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글자는 아마 '당(黨)'일 것이다. 여당과 야당, 창당과 탈당, 합당과 분당까지 정치 뉴스의 대부분은 '당'으로 구성된다. 최근 국민의힘에서 진행한 새 당명 공모전에서도 '자유' '공화' 같은 보수의 가치를 담고 끝에 '당'을 붙인 형태들이 많았다고 한다. '당'은 검을 흑(黑)과 높일 상(尙)이 결합한 글자로, 본래 '패거리'를 가리키는 부정적 의미로 쓰였다. 조선에서도 '당'은 금기어였다. 당쟁, 당파, 사당 등 특정 집단의 이익을 앞세워 정적과 싸우는 행태를 비판할 때 주로 사용됐다.오늘날의 '당'의 기원은 187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 정치인들은 서구의 '파티(Party)'를 번역하다 무리라는 뜻의 '당' 앞에 '다스릴 정(政)' 자를 붙여 '정당'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냈다. 이 일본식 번역어는 1884년 갑신정변을 계기로 우리 역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당시 김옥균, 서재필 등 친일·반중 성향의 급진개화파가 권력을 잡고는 스스로를 '개화당'이라 불렀다. '당'은 14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정치 언어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사실 정치 조직이 언제나 '당'이라는 이름을 택했던 것은 아니다. 구한말 활동한 독립협회, 신민회, 대한자강회처럼 정치 결사체들은 함께 모여 토론하고 의견을 모은다는 뜻의 '회(會)'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그러다 일본 제국주의 팽창으로 '대통령(사무라이 두목)'과 같은 일본식 정치 용어가 한자문화권으로 확산되면서 '당'은 정당명에서 빠질 수 없는 단어로 굳어졌다. 중국에선 신해혁명 직후국민당과 공산당이, 식민지 서울에선 박헌영의 조선공산당이 등장했다.이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모든 정치 조직의 이름에 반드시 '당'이 들어가야 할 이유는 없다. 조선 시대 이래 분열과 대립의 언어였던 '당' 대신 통합과 공론의 정신이 담긴 '회'의 가치로 돌아가 보는 건 어떨까.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는 말을 다시금 새겨야 할 때다. 아이러니하게도 보수 정당 중 최초로 당명에서 '당'을 뺀 국민의힘이 다시 당명 개정에 들어갔다. '윤석열 브랜드'를 지우고 새 출발을 모색하려는 의도일 텐데, 이왕 부정적 이미지를 털고자 한다면 '회'와 같이 공동체와 미래를 지향하는 명칭을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