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을사년이 저물었다. 천년 도읍지 경주의 밤하늘에 마지막 숨결이 스며들고 있다. 밤을 밝히는 고도경주의 불빛처럼 대한민국의 소망이 다가오는 병오년 새해는 더 높이 더 널리 빛나기를 바라본다.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 용산 대통령실 시대 마감, 청와대의 불이 다시 켜지는 순간까지 국정은 거친 물결 위를 달려왔다. 거대한 변화 속에서 국민은 숨을 고르며 또 한 번의 새해를 맞는다. 세계 무대에서 울려 퍼진 K-POP의 리듬과 경주의 밤을 밝힌 APEC의 조명은 한국의 이름을 다시 크게 새겼다.
2025년을 보내면서 입법독주 22대 국회의 특권을 짚어본다. “금배지 다는 순간 수백 가지 특혜”가 실감 나는 해이다. 이런 특혜가 오늘날 무소불위의 국회로 타락시킨 것이 아닌지 세모에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항공사에서 받은 호텔 숙박권 특혜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반응은 유사한 사례가 빙산의 일각이기 때문일 것이다. 서민 눈높이에서는 이해하기 가지 않을지 몰라도 김병기 원내대표의 예는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특혜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할 뿐이다. 
 
지금 국민의 심경은 복잡하다. 무소불위의 국회를 제어할 수 없는 데 문제가 있다. 여대 야소의 1당 독재의 22대 국회는 다수당이 옥상옥 법 개정과 밀어붙이기식 국회 운영으로 여당은 있고 야당은 없는 국회로 낙인찍혔다.
국민의 의사와 무관한 수많은 법을 양산해 국회 사상 최악의 국회로 기록되고 있다. 나라가 너무 혼란스럽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중심을 잃고 있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묻고 싶다. 법조인도 이해할 수 없는 법을 무더기로 남발한 데 대한 배경 설명이 궁색하다. 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 법들이 그대로 통과되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는 법안 발의는 왜 없는가.
호텔 숙박권 물의에 고개 숙인 김병기 원내대표는 사생활 비위로 원내대표직을 던졌지만 정말 양심 있는 국회의원이다. 특권을 마음껏 누려온 국회의원들이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잘못을 시인한 것이다. 국회의원의 ‘특권 수백 가지’ 근거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사실이 아닌지 국회가 숨기고 있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는 다수당의 결단만 남았다. 이 문제는 새 국회가 개원될 때마다 외쳤으나 공염불이 된 이유는 양심 있는 국회의원이 과반의석을 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불필요한 법을 마구잡이로 만들어내면서 특권은 왜 내려놓지 않는가.
나라가 바로 서려면 국회가 개혁돼야 한다. 의정활동 수행에 불필요하고 과도한 특권은 구체적으로 검토해 국회의원 특권 개혁안을 발의해야 한다. 법 제정에 시민단체들이 여러 차례 촉구했지만 마이동풍이다. 시민단체들은 가장 중요한 것으로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폐지, 의원 세비 결정 방식 개선 등을 꼽았다. 국회의원 특권 연봉이 1억6000만 원이다. 
 
이 밖에 국회의원 한 명당 총비용은 급여 보좌진(4급 2명, 5급 2명, 6급에서 9급 4명, 인턴 1명) 인건비, 사무실 운영 경비 및 출장비를 포함하면 약 7억에서 8억 원에 이른다. 연간 7억이라고 가정했을 때 임기 4년 동안 28억 이상을 지급받게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300명이며 4년 동안 지급되는 기본급여 및 예산은 8400억 원 이상 나오는 것으로 보여진다. 거기다 상임위원장 판공비 등 이것저것 합치면 1조 원을 육박한다. 영원한 재야 장기표 선생이 암으로 별세하기 전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국회의원의 부패와 특권은 1980년대 군사독재 정권 시절보다 심각하다.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에 대한 공천권을 행사하면서 뇌물을 받고 출판기념회를 통해서 검은돈을 받기도 한다. 그의 마지막 꿈은 국회의원 특권 폐지였다.
그가 말년에 국회의원 특권 폐지에 집중한 것은 낙후한 정치권이 한국의 선진적 분야를 괴롭히고 억누르고 훼손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불체포특권을 폐지하는 정도로는 특권 폐지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 폐지는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회의원의 급여를 대폭 낮추는 등 180여 가지나 되는 특권을 없애야 한다.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정쟁을 멈추고 국회 개혁에 나서야 한다. 국민과 국회가 거리를 좁힐 수 있게 이번 기회에 과거 셀프 개혁과 다른 진짜 국회 개혁을 제대로 해야 한다.
재야정치인이 남긴 말은 오늘의 정치 상황을 대변했을 뿐이다. 썩은 정치, 막가는 국회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 얼룩진 을사년을 보내면서 병오년 새해엔 정신 나간 국회가 이성을 되찾아 특권을 내려놓고 입법폭주 없이 정부와 여야의 협치로 정상적인 민생 국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