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산책하다가 어느 농가의 거름더미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후투티 한 마리를 발견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후투티는 날씨가 따뜻할 때 찾아와 잠시 머물다 떠나는 나그네새로 알고 있었는데, 거의 매일 최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이 겨울에 후투티라니! 잘못 본 건 아닌지 유심히 지켜보니 거름더미 저쪽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는 외양은 인디언 추장의 왕관같이 당당한 머리 깃털과 날개에 선명한 검은색과 흰색의 줄무늬가 분명히 후투티였습니다.    사진으로 담으려는 순간 인기척을 느낀 녀석은 후딱 날아가 버렸습니다. 알고 보니 원래 여름 철새지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점점 텃새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하네요. 전문적인 탐조가는 못 되지만 새를 좋아하다 보니 산책을 해도 부러 물가를 찾아 걸을 때가 많습니다. 겨울이 되면 경주사람들이 문천 또는 서천으로 부르는 형산강 중류에도 제법 많은 나그네새들이 보입니다.    흰뺨검둥오리와 왜가리야 워낙 익숙하고 거기에 고방오리, 청둥오리, 물닭, 쇠오리, 노랑부리백로, 쇠백로 등 많은 철새들이 무리지어 노닙니다.    그런 중에 어느 날 노는 새들을 구경하며 강가를 산책하는데 혼자 부지런히 먹이를 찾는 하얀 새 한 마리가 눈에 들었습니다. 멀리서 보기에도 다른 쇠백로들과는 외양이 좀 달라보여서 휴대폰 카메라로 줌인해 보니, 어라, 부리가 특이합니다.    검은색의 길고 넓적한 부리가 꼭 주걱 모양인 처음 보는 새였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이것저것 자료를 찾으니 이름은 낯익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는 ‘저어새’가 바로 그 새였습니다.    게다가 멸종위기종이어서 천연기념물로 보호받는 새라니, 우연히 큰 행운을 마주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진작가인 친구에게 전화로 저어새를 봤다고 어린애마냥 자랑도 했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그 사이에 저어새가 궁금해져서 다시 서천가로 나갔습니다. 바람이 심하게 불었습니다. 강물은 군데군데 어져녹져 하는데 많던 새들은 간 곳이 없고 강변의 마른 풀더미를 정리하는지 포클레인 한 대와 작업 중인 인부들 몇이 보일 뿐입니다.    소중히 아끼던 사람과 이별한 듯 마음이 허전해졌습니다. 아직 떠날 때는 되지 않았으니 포클레인의 소음을 피해서 안전하다고 여길 다른 곳으로 새들은 잠시 피해 갔을 거라 내 마음을 위로했습니다. 그 새들에게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요? 새로 제유(提喩)되는 자연은 또 인간을 어떻게 여길까요? 인간도 본디 새나 짐승이나 곤충, 그리고 온갖 식물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을 이루는 한 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중에 인간만이 다른 생물들에 비해 사고하는 능력이라는 탁월한 능력을 부여받고 그 능력이 점점 커지고 기술이 교묘해져 인간만이 가진 힘이 되어 마침내 살아 있는 다른 모든 존재를 인간을 위해 이용하고 길들이고 통제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생물종(種)은 사라지기도 하고 또 어떤 종(種)은 저어새처럼 개체수가 현저히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인간의 번성에 반대급부로 살 곳을 잃거나 삶의 터전이 줄어들고 그러다가 자연에서 사라져간 생물종의 입장에서 인간은 자신들만의 능력인 지적 능력이란 힘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다른 생물종들의 몫을 차지하고 생존의 위기로 내몰았으니, 힘을 가진 쪽이 패권을 쥐는 제국주의와 속성이 비슷해 보일까요? 역사를 통해 봐도 대개 힘을 가진 집단이 그렇지 못한 집단을 무너뜨리면서 자신들의 힘에 더 큰 동력을 더해 번성하지만 종당에 사라졌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이, 로마제국이, 칭기즈 칸을 보아도 그러했습니다.    19세기 말 산업혁명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춘 강대국들이 약소국을 침략하여 식민지로 삼던 팽창정책을 제국주의라 이름 붙였습니다.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그리고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되어 착취당하고 삶의 터전을 잃었었지요. 우리나라도 한때 제국주의의 피착취자가 된 쓰라린 경험이 있습니다. 양대 세계대전 이후 전통적인 제국주의는 몰락하지만, 미국, 소련, 중국과 같은 강대국이 직접적인 식민지배 대신 경제‧정치‧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신제국주의를 형성해왔습니다.    그러나 3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으로 미국은 미국대로 또 중국은 중국대로 다른 나라의 영토를 넘보고 있는 정세가 다시 전통적 제국주의가 되살아나려는 조짐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저어새 한 마리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새해 벽두부터 들려오는 나라 밖 소식이 뒤숭숭합니다. 힘의 실체가 돈이든 무력이든 무엇이건 간에 힘을 가진 자가 패권을 쥔, 제국주의라는 과거의 야만(野蠻)이 다시 살아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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