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새해를 맞아 경주의 도시 공간은 새로운 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APEC 2025 이후 경주는 공간 구조의 재편을 통해 ‘보행으로 연결되는 도시’로 거듭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세계는 ‘걷는 즐거움’으로 ‘건강을 찾는 도시’에 주목한지 이미 오래다.APEC 이후의 경주도시계획은 보행 중심의 도시회복력을 강화하는 정책으로 이어져야 하겠다. 폐쇄적 독자 공간을 시민과 방문객이 함께 걷는 개방형 네트워크로 전환시키는 일이다.APEC에 참가한 한 기자는 황성공원에서 황남동까지 자전거로 이동하며, “경주의 진짜 매력은 속도가 아니라 리듬에 있다.”고 썼다. 그 말처럼, 경주는 관광의 도시를 넘어 생활과 문화가 흐르는 “보행도시(Gyeongju on Foot)”로 거듭나야 하겠다.그 핵심에 ‘경주숲길 2025, APEC LINE’이 있다. 형산강에서 북천으로 이어지는 폐철도 구간의 창조적 재생을 제안하는 바이다.정부와 경주시는 기념공원을 조성하는 여러 구상을 내놓고 있다. 신규 부지를 물색하는 움직임은 토지 확보 문제와 예산 부담을 안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장소와 의미, 그리고 사후 활용성에 대한 고민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공원은 보여주기식 시설로 그칠 위험이 있다.경주에는 형산강에서 북천으로 이어지는 약 2.5km의 폐철도 구간이 있다. 이곳은 도시와 강, 그리고 사람을 연결하는 활성 통로가 될 수 있다. 뉴욕의 하이라인High Line이나 서울로 7017이 그렇듯, 버려진 길을 재생하는 순간 도시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새로운 풍경을 갖게 된다. 특히 서울로의 이름 ‘7017’이 1970년에 지어진 고가도로가 2017년, 17미터 높이의 보행 길로 변신한 사실을 담고 있듯, 숫자와 역사성을 담아내는 장치는 공원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경주의 APEC 숲길은 그저 녹지를 늘리는 공간에 머물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세계와 신라를 동시에 상징하는 고안들을 심어 넣음으로써, 걷는 길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책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아이디어를 내고 싶다.우선, 회의가 열리는 2025년을 기념해 2,025미터의 길을 특별 구간으로 조성한다. 이 길을 걷는 시민과 방문객은 자연스레 이번 회의의 의미를 체감하게 될 것이다. 또 21개 회원국이 각각 자국의 화단을 가꾸도록 한다면, 길 위에는 세계가 어깨를 맞댄 다채로운 정원이 펼쳐질 것이다. 천년고도 경주의 뿌리를 드러내는 전략도 필요하다. 신라 56대 왕을 기려 56종의 나무를, 992년의 신라 역사를 상징하는 992그루 심는다면, 숲길은 단순한 조경지가 아니라 살아 있는 역사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이러한 구성은 보기에만 좋은 일회성 기념물에 머물지 않는다. 생명을 다한 철길을 재생해 시민의 산책길로 바꾸는 과정은 도심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다. 돌아서고 담장 쳐서 외면했던 주변이 마주하며 가슴을 여는 장면으로 변화한다. 과거 산업시대의 철도길이 이제는 보행과 예술, 생태가 공존하는 길로 바뀌는 것이다.뉴욕의 하이라인은 낡은 고가철도를 문화공원으로 전환시켰고, 서울의 서울로7017은 콘크리트 도로 위에 시민의 길을 열었다. 무엇보다도 APEC 회원국 정원들이 모여 있는 숲길은 세계가 손잡는 협력의 메시지를 담고, 신라역사를 함의하는 나무는 경주의 정체성을 굳건히 드러낼 것이다. APEC 정상회의는 단 며칠의 축제였다. 그러나 우리가 그 자리에 무엇을 남기느냐에 따라, 경주는 세계 속에서 기억되는 방식이 달라진다. 폐철로는 잔해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잇는 선이자 미래를 열어가는 가능성이다. 그 길 위에 우리는 APEC 회의의 순간을 영원의 기억으로 바꿀 것이다. 도시의 걷기 축, 숲 생태 복원, 예술조형물 설치를 통해 시민의 건강과 문화가 넘쳐나는 띠 녹지 복합공간이 태동할 것이다.경주는 그렇게 “천년고도”를 넘어, “천년 미래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이 공간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기억의 선(線)”을 되살리는 녹색 인프라의 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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