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우리 서해의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서 대형 무단 구조물 설치에 몰두하고 있다. 우려만 표하던 우리 정부는 지난 4월에야 이들 구조물의 즉각 철거와 추가 설치 금지를 공식 요구했다. 우리 정부는 인공섬 같은 구조물로 해당 수역 관할권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국제법인 유엔해양법협약(UNCLOS)과 한중 어업협정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중국은 정부와 관계없는 민간 양식 시설이므로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국제사회에서 평판과 과거 사례로 볼 때 이를 믿는 나라는 거의 없다.실제로 오래전부터 중국은 비슷한 전략으로 여러 해역에서 분쟁을 일으켰다.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난사군도)의 7개 암초를 준설해 인공섬으로 만든 게 대표적 사례다. 이런 전례로 볼 때 중국은 서해의 경계 미획정 수역들도 스프래틀리 군도처럼 실효 지배가 가능하도록 영향권에 편입하려는 듯하다. 일방에 배타적 관할권이 없는 공동관리 구역인데도 중국이 대형 인공구조물을 설치하고 주변을 일방적으로 항행 금지 구역으로 설정한 건 수역 관할권을 확장하려는 공격적 도발이자 대한민국 주권을 침해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를 비롯한 미국 싱크탱크들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의 성공 모델을 서해에도 적용하려 한다고 경고한다. 이런 양상의 행보를 '회색지대 전략'(Gray Zone Strategy)으로도 정의했다. 무력 사용 없이 전면전을 유발하지 않는 모호한 경계를 유지하며 비군사적 도발을 계속해 실익을 얻고 현상을 점진적으로 변경해 기정사실로 만들려는 방식을 뜻하는 용어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회색지대 전략 같은 기만적 작전에 능통하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중국이 미국과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주요하게 내세운 전략인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fare)도 궤를 같이한다. 하이브리드 전쟁이란 군사 행위와 비군사 조치를 적절히 안배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개념을 담고 있다. 현재 서해 PMZ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이런 중국의 본성을 잘 이해한 상태에서 다뤄져야 한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엄중한 상황일 수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