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시 용성면의 한적한 들녘 한가운데 조용하지만 단단한 울림을 지닌 학교가 있다. 1922년 개교한 이래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경산 지역의 배움터 역할을 해온 용성초등학교다. 한때 1500명이 넘는 학생이 다녔던 이 학교는 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작은학교가 됐지만 오늘날 다시 선택받는 학교로 주목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작은학교 자유학구제와 학교 구성원들의 꾸준한 노력이 있다. 그동안 8288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용성초등학교는 현재 47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용성초등학교는 2020년부터 작은학교 자유학구제를 추진해 경산 동부초, 사동초, 옥곡초, 평산초 학생들이 학구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선택해 전학 올 수 있는 학교로 지정됐다. 그 효과는 숫자로 분명히 드러난다. 2020년 4명을 시작으로 2021년 7명, 2022년 4명, 2023년 7명, 지난해 2명, 올해 3명의 학생이 자유학구제를 통해 용성초등학교의 문을 두드렸다. 올해 11월 현재 전교생 47명 가운데 24명, 즉 절반이 넘는 학생이 자유학구제 유입 학생이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는 학생 수가 70명대로 꾸준히 증가했지만 최근 용성면 관내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전체 학생 수는 감소세로 전환됐다. 하지만 자유학구제 유입 학생들이 완충 역할을 하며 감소의 기울기를 완만하게 만들고 있다. 작은학교 자유학구제가 단순한 숫자 늘리기가 아니라 학교의 생존과 교육 다양성을 지탱하는 실질적 장치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자유학구제를 통해 용성초를 선택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이유는 분명하다. 다양하고 꼼꼼한 교육과정과 방과후 프로그램, 작은학교만의 따뜻한 감성과 포근한 분위기, 그리고 통학버스를 통한 편리한 등하교가 대표적인 이유로 꼽힌다. 용성초등학교는 현재 2대의 통학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 대는 자유학구제 학생들을 위해 경산 시내 방면을 임차해 운행하고 다른 한 대는 학교 자체 버스로 관내 학생들을 수송한다. 자유학구제 학생들은 최대 20km 떨어진 곳에서 통학하고 있으며 관내 역시 육동 등 학교에서 7km 이상 떨어진 지역이 많아 통학버스는 사실상 작은학교를 살리는 핵심 인프라다. 도보 통학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 통학버스는 교육 선택권을 넓히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으로 기능하고 있다.용성초등학교의 저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1922년 용성공립보통학교로 문을 연 이래 2022년 개교 100주년을 맞아 ‘걸어온 감동 100년, 달려갈 희망 100년’이라는 슬로건 아래 총동창회가 열렸고 100년사 발간과 기념 조형물 설치를 통해 학교의 역사를 정리하고 미래를 다짐했다. 동창회는 매년 600만 원의 발전기금을 기탁하며 후배들을 응원하고 있다.
