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에 경험만큼 큰 자산은 없다. 그러나 경험엔 한계가 있다. 이 때 한 권의 책으로부터 얻는 간접 경험은 삶에 많은 도움이 된다.
이는 한 권의 책 속엔 교양, 지성, 정보 등이 수두룩하게 내재돼 있어서이다. 이런 독서의 유익함 때문에 ‘책은 인생 바다를 가장 멀리 항해 시켜주는 배’라고 일렀나 보다. 하지만 평소 책이 안겨주는 고마움을 간과하고 있다. 아마도 예전처럼 책이 희소가치가 없어서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파트 쓰레기장엔 멀쩡한 책들이 버려지곤 한다. 이런 책들을 발견하면 왠지 아까운 생각이 앞선다. 볼만한 책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골라서 집으로 싸갖고 오기 예사이다. 이 때 빈번히 가족들한테 들켰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 안 그래도 서재며 소파 위에 나뒹구는 게 책인데 남이 버린 책을 왜? 주워 오느냐?” 라며 못마땅해 했다. 이는 책의 소중함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한 달이면 여러 권 책이 집으로 배달되곤 한다. 아무리 바빠도 문예지나 개인 저서로 보내온 책은 밤을 꼬박 새워서라도 읽는다. 문예지 같은 경우 발행인 및 편집 위원들이 흘린 땀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 저서인 경우엔 그 고초가 더 심하잖은가. 글 한편 쓰기에도 피를 말리는 일이다. 하물며 그것을 편집하고 책 제목을 고민하는 일이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책이 발간되기까지는 수 백 만 원 비용도 발생한다.
그럼에도 요즘 지천인 게 책이다 보니 소중함이 별반 없는듯하다. 이로보아 책은 서점에 가서 구입해 읽어야 원칙이다. 즉 책값이 아까워서라도 아껴서 읽는다면 지나치려나. 그러나 대부분 문인들은 자신이 발간한 저서를 주위 사람들에게 공짜로 배포 한다.
필자도 매한가지다. 하지만 요즘은 상대방이 원해야 책을 보내고 싶다. 왜냐하면 애써 책을 발송하면 어렵사리 보낸 책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기 일쑤여서이다. 어떤 이는 작년에 보내준 책을 겉봉도 안 뜯고 지내다가 우연히 그 집 서재에서 발견한 적도 있다. 오죽하면 누군가가 책을 한 권 달라고 하면,“ 장롱 받침이나 냄비 받침으로 사용 하진 마세요.” 라는 우스개소리 까지 할까.
책 한 권 발간하기가 참으로 어렵고 힘들다. 책을 발간 안 해 본 사람은 그 고충을 헤아리지 못한다. 필자 역시 문단 입문 30여 년 동안 고작 저서 6권 밖에 발간 못했다. 이는 경제적인 문제보다, 책 발간에 따른 고생이 심하다보니 엄두가 안 나서이다.
요즘은 전자책도 발간돼 손쉽게 스마트폰을 통하여 읽는 시대이긴 하다. 그러나 필자는 구세대여서인지 몰라도 아직도 침을 묻혀 책장을 넘기며 읽는 것을 즐긴다.
흰 눈이 소리 없이 쌓이는 긴 겨울밤, 쏟아지는 잠에 무거운 눈꺼풀을 가까스로 치켜뜨면서까지 독서를 한다. 독서 삼매경에 빠져 책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종이가 내는 ‘사그락, 사그락’ 소리를 듣노라면 갑자기 잠이 저만치 달아나는 느낌이다. 특히 수필집일 경우 꼭 3번씩 정독한다.
그럴 때마다 작가정신을 헤아리면서 읽는 게 몸에 뱄다. ‘어쩌면 이렇듯 작자가 깊은 사유와 관조로 비 형태적, 혹은 대비적이며, 서술적이고 설화적으로 명작을 잘 꾸렸을까?’ 라고 무릎을 치며 말이다. 
 
감흥을 안겨주는 한 편의 수필 행간 행간마다 시적 정서, 시적 이미지, 시적 음향 등이 오롯이 내재 된 작품인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이런 감동이 어찌 수필집에만 국한 되랴. 소설, 동화, 시조, 시 등등이 전부 그러하다.
‘공짜’라는 말을 논하노라니 가수 강진이 부른 ‘공짜’라는 노래를 한 곡조 뽑고 싶다.‘당신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거 공짜/하늘땅 바람소리 새소리 공짜/얼마나 좋으냐 내가 사는 이 세상/아낌없이 조건 없이 주는 게 많아/해와 달 별을 보며 꿈을 꾸는 거 공짜<하략>’
위 노래 가사를 곱씹노라니 화자가 그동안 공짜로 삶을 살은 게 많은 듯하다. 필자역시 날만 새면 아파트 정원에서 들려오는 청아한 새소리, 바람 소리도 실은 공짜였다는 것을 깨우친다.
그 중에 가장 감사한 공짜는 필자 경우 평소 장르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일이다. 이 공짜의 혜택을 안겨준 상대는 바로 문인들이 아닌가. 그 고마움을 미처 인식 못한 채 당연한 것처럼 공짜로 독서의 즐거움을 누린 듯하여 왠지 얼굴이 화끈하다. 
 
이 자릴 빌어서 그네들에게 필자가 책을 무척 아끼고 좋아해서 그랬노라고 궁색한 변명을 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이런 태도는 삶 속에서 겪지 못했던 어떤 사안과 현상을 한 권의 책 속에서 구하려는 욕심 때문이었다고 덧붙이련다. 이 욕구를 그동안 수많은 문인들 저서가 거저 채워 준 셈이다.
다시금 그동안 책을 보내온 많은 문인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진리와 지혜, 지식 등을 담뿍 담은 귀한 책을 공짜로 안겨준 문인들이어서 더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