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업무보고에 관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대통령 업무보고는 전례 없이 모든 장면이 생중계돼 국민들의 관심도 높다. 이처럼 관심과 이목이 몰리는 것은 대통령이라는 존재 자체가 주는 권위 때문이다. 모든 공직자의 운명을 쥔 인사권자이기에, 그의 말 한마디에 조직 전체가 숨죽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과 예리한 눈빛으로 공직자들을 몰아붙인다.이를 바라보는 여론의 반응은 대체로 "속이 시원하다"는 쪽이다. "고속도로에 쓰레기가 널려 있는데도 청소를 죽어도 안 한다"는 대통령의 짜증은 출퇴근길 운전자들에게 "내 속을 그대로 긁어준다"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대통령이 국민의 불편한 감정을 대신 표출해주는 데서 비롯되는 희열, '대리 분노' 효과다. 한편으로 쩔쩔매는 공무원들을 보며 안쓰럽다는 느낌도 든다. 그들의 복지부동 행태에 혀를 차면서도, 그들을 그렇게 만든 권력을 동시에 탓하는 것이다. 지도자의 '디테일'은 국민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면서 불편함도 주는 양면성을 지닌다.과거 대통령의 호통은 철저히 비공개였다. 수출 경제 관련 수치에 집착했던 박정희 대통령은 자신의 질문에 보고자가 머뭇거리면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 거야"라며 혼을 냈다. 완벽주의자였던 김대중 대통령도 경제부처 업무보고에서 오류를 발견하면 "제대로 살펴본 것 맞아요?"라고 물어 무안을 줬다. 하지만, 두 대통령의 분노는 관료들만이 느끼는 공포였을 뿐 국민은 언론을 통해 일부만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역대 정권은 고도의 계산 아래 청와대 업무보고를 격려의 이미지로 관리해오면서 국민에게는 희망을, 관료들에게는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이 대통령은 소년공 출신으로 민초들의 삶을 체험했기에 국민이 무엇에 분노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제발 모르면 모른다고 하라"는 이 대통령의 짜증 섞인 주문은, 뒤집어보면 자신의 인생철학과 민생 코드에 맞춰 이제라도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행정에 적극 반영하라는 메시지로 봐야 한다. 다만, 이러한 업무보고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공직사회를 향한 격려도 병행되어야 리더십이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