 40명대 초반에서 40명대 후반으로 늘어났다. 대도시의 큰 학교와 비교하면 여전히 작은 규모지만 농촌 지역 작은학교의 현실을 생각하면 결코 적지않은 수다. 학교 구성원들은 이처럼 학생 수가 점차 늘어나는 변화에 대해 단순한 수치 증가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자유학구제를 통해 다문초등학교를 선택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 많은 학부모들이 가장 먼저 꼽는 장점은 ‘교사들의 세밀한 지도와 관심’이다. 큰 학교에 비해 학급당 학생 수가 적다 보니 담임교사가 학생 한 명, 한 명의 학습 특성과 성격, 정서 상태를 꼼꼼하게 파악할 수 있고 그에 맞춘 맞춤형 지도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다문초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도시의 큰 학교에 다닐 때는 아이가 힘들어해도 ‘학생이 워낙 많아서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다문초등학교로 전학 온 뒤로는 작은 변화도 바로 연락을 주시고 학습 태도나 친구 관계까지 세밀하게 살펴 주셔서 정말 든든하다”며 “아이의 생활과 마음까지 알고 계신다는 느낌이어서 너무 든든하고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학교 분위기 역시 학생과 학부모에게 큰 만족을 주고 있다. 다문초등학교는 경쟁이 치열한 도시 대형 학교와 달리 서로를 잘 알고 돕는 ‘자유롭고 따뜻한 학교’다. 전교생이 한 공간에서 자주 만나기 때문에 학년 간 벽이 낮고 형·누나·동생 같은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운동장, 놀이터, 복도 곳곳에서 1학년과 6학년이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여유로운 학교 공간 이용도 큰 장점이다. 학생 수에 비해 교실과 특별실, 운동장 등이 넉넉해 학생들은 붐비는 복도 대신 넓고 한적한 공간에서 자신의 속도에 맞춰 놀이와 배움을 이어간다. 도서관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특별실에서 소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학교 곳곳의 쉼 공간에서 친구와 담소를 나누는 풍경은 다문초등학교의 일상이 됐다.특히 많은 학생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끼며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부 학생들은 다문초등학교로 전학 온 뒤 눈에 띄는 변화를 보였다. 한 학생은 큰 학교에서 늘 ‘조용한 아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아이’로 불리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다문초에서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역할놀이, 프로젝트 수업, 경제교육 활동 등에서 자신의 장점을 마음껏 발휘하며 “학교가 재미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 담임교사는 “작은학교이기에 가능했던 변화”라고 말한다. ‘여유로운 학교’라는 장점을 가진 다문초등학교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작은 규모를 활용해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을 촘촘하게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교육과정 선도학교로 지정된 다문초등학교는 전 학년·전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경제교육 활동을 대표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다.다문초의 경제교육은 단순히 용돈기입장을 쓰는 수준을 넘어선다. 학교 전체가 하나의 작은 사회로 설정해 직업 활동, 세금, 소비, 저축, 기부, 투자 등 실제 경제 활동을 프로젝트 중심으로 체험하게 한다. 학생들은 스스로 맡고 싶은 직업을 선택해 급여를 받고 교실 안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거나 친구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며 합리적인 소비를 연습한다. 일정 금액을 저축해 이자를 계산해 보고 기부나 공공재 개념도 자연스럽게 배운다.교사들은 이 과정에서 수학·사회·도덕 등 교과 내용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살아 있는 교과 수업’을 만든다. 예를 들어, 비율과 그래프 단원에서는 경제활동 결과를 표와 그래프로 정리하고, 도덕 시간에는 정직한 거래, 노동의 가치, 나눔과 공동체의 의미를 함께 이야기한다. 작은학교지만 오히려 학생 개개인의 참여와 토론이 활발한 수업이 가능한 이유다. 큰 학교와의 교류도 활발하다. 다문초등학교는 인근 진량초등학교와 함께 ‘도농 이음교실’을 운영하며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는 학생들이 함께 배우고 어울릴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있다. 도시 학생들은 농촌 마을과 작은학교의 매력을 체험하고 농촌 학생들은 도시 학교의 다양한 시설과 문화를 경험한다.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키우기 위한 프로젝트 수업, 공동 체험학습, 온라인 공동수업 등이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여기에 더해 경기도 지역 학생들과의 원격 화상수업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정규 교과수업뿐만 아니라 독서토론, 진로 이야기, 지역 소개 프로젝트 등 여러 주제로 교실 간 화상 연결이 이뤄진다. 학생들은 화면을 통해 다른 지역 친구들의 수업 방식과 생활 모습을 들여다보며 자신이 속한 지역을 소개하는 ‘작은 홍보대사’ 역할도 맡는다. 교사들은 “작은학교 학생이지만, 교류와 경험의 폭만큼은 큰 학교보다 오히려 더 넓다”고 입을 모은다. 교사들 또한 작은학교의 장점을 수업 속에 최대한 녹여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모든 학생의 의견이 실제 계획에 반영되고 역할 분담 과정에서 소외되는 학생 없이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이는 곧 자신감과 책임감으로 이어지고 학습 동기를 끌어올리는 힘이 된다.학교 공간 역시 교육 프로그램과 맞물려 변화하고 있다. 경제교육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교실 한편에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가게, 은행, 상담 창구를 상징하는 코너가 생겼고 도농 이음교실과 원격수업을 위한 화상 장비와 발표 공간도 꾸며졌다. 작은 교실이지만 시시때때로 모양을 바꾸며 프로젝트의 무대가 된다.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6학년 김규미 양은 “집은 하양읍에 있지만 10분 정도 총학버스로 등하교를 하면서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작은학교의 평화롭고 밀도 있는 학업의 장점에 매력을 느낀다”며 “우리 학교의 학생들 중에는 다수 속에서 묻히는 학생이 없다”며 “선생님과 함께 충분한 대화를 나누며 우리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경 교장은 “작은학교 자유학구제는 단순히 소멸돼 가는 학교에 학생 수를 늘리는 제도가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학교를 선택해 행복한 배움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장치”라며 “다문초등학교로 전학 온 학생과 학부모님들이 교사들의 따뜻한 관심, 자유롭고 여유로운 학교 분위기,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씀해 주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문초등학교는 규모는 작지만 교육과정 선도학교로서 경제교육, 진량초등학교와 함께하는 도농 이음교실, 경기도 학생들과의 원격수업 등 큰 학교보다 훨씬 더 다양한 교류와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작은학교의 장점을 살려 더 촘촘한 배려와 더 넓은 경험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작은학교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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