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 한해도 벌써 며칠 남지 않았다. 연말을 맞아 송년 모임과 관변단체 모임으로 호텔과 예식장은 북새통이다. 한 해를 보내면서 지금 한국 사회는 '정신적 자원'이 고갈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거기다 정치 실종으로 더욱 그렇다. 돌이켜 보면 을사년 한해는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는 비극과 새로운 국민주권 대통령이 탄생하는 역사적인 해로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되고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가 성공을 거두어 국격은 높아졌을지 몰라도 국민의 삶은 변한 게 없고 주름살만 늘었다.    건설경기 침체로 기업들은 도산위기이다. 물질적인 풍요로 씀씀이가 늘어난 국민은 사회적으로 여러 문제에 직면하면서 경제 불안에 초조해하고 있다. 지난 50년간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약 500달러에서 3만 6000달러로 급증하는 기적적인 경제 성장을 이뤘다. 과거에는 한방에서 온 가족이 함께 자면서 가난했어도 공동체적인 유대감이 강했지만 핵 가족 시대인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전체 가구의 35%가 1인 가구이며, 30대의 70%가 미혼이다. 2030 세대 30만 명이 취업을 포기, 개인의 고립과 경쟁의 피로감이 커진 것이다.    경제적 풍요 속에서 오히려 사회적 연대와 정신적 자원이 고갈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K-컬처가 한국 사회의 '풍요와 궁핍'이 섞인 정서를 보여준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K-컬처는 단기간에 부유해진 한국 사회의 특성이 반영되어, 풍요로움과 가난했던 시절의 정서가 묘하게 섞여 있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세계인들을 매료시키는 매력으로 꼽힌다. 영화 '기생충'은 부잣집에 기생하는 가난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풍요 속의 계급 갈등을 보여준다. 떡볶이나 김밥 같은 서민 음식이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현상이나, ‘치맥' 문화가 과거 소고기 찌개로 잔치를 벌이던 기억에서 진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K팝 가사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나타나는데, 로제의 '아파트'나 데몬 헌터스의 '골든' 같은 노래는 부모 세대의 희생으로 마련된 풍요 속에서 '나만의 자리'를 찾으려는 청년들의 절규와 열망을 담고 있다고 해석된다. 지금 사회가 '정신적 자원'이 고갈되었다. 그 이유는 공동체 경험의 부재 때문이다. 영국의 역사학자 톰슨은 골목에서 함께 놀고 한방에서 생활했던 경험이 사회적 연대감을 키운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 정신적 자원이 고갈되고 공동체 경험의 기반이 사라지게 한 것은 정치가 주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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