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을 관람하는 관광객들은 신무문을 통해 청와대 모습을 볼 수 있다. 한때 권위주의 상징인 청와대가 연내 대통령 집무실이 옮겨지면서 또다시 청와대 시대가 열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르면 이해가 가기 전에 청와대 본관과 여민관에 집무실을 꾸릴 예정이다.
청와대는 개방 기간 3년 2개월 기간 동안 85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아왔을 정도로 국민의 관심은 높다. 수치로 보면 청와대 개방은 매우 성공적이다. 
 
미국 백악관이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서관 ‘웨스트윙’을 제외하고 동관 ‘이스트윙’과 중앙 관저 등 상당 부분을 개방하는 점을 참고할 만하다. 
 
대통령 경호처가 청와대로 접근 가능한 5개 진입로에서 검문·검색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하니, 청와대 모습이 과거 권위적인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보다 친근한 변모된 모습을 선보이게 되면서 국민이 기대가 크다.
이 대통령은 평소 “대통령은 머슴 중에 큰 머슴이 돼야 한다”고 했다. 다시 열린 청와대는 불통의 제왕이 아닌 ‘소통의 머슴’이 일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대통령실이 용산에서 청와대 이사가 끝나게 되는 이달 말쯤 용산 대통령실 시대는 3년 7개월 만에 마감한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청와대 귀환을 바라보는 국민의 심경은 복잡하다.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권위를 상징하는 공간이 써내려 온 ‘애증의 역사’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간 청와대는 특권과 불통, ‘구중궁궐’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역대 대통령은 하나같이 소통을 약속하며 입성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공간의 폐쇄성에 갇혀 ‘제왕’으로 변해 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하겠다”며 용산 이전을 결정했을 때 일정한 지지를 받았던 것도 정치적·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라는 국민적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불법 계엄이라는 ‘제왕적 선택’으로 그 기대를 배반했다. 이전과 복귀 과정에서 쓰인 1000억 원 넘는 예산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됐다. 대통령실 이전은 단순한 이사를 넘어 치유와 회복의 의미를 담아야 한다. 국민에게 상처를 안겨준 정치에 다시 기대를 품을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 집무실이 비서실장, 정책실장, 국가안보실장 등 3실 장이 한 건물에서 일하기로 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만 기자실과 대통령 집무실이 한 건물에 있던 용산 시절보다 언론과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