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군의 전형적인 농촌 마을인 지품면의 한가운데서 학생들의 하루를 밝히는 배움의 공간이 있다. 지품초등학교다. 지품초등학교는 규모로 말하지 않고 관계와 밀도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온 ‘작지만 강한 학교’다. 1931년 개교해 그동안 4133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지품초등학교는 현재 29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지품초등학교는 수많은 교육환경 변화 속에서도 지역 학생들의 든든한 배움터로 자리를 지켜왔고 현재는 지품초·중학교 통합운영 체제 속에서 보다 안정적인 교육 여건을 갖춰나가고 있다. 초·중 통합이라는 구조는 단순한 행정 효율이 아니라 학생들의 성장 단계를 안정적이고 통시적으로 바라보며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다는 점에서 매우 효율적이다. 지품초등학교는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작은 학교지만 이 작은 학생수가 바로 지품초등학교의 교육 강점을 가장 잘 구현해낼 수 있는 조건이다. 이 학교의 모든 수업은 사실상 개별 맞춤형 수업에 가깝다. 교사는 학생의 학습 속도와 이해 정도를 즉각 파악하고 수업은 자연스럽게 대화형·탐구형으로 운영된다. 학습 부진이 쌓일 틈이 없고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질문하는 데 익숙하다. ‘손을 들어야 말할 수 있는 교실’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이 오가는 배움의 공간이 일상적으로 펼쳐진다.또 초·중 통합학교라는 특성 덕분에 학생들은 위축되지 않고 상급 학년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중학교 진학에 대한 불안도 적다. 이는 농촌 지역에서 흔히 나타나는 학령기 단절 문제를 완화하는 중요한 장점이다. 지품초등학교가 제시하는 교육 비전은 명확하다. ‘꿈을 가꾸고 끼를 살리는 지품교육’.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교육과정 전반을 관통하는 실천 원칙이다. 학교는 교육 목표를 세 가지로 정리한다. 먼저 심신이 건강한 학생, 그리고 창의력과 배려를 갖춘 학생, 마지막으로 스스로 배우고 도전하는 학생이 그것이다.이를 위해 지품초는 기초학력 중심 교육, 인성·생활교육, 예술·체험 중심 교육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운영한다. 특히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가능한 교육’을 적극적으로 설계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모든 학생이 주인공이 되는 발표 수업, 전원 참여 프로젝트, 학생 맞춤형 목표 설정이 교육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지품초등학교는 기초학력 책임지도를 교육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국어·수학을 중심으로 한 맞춤형 지도는 학년 구분보다 학생 수준에 초점을 둔다. 필요할 경우 개별 보충 지도와 반복 학습이 병행되며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학습 상태를 인식하도록 돕는다.동시에 지품초등학교는 배움을 교실 안에만 가두지 않는다. 마을과 자연, 생활 속 경험이 곧 교육 자료다. 주변 농촌 환경을 활용한 생태 수업, 계절별 자연 관찰, 마을 어르신과 함께하는 세대 공감 활동은 학생들에게 ‘배움이 삶과 분리되지 않는다’는 경험을 제공한다.지품초등학교 교육의 또 다른 축은 예술·체험 교육이다. 학생 수가 적은 만큼 모든 학생이 공연·발표·체험 활동에 주체적으로 참여한다. 음악, 미술, 체육 활동은 기능 습득을 넘어 자기 표현과 협력 경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학교 행사에서 학생들은 관객이 아니라 늘 무대의 중심에 선다. 작은 발표회, 학예 활동, 체험 결과 나눔 시간은 학생들에게 성취감과 자신감을 안겨준다. 이는 대규모 학교에서 일부 학생에게만 돌아가기 쉬운 경험을 모든 학생이 고르게 누리게 하는 구조다. 지품초등학교는 돌봄과 교육을 분리하지 않는다. 방과후 시간과 돌봄 시간은 단순한 보호가 아니라 놀이·독서·체험 활동이 어우러진 배움의 연장선이다.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개별 관심과 세심한 돌봄이 가능하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도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다. 이는 학부모에게 큰 신뢰 요인이다. 맞벌이 가정이나 농번기 가정에서도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학교라는 점에서 지품초등학교는 지역 정주 여건을 떠받치는 핵심 기반으로 기능하고 있다.지품초·중 통합운영 체제는 교육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학생들은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새로운 환경에 던져지지 않고 익숙한 공간과 관계 속에서 중등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이는 학습 공백과 정서적 불안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교사 간 협업 역시 활발하다. 초·중 교사가 학생의 성장 과정을 공유하며 지도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진로를 장기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지품초등학교는 이 구조를 통해 ‘작은 학교이기에 가능한 연속형 성장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지품초등학교는 마을과 분리된 공간이 아니다. 학교는 마을 행사에 참여하고, 마을은 학교 교육활동을 응원한다. 이런 상호 관계 속에서 학교는 지역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수행한다. 학생 수 감소라는 농촌의 구조적 한계 속에서도 지품초등학교가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이 학교가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지키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사라지면 마을도 사라진다는 인식 속에서 지품초등학교는 지역과 함께 숨 쉬고 있다.지품초등학교는 크지 않다. 그러나 이 학교가 보여주는 교육의 밀도와 관계의 깊이는 결코 작지 않다. 학생 한 명의 변화가 곧 학교 전체의 변화로 이어지고 그 성장이 지역 공동체의 희망으로 확장된다. 지품초등학교는 교육은 얼마나 많은 학생을 가르쳤는가가 아니라 한 학생을 얼마나 깊이 키웠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믿는다.지품초등학교는 농촌 작은학교가 결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오히려 미래 교육의 중요한 실험장이자 대안 모델임을 보여준다. 삶과 배움이 분리되지 않는 교육, 학생 한 명 한 명이 존중받는 학교,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배움터라는 새로운 교육모델을 묵묵하게 보여주고 있다. 평범한 회사원이 되고싶다는 6학년 정샛별 군은 “여러 학년이 함께 어울려 떠나는 체험학습이 많다”며 “자주 가기 힘든 서울이나 대구로 형, 누나, 동생들과 함께했던 즐거운 기억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 “학생 수가 많지 않아 넓은 교실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점도 좋은 것 같다”며 “코딩, 컴퓨터, 요리처럼 재미있는 늘봄학교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어 좋다”고 했다.헤어디자이너가 되고싶다는 5학년 김다빈 양은 영덕읍에서 스쿨버스로 15분 정도 걸리는 등하교를 하고 있다. 김 양은 “3학년 때 지품초등학교로 옮겨와 지금까지 즐겁게 학교를 다니고 있다”며 “원래 다니던 큰 학교에서는 다른 학년과 어울려 놀기 어려웠는데 지품초등학교에서는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언니 오빠 동생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어서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에 다니던 큰 학교와 비교해 보니 교실이 넓고 안전해서 눈치 보지 않고 교실에서 놀 수 있는 것도 즐겁다”며 “학교로 오는 스쿨버스 안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금방 학교에 닿아 있어 아무런 불편이 없다”고 덧붙였다. 안기돈 교장은 “지품초등학교는 소규모 학교의 장점을 살려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하며 마음 놓고 실수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하는 학교라 할 수 있다”며 “이런 학교 분위기의 바탕은 학부모님들의 학교에 대한 신뢰와 지역 주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그리고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라고 말했다. 또 “초·중 통합학교라는 장점을 살려 초·중이 함께하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서로를 의지하는 것 같다”며 “다양한 체험학습을 통해 도시 문화와 공연예술, 스포츠 체험을 하고 있으며 학생 개개인의 형편을 살피는 맞춤형 지원을 위해 학교가 더욱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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