용성초등학교의 교육은 분명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 핵심은 ‘당당하게 나답게’ 성장하는 학생들이다. 이를 위해 인성·리더십·진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서예교육, 텃밭 가꾸기, 야외무대 버스킹, 학교장 인증제를 운영하며 자신감과 도전 정신을 기르고 있다.예술·독서·창의 영역에서는 창작 놀이터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바이올린, 가야금, 오카리나, 판소리, 샌드아트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이 정규·방과후 교육으로 운영되며 북콘서트와 독서골든벨을 통해 독서교육도 함께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로봇·코딩 교육을 더해 미래 역량까지 챙긴다. 건강한 삶에 ON 프로그램은 체력과 놀이 중심 교육을 실천한다. 국궁, 풋살, 배드민턴 학교스포츠클럽 운영은 물론 짚라인과 인라인스케이트장 등 놀이형 공간을 조성해 학생들이 몸을 움직이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용성초등학교를 상징하는 대표 사례는 학교스포츠클럽 국궁부 ‘용성활량’이다. 올해 3월 모집 당시 전교생 45명 중 27명이 지원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고 기본 테스트를 거쳐 20명이 정식 활동을 시작했다. 5월 2일 창단식을 기점으로 매주 3회 아침 시간에 전통 사법과 사풍을 익히며 집중력과 체력을 길러왔다. 교내대회를 통해 단계적으로 성장한 학생들은 지난 9월 경북학교스포츠클럽 국궁대회에서 준우승, 이어 열린 제1회 의암 손병희배 전국 청소년 활쏘기 대회에서는 단체전 1~3위 석권과 개인상 다수 수상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작은학교, 신생 동아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의미 있는 결과다.용성초등학교의 교육은 ‘남다른 생각, 배려하는 행동, 꿈을 가꾸는 어린이’를 기르는 데서 출발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학교는 네 가지 교육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먼저 학생들이 서로 돕고 배려하며 살아가는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공동체 의사소통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둔다. 또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스스로 질문하며 탐구하는 창의적 사고력을 기르는 교육을 지향한다. 여기에 즐겁게 배우고 스스로 학습하는 힘을 키워 주는 지식정보처리 역량, 그리고 몸과 마음이 조화롭게 성장하도록 돕는 심미적 감성과 자기관리 역량을 교육 목표로 삼아 전인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학교 교육은 여섯 가지 중점 영역으로 운영된다. 먼저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올바른 생활 습관을 형성하고 소양과 감성을 기르는 문화예술교육과 계절 체험 중심의 나눔 활동을 경험하도록 한다. 또 관계 능력 향상 교육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존중하는 맞춤형 교육을 확대하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체 생활을 강조한다. 학교는 학생들의 개인 능력 신장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기초·기본 학력을 탄탄히 다지는 한편, 꿈과 끼를 발견할 수 있는 진로 교육을 병행하고, 체력과 예술 감성을 고르게 키우는 교육을 통해 균형 잡힌 성장을 지원한다.
미래 사회를 대비한 글로벌 인재 양성 역시 중요한 교육 축이다. 창의성을 키우는 탐구·과학 교육, 인공지능과 디지털 역량을 기르는 정보 교육, 환경과 생태 감수성을 키우는 지속가능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변화하는 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와 함께 안전하고 쾌적한 인적·물적 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 학생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쾌적한 교육 환경 속에서 모두가 행복한 학교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교육복지 실천을 강화한다. 마지막으로 수요자가 만족하는 교육을 목표로 한다. 학생의 특성과 학교의 여건을 살린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학부모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지역사회와 연계한 문화 체험 활동을 확대한다.이처럼 이 학교의 교육은 단순한 성취를 넘어,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감동을 주는 교육’을 지향한다. 배움의 과정 속에서 성장의 기쁨을 느끼고,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며, 미래를 향해 스스로 꿈을 키워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학교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다.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전교학생회장 장시연 양은 ““우리 학교는 시골의 작은학교지만 정이 넘치고 학교도 예쁘며 선생님들도 친절하다”며 “미술 수업과 방과후 활동에서 섬세한 지도를 받으며 화가의 꿈을 키우고 있고 국궁을 통해 전통문화도 자연스럽게 배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급식이 너무 맛있다”며 “모든 학교생활이 행복하다”고 밝혔다.
김보선 교장은 “용성초등학교는 마음이 따뜻한 학생들이 모여있는 학교”라고 말했다. 김 교장은 “다양한 특색교육활동으로 경산 시내에서 찾아오는 학생이 많다”며 “학부모들의 학교교육 만족도가 높은 학교로 수요자 맞춤형 1인 1악기, 농촌의 특성을 살린 친환경적인 교육활동, 조상의 얼을 잇는 국궁·판소리교육, 체력 증진을 위한 배드민턴, 풋살, 인라인스케이트 등의 다양한 스포츠교육, 꿈과 끼를 가꾸는 맞춤형 행복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면서 “학생들이 자기의 꿈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자기 꿈을 찾기 위해 자기가 좋아하는 것, 잘 하는 것, 그리고 가치 있는 것을 생각하며 그 꿈을 찾는데 도움을 주고자 많은 경험과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려고 한다”며 “긍정의 힘으로 삶의 힘을 키워 미래의 훌륭한 리더가 되길 바라면서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