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작년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찍고 경상수지 흑자도 역대 최대가 예상되므로 우리 경제 펀더멘털이 견조하다고 설명한 것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다만 1997년 외환 위기 직전에도 당시 정부가 경제 펀더멘털이 좋으니 별일 없을 거라고 주장했던 건 묘한 기시감을 준다. 물론 정부의 설명을 믿지만, 그렇다고 경계를 게을리해선 안 될 것이다. 과거 환란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과거를 반성하고 작은 경고 신호라도 예사롭지 않게 여겨야 한다.무엇보다 우려가 집중되는 부분은 환율이다. 정부의 온갖 방어 노력에도 원/달러 환율은 꾸준히 상승해 1달러당 1500원 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고환율 지속은 경제 비상 신호로 외부에 비칠 수 있다. 근래 들어 원화 실질 가치는 2009년 금융 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원/달러 환율 1,330원대(2024년 기준)를 적정 수준으로 보는데, 원화 가치 자체 하락으로 1,400원대가 뉴노멀이 될 것이란 걱정 섞인 전망이 적지 않다.이런 현상은 각국 정부와 투자자들이 대한민국 화폐의 가치를 점점 낮게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 자체가 조금씩 떨어져 간다는 뜻도 될 수 있다. 만약 원화 약세가 더 장기간 고착할 경우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 즉 펀더멘털에 결함이 생겼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 고환율 지속이 외화부채 규모를 키워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고 수입 물가 상승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을 촉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투자자들이 원화 자산을 기피하고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경향도 나타나기 시작했다.전문가들은 환율 방어를 위해 과잉 유동성 회수, 재정 긴축, 국가부채 축소, 가계부채 관리, 외국인 투자 이탈 방지 대책 등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최장기 기록을 경신 중인 한미 기준금리 역전 해소도 시급하다. 기축통화국 금리가 더 높은 상태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지자 자본 유출을 가속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가계부채 탓에 금리 인상 시 부동산 시장과 서민 경제가 붕괴할 가능성도 함께 걱정해야 하는 총체적 난국이다. 집권 후 첫 전국단위 선거를 앞두고 고환율과 물가 잡기라는 숙제를 받아 든 새 정부의 행보를 나라 안팎에서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