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도개면에 위치한 도개초등학교는 조용한 농촌 마을 한가운데에서 1930년 문을 열었다. 9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도개면의 역사와 문화를 짊어지고 온 이 학교는 지금까지 4482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현재 23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도개초등학교의 역사는 곧 도개면의 역사였고 졸업생 상당수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지역의 농업과 공동체를 지탱하는 주역이 됐다. 그래서 도개초등학교는 단순한 교육시설을 넘어 마을의 기억과 정체성이 축적된 공간인 셈이다.도개초등학교는 재학생 숫자만 보면 소규모 학교이지만 이를 약점이 아닌 교육의 강점으로 전환해 왔다. 학급당 학생 수가 적은 덕분에 교사들은 학생 개개인의 학습 수준과 정서 상태를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고 학습 지도와 생활 지도가 자연스럽게 맞물리는 선순환적 교육을 이어왔다. 이 학교에서는 담임 혼자 학생을 책임지는 구조가 아니라 전 교직원이 모든 학생을 함께 키우는 구조가 작동한다. 교무회의나 협의 시간에는 특정 학년이 아니라 개별 학생의 성장 과정이 자연스럽게 공유되고 작은 변화도 빠르게 교육과정에 반영된다. 전학생이나 신입생이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 이유다. 학생들 역시 작은 학교의 장점을 체감하고 있다. 학년 간 벽이 낮아 상급생과 하급생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전교생이 함께하는 활동이 일상적으로 운영된다. 아이들은 “학교가 가족 같다”고 말하며 자신의 의견이 실제 학교 운영에 반영되는 경험을 통해 자존감과 주인의식을 키워가고 있다.도개초등학교의 교육 비전은 ‘무지갯빛 꿈을 키우는 정다운 도개교육’이다. 이는 아이 한 명 한 명이 서로 다른 색깔의 꿈을 품고 그 꿈이 존중받으며 자랄 수 있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학교는 ‘스스로 서고 더불어 성장하는 따뜻한 학교’를 목표로 인성·학력·체력·감성을 고르게 키우는 전인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기초학력 지도는 교육의 출발점이다. 국어·수학 책임지도제를 운영해 저학년부터 읽기·쓰기·셈하기 능력을 탄탄히 다지고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에게는 개별 맞춤형 지도를 제공한다. 복식학급 지원 강사와 협력 강사를 활용해 학습 격차를 최소화하는 점도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린 운영 방식이다.도개초등학교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특색교육의 일상화다. 감성 UP 인문예술교육은 독서·시·연극·음악을 통해 학생들의 내면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춘다. 사제동행 독서와 아침 독서 활동, 1인 1애송시 만들기와 시 낭송, 1인 1악기 교육과 발표회, 전 학년 연극 수업과 무대 발표는 교육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체험 PLUS 미래진로교육은 배움을 교실 밖으로 확장한다. AI·코딩·메이커 교육, 3D프린터 체험, 발명교육센터 탐방은 아이들에게 미래 사회의 기술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도개고등학교와 연계한 멘토링, 지역 시니어 원예봉사단과 함께하는 농작물 기르기 체험, 마을 문화유산 탐방은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교육의 실천 사례다.도개초등학교에서는 체험학습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다. 여름 물놀이 체험, 겨울 스케이트·스키 체험 등 계절 스포츠 활동이 정기적으로 운영되며 학생들은 놀이 속에서 기초체력과 협동심, 안전의식을 함께 기른다. 샌드아트 북 콘서트, 도담도담 꿈 축제, 학예회는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표현하는 소중한 무대다. 4~6학년 학생들은 제주도 수학여행을 통해 자연·역사·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안전체험관 견학과 진로 체험으로 삶의 시야를 넓힌다. 농촌 지역 학생들이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학교의 의지가 곳곳에 반영돼 있다.도개초등학교는 돌봄이 강한 학교로도 알려져 있다. 1~4학년 희망 학생은 누구나 무료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있으며 방과후·마을 돌봄센터와 연계해 최대 오후 7시까지 돌봄이 가능하다. 방학 중에도 독서·체육·메이커 활동 등 특색 프로그램이 운영돼 학습 공백을 최소화 한다.방과후학교 역시 전교생 대상 전액 무료로 운영된다. 요리, 방송댄스, 놀이한글, 숲체험, 영어, 합창, 난타, 첼로, 뉴스포츠, 미술, 컴퓨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학생들의 흥미와 적성을 살핀다. 이는 학부모에게는 신뢰를, 아이들에게는 안정감을 주는 교육 환경이다. 도개초등학교는 2020년부터 작은학교 자유학구제 학교로 지정돼 운용되고 있어 선산 지역 인근 학생들은 주소 이전 없이도 전입학이 가능하다. 선산·도개 방면 무료 스쿨버스 2대가 운영돼 통학 부담을 덜어준다. 특히 입학생·전학생에게 지급되는 100만 원 축하 장학금은 작은 학교 선택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중학교 진학은 선산중학교 또는 도개중학교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인근 학교와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진로 공백도 최소화하고 있다.도개초등학교의 진정한 힘은 교육공동체의 결속이다. 학부모와 함께하는 별빛캠프, 마을과 어울리는 어울림마당, 지역 축제 참여는 학교를 중심으로 마을이 다시 연결되는 계기를 만들어 왔다. 학교는 단절된 공간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자연·사람을 잇는 허브로 기능하고 있다.신라불교의 시원이 깃든 도개면에서 도개초등학교는 오늘도 학생 한 명 한 명의 가능성을 소중히 키워가고 있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이 학교의 발걸음은 농촌 작은학교가 나아갈 또 하나의 미래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5학년 김소이 양은 “작은학교여서 친구들이랑 모두 서로 잘 알고 지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김 양은 “학년이 달라도 같이 놀고 도와줘서 가족 같은 느낌이 든다”며 “선생님들이 한 명 한 명 더 세심하게 지도해 주시고 챙겨준다”고 밝혔다. 또 “학생 수가 적다보니 다양한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많다”며 “프로젝트 활동이나 체험학습에서 제가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 행복한 하굑생활을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김주현 교장은 “작은학교의 가장 큰 장점이 학생 한 명, 한 명을 정말 세심하게 살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며 “학생 수가 적다 보니 모든 교사가 학생들의 특성을 잘 알고 다른 학교보다 더 다양한 마을탐방, 스포츠체험, 예술·과학 활동 등을 폭넓게 운영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김 교장은 “학교 분위기도 가족처럼 따뜻해서 학생들이 편안하게 지내고 만족도도 높다”며 “학부모님들과의 소통 역시 빠르고 가까워 학교 운영과 교육과정에 자연스럽게 반영되고 앞으로도 이런 작은학교만의 장점을 살려 학생들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학교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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