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1일, 영화 ‘노팅힐’의 끝 곡 '쉬(she)'의 원곡가수로 유명한 샤를 아즈나부르(향년 94세)가 별세하자 프랑스 정부는 국민 영웅으로 예우하기로 하고 나폴레옹과 순국선열이 묻힌 파리 앵발리드 단지에서 공식 추모식을 열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그는 단순히 노래를 부른 게 아니라 프랑스인의 삶을 노래했다"고 애도했다. 영국도 국가 차원의 추모 행사를 통해 대중문화 예술인의 공로를 기리는 전통이 있다. 세계적 팝스타인 존 레넌, 데이비드 보위, 조지 마이클이 죽자 왕실과 의회, 정부는 공식 애도 성명과 추모사를 일제히 냈다. 반면 한국은 국가적 추모행사와 현충원 안장 여부를 신분으로 정한다. 전직 대통령은 당연 안장 대상이고 국무총리·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은 본인과 유족이 안장을 원할 경우 대부분 승인된다.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과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의 무덤도 현충원에 있지만, 체육인과 예술인으로서 가 아니라 국가공헌자로 인정받아 안장된 경우다.한국 영화의 역사 그 자체인 배우 안성기가 세상을 떠났다. 아역 배우 출신으로 70년 가까이 스크린을 지킨 안성기는 흥행 배우이기 전에 국민들의 희로애락을 대신 표현하며 대중문화인의 윤리와 품격을 만든 기념비적 인물이다. 국가도 이를 인정해 안성기에게 문화예술 분야 최고 훈장인 금관문화훈장을 수여했다. 형식만 놓고 보면 최고의 예우를 한 것이지만, 그게 전부다. 안성기가 국민들에게 전파한 선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훈장 하나가 국가의 추모 방식으로 걸맞으냐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단순히 '영화인장'의 격을 논하자는 뜻은 아니다. 쿠데타 군인들도 국민의 반대에도 현충원에 묻히지 않는가. 권력자들이 가진 계급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한 시대의 영웅을 이처럼 떠나보내도 되는 것인지 자괴감이 드는 것이다.이제는 바꿔야 한다. 국가 추모의 기준을 정치적 지위와 계급장에서 사회적 기여와 공동체의 평가로 옮겨야 한다. 안성기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훈장이 아니라 그가 살아온 시간과 그를 아껴온 국민의 시간을 국가의 기억으로 제도화하는 일이다. 그것이 '우리들의 영웅'에게 국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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