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과 보좌진 관계는 '협업'이 아니라 '위계'로 맺어져 있다. 국회의원은 보좌진에 대해 절대적 인사권을 가진다. 임용도, 면직도 국회의원의 뜻대로 결정된다. 법적으로는 합법이지만, 현실에선 언제든 칼이 될 수 있는 권한이다. 공적 책임은 국회의원이 지지만, 실행과 관리, 위험 부담은 보좌진이 떠안는 구조다. 정책 실패도, 정치적 사고도 현장에서 처리하는 쪽은 보좌진이다. 관계가 유지될 때는 '정치적 동반자'지만, 균열이 생기는 순간 보호막 없는 '을'로 전락한다. 갈등을 조정할 제도적 완충지대도 없다.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으면 남는 것은 폭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전직 보좌진 간 갈등이 이를 드러낸다. 텔레그램 단체방 대화 공개로 시작된 진실 공방은 직권면직 논란, 보복성 해고 의혹, 가족 특혜 시비로 번졌고, 결국 고소·고발전으로 비화했다. 보좌진은 내부자이기에 가장 많은 정보를 쥐고 있다. 해고된 이후엔 침묵해야 할 이유도 사라진다. 이 같은 상황은 단순한 감정의 앙금이 아니라 왜곡된 관계 설정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다.국회의원과 보좌진 사이의 갈등이 폭로와 법적 공방으로 이어진 사례는 여야를 불문하고 반복돼 왔다. 보좌관의 비위가 의원의 정치생명을 끊은 경우도 있었고, 반대로 보좌진이 '배신자'로 낙인찍힌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를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만 치부하면 본질을 놓친다. 절대적 인사권, 업무 범위의 무한 확장, 내부 조정장치의 부재라는 구조적 결함이 해소되지 않는 한, 비슷한 사건은 형태만 바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해법은 직권면직에 절차적 제약을 두고, 업무 범위를 명문화하며, 내부 갈등을 중재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특히 직권면직의 경우 사유 명시와 이의신청 절차만 갖춰도 자의적 해고를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국회의 특권을 줄이자는 말이 공허한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권력이 작동하는 가장 낮은 층위부터 손질해야 한다. 국회의원과 보좌진은 동지이자 운명 공동체다. 이 관계가 파국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개인의 품성이 아니라 제도의 몫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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