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폭우와 지진, 화재와 감염병까지, 위기의 얼굴은 달라져도 시민이 겪는 불안은 같다. 이때 공공서비스가 멈춘다면 혼란은 배가된다. 그래서 재난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빨리 복구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멈추지 않을 수 있느냐’다.포항시시설관리공단이 국제표준 ISO 22301 인증을 취득했다는 소식은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으로 읽힌다. 재해경감활동관리체계, 즉 비즈니스 연속성 경영시스템은 재난 이후의 복구보다 재난 속에서도 기능을 유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기준이다. 공공기관에는 선택이 아닌 책임의 영역이다.ISO 22301은 단순히 매뉴얼을 만들어 두는 것으로는 통과할 수 없다. 재난 유형별 영향 분석부터 핵심 업무 선별, 인력·시설·정보의 우선 복구 순서까지 실제 상황을 가정한 체계적 설계가 요구된다. 여기에 반복적인 훈련과 점검이 뒤따르지 않으면 ‘종이 인증’에 그칠 수밖에 없다.포항시시설관리공단은 시민들이 매일 이용하는 체육시설, 환경기초시설, 주차장 등 생활 밀착형 공공시설을 운영한다. 이런 시설이 멈추는 순간 시민 불편은 곧바로 체감된다. 공단이 현장 중심의 대응 매뉴얼을 구축했다는 점이 주목되는 이유다.이번 인증은 공단의 위기 대응 역량을 국제 기준으로 검증받았다는 의미를 넘어, 포항이라는 도시가 재난에 대응하는 행정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특히 지진과 태풍 등 크고 작은 재난을 겪어온 도시에서 이런 준비는 더욱 절실하다.다만 인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재난은 매뉴얼을 그대로 따라오지 않으며, 위기는 늘 예상 밖의 변수로 등장한다. 결국 시민의 신뢰를 지키는 것은 인증서가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 멈추지 않는 공공서비스다.재난 앞에서 행정의 역할은 분명하다. 시민이 불안해할 때, 공공은 가장 먼저 움직이고 가장 늦게 멈춰야 한다.더 나아가 이번 인증은 공공기관 조직문화의 변화를 읽게 한다. 그동안 재난 대응은 특정 부서나 담당자의 몫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ISO 22301이 요구하는 체계는 조직 전체가 위기를 공유하고 대응하는 구조다. 한 사람의 판단이 아니라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는 점에서 공단의 준비는 행정의 방향성을 보여준다.특히 주목할 점은 ‘훈련’이다. 재난 대응에서 가장 흔한 실패는 실제 상황에서 매뉴얼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공단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반복적인 교육과 모의 훈련을 실시해 왔다는 대목은, 위기 대응을 형식이 아닌 생활화된 업무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공공기관은 위기 속에서 시험대에 오른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시스템의 허점이 재난 상황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기가 끊기고, 통신이 마비되고, 인력이 분산되는 순간에도 공공서비스가 작동하는지 여부는 행정의 신뢰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포항은 이미 여러 차례 그런 시험을 치른 도시다. 촉발지진 이후 시민들이 가장 먼저 찾았던 것은 ‘누가 책임지는가’였다. 그 기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ISO 22301 인증은 과거의 교훈을 제도와 시스템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물론 시민의 눈높이는 더 높다. 인증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시설이 정상 운영되는지, 안내는 신속한지, 현장은 안전한지다. 시민들은 결과로 행정을 평가한다. 공단이 말하는 ‘중단 없는 공공서비스’가 실제 경험으로 증명돼야 하는 이유다.이번 성과가 포항시 전반의 재난 대응 체계로 확산되길 기대해본다. 공단을 넘어 시 산하기관과 민간 협력체계까지 연결될 때 도시의 회복력은 완성된다. 재난은 개별 기관이 아닌 도시 전체를 시험하기 때문이다.결국 재난 대응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준비하는 행정과 안일한 행정의 차이는 위기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포항시시설관리공단의 이번 인증이 ‘우리는 준비돼 있다’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위기의 순간 시민이 체감하는 신뢰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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