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피켓을 든다. 어제는 경주 동천동 양정로 삼거리에서, 오늘은 경주시청 사거리에서 작은 목소리를 보탰다. 손은 차갑고 말수는 적지만, 마음만은 무겁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권력이 만들어낼 ‘1당 전체주의의 길’ 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정치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그 과정을 무시한 입법이 어떤 혼란을 낳는지 경험했다. 문재인 정권 당시 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센 반대 속에서도 다수의 힘으로 통과되었고, 그 후유증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의 선택이 오늘의 정치 불신과 제도 혼란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그런데 지금 또다시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충분한 숙의와 사회적 합의 없이, 다수 의석을 앞세운 입법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법은 특정 진영의 승리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안전장치여야 한다. 오늘은 정치의 문제처럼 보일지 몰라도, 내일은 평범한 시민의 삶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히틀러의 법률가들』과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공통적으로 민주주의의 붕괴가 폭력이 아니라 ‘합법’의 외피를 쓴 과정에서 시작된다고 경고한다. 나치 독재 역시 총칼보다 법률과 제도의 이름으로 정당화되었다. 법률가들이 명분을 제공했고, 다수는 침묵했다.지금 대한민국 정치 현실은 이 경고를 떠올리게 한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법 절차를 흔들고, 반대 의견을 비민주적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행태는 민주주의의 건강한 모습이 아니다. 다수의 힘으로 법을 밀어붙이는 순간, 민주주의는 다수 독재로 변질된다.지역에서 만나는 시민들은 거창한 이념보다 상식을 원한다. 공정한 법 집행, 균형 잡힌 권력, 그리고 책임 있는 정치다. 어느 정권이든 힘이 커질수록 스스로를 더 경계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 위에서만 건강하게 유지된다.한편으로 국민의힘 역시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야 한다.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 앞에서 다시 신뢰를 세우는 일이다. 비난보다 성찰의 비판을, 실망보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격려를, 포기보다 내일을 향한 희망을 보여줄 때다.이 추운 아침의 작은 호소가 결국 따뜻한 변화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오늘도 묵묵히 한 걸음을 내딛는 이유는 단 하나, 민주주의는 지켜내는 사람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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