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질(八耋)에 접어드니 기억을 잘하지 못하여, 소지품 둔 장소를 찾지 못해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메모해 둔 것마저 그 위치를 기억하지 못하는 빈도가 증가하여 자탄(自嘆)을 할 때가 많아지고 있다. 동료들도 이구동성으로 기억력이 고속으로 현저하게 소멸화 되고 있다니, 그것을 단순한 노쇠현상이라고 일반화시키기에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회식 때 벗어 둔 모자를 두고 그냥 식당을 나오는가 하면, 휴대전화마저 챙기지 못하여 당황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니, 치매 전조가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
유아기에 배웠던 천자문을 아직도 망각하지 않고 외우거나 재학시절에 즐겨 읽고 외웠던 ‘초혼’, 진달래꽃, ‘국화 옆에서’, ‘청춘예찬’, ‘사미인곡’을 비롯한 저명한 문인들의 시와 가사 등을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정독을 하고 장기기억을 하기 위해 여러번 외웠던 경험 때문이다.
요즈음은 노안이라 시력이 좋지 못하지만 그래도 시간을 허송하기가 아까워서 고서를 펼쳐서 의미 깊은 구절은 반복하여 읽어 보지만 책장을 닫고 나면 기억하고 싶었던 구절이 명료하게 기억되지 않는다. 안타까운 현실 앞에 어찌 인생무상을 느끼지 않을 수 있으리. 기명, 파지, 재생, 재인 등 기억의 네 과정을 회상해 보지만 심리학적 원리도 세월을 이기지 못하는 듯하다.
경험한 내용을 획득하는 과정을 학습이라 본다면 그 경험 내용을 저장하고 재생하는 일련의 과정이 기억 즉 메모리(memory)이다. 평상시에 경험한 내용을 머릿속에 저장하고 보존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재생하여 인지하는 일련의 과정을 기억이라고 말하며, 그것은 ‘경험내용의 흔적(trace)’이라고도 한다.
기억은 감각∙단기∙장기기억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감각기억은 외부로부터의 정보가 오관(五官)이라는 감각경로를 통하여 최초의 감각수용기에 직접적 유입의 과정을 거쳐 극히 짧은 시간 동안 저장되는 기억이다. 
 
이 기억은 잠시 감각기계에 머물다가 소멸되거나, 단기기억으로 전이(轉移)된다. 전이란 선행학습이나 선행경험이 후행학습이나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영향이 후행학습이나 경험을 촉진하거나 조장하게 되는 경우를 긍정적 전이 혹은 적극적 전이라고 하며 반대로 후행학습, 후행경험을 방해하거나 억제하게 되면 이를 부정적 전이 혹은 소극적 전이라고 한다.
단기기억은 감각경로를 통하여 유입된 정보가 극히 짧은 시간 동안 감각기계에 머물고 있다가 그 경험 내용이 의식화되어 20∼30초 동안 흔적으로 남아 잠시 의식되는 기억의 유형이다. 기억내용의 단기화를 극복하기 위하여 암송, 시연 등으로 소멸을 방지하거나, 다음 단계로의 기억으로 저장하도록 노력하지만, 단기기억이 장기적으로 저장되지 못하고 의식화되지 못하면 망각(forgetting)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망각은 장기기억화된 정보를 재생하여 의식화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장기기억은 감각기관을 통하여 들어온 정보가 단기기억의 과정을 거쳐 장기적으로 저장될 때 이를 장기기억이라고 한다. 이때 단기기억으로부터의 모든 정보가 장기기억으로 저장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기억한다는 것은 장기기억을 뜻하는 것이며, 기억이 잘 안된다는 것은 장기기억화 되지 못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장기기억화 되기 위해서는 정보의 완전학습, 충분한 이해, 조직화 및 결합이 잘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습이 완전하게 혹은 유입된 정보에 보다 충분히 숙달되었을 때 파지(把持) 기간이 길어지고 쉽게 회상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으며, 그리고 학습내용이나 정보를 충분하게 이해하고 있었을 때는 보다 효율적으로 학습되고 회상도 가능해지며 새로운 사태에의 적용도 가능하게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정보의 조직화는 새로운 학습이나 정보의 기억을 쉽게 할 수 있게 되며, 새로운 정보를 기존의 정보와 관련된 것을 서로 연결할 때 기억이 잘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심리학에서 밝혀진 장기기억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으로 로시법(Loci), 정보의 요약화, 의미화, 구조화 등을 참고하면 쉽게 잊어버리는 현상을 다소 극복하여 기억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로시법은 기억할 내용이나 정보를 자기가 알고 있는 장소나 거리, 혹은 대상과 관련 시켜 기억하고 재생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창가에서 동산에 뜬 밝은 달을 바라보며 시 한 수를 외웠다고 할 때 평소에는 잊었더라도 어느 날 동산에 뜬 밝은 달을 바라보면 암송했던 시가 기억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정보의 요약화는 긴 정보를 요약해서 기억하는 방법을 말하며. 초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무지개의 일곱 색깔을 순차적으로 기억하기 위하여 ‘빨주노초파남보’와 같이 정보를 단축해서 기억하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그리고 정보의 의미화는 물건 가게의 전화번호를 ‘사고 판다’는 상거래의 ‘사고팔고’ 의미를 담아 ‘4989’로 하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그리고 정보의 구조화는 ‘596695’라는 수를 기억함에 있어서는 앞의 세 자릿수 즉, ‘596’를 기억하고 나머지는 그 수의 역인 ‘695’인 것으로 구조화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상의 방법들이 일상생활 가운데 망각을 방지하고 기억된 정보의 인출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학습의 기본인 3R’s 즉, 읽기 쓰기 셈하기와 같은 구체적인 활동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정보를 저장하는 노력이 기억을 강화하는 데 선행할 때 보다 쉽게 저장된 정보를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노인들을 모셔놓고 봉사하고 있는 ‘노치원(老稚園)’에서 치매 예방 학습으로 의미 있는 문장을 읽고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상징화시키는 우뇌훈련 접근법을 적용하는 것은 기억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학습이라 하겠다. 정신력이 초롱 같이 밝은 노년기를 보내려면, 기억을 강화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