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은 늘 바깥에 존재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 사유는 안으로 침잠한다. 다시 생각은 밖으로 흘러나와 세계를 더듬고 그 끝에서 또다시 내면으로 되돌아온다. 안과 밖, 내면과 외부, 현상과 존재 사이를 오가는 이 순환의 기록이 한 화가의 화폭 위에 펼쳐졌다. 풍경을 단순하게 재현하기보다는 끊임없는 ‘IN'과 'OUT'의 과정 속에서 사유의 흐름을 구현해온 강준 작가의 개인전 ‘IN-OUT(Process of Thinking)’이 경주 갤러리 아래헌(관장 박종래) 신년기획초대전으로 열리고 있다. 오는 2월 22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최근작 20여 점이 관람객과 만난다.
풍경화에 대한 관람자들의 고정된 심미안을 환기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이번 전시는 익숙하다고 여겨왔던 풍경이 사유가 발생하는 장(場)으로 기능하는 순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강준의 풍경은 단순히 자연을 바라본 결과물이 아니다. 그는 "풍경을 마주하는 찰나 ‘안과 밖’이 교차하는 지점을 감각한다"고 말한다. 서로 다른 장면을 담고 있는 듯 보이는 작품들 속에는 하나의 동일한 흐름, 곧 ‘생각하는 과정’이 흐른다. 그것은 안에서 시작해 밖으로 나아갔다가 다시 밖에서 안으로 되돌아오는 순환의 서사를 지닌다. 그의 회화는 이 반복되는 사유의 궤적을 따라 구성된다.
안으로 들어가면, 작가의 내면은 자연의 변화 속에 잠긴다. 계절의 이동과 빛의 미세한 변화는 모든 존재가 유한한 시간 속에 머문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고 이는 곧 자신의 삶이 지닌 유한성을 직면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이때의 풍경은 성찰의 계기로 작동하며 시간과 존재를 응시하는 침묵의 장면이 캔버스에 스며든다.밖으로 나가면 풍경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운동장의 골대, 언덕 위에 선 나목, 숲의 깊은 그림자처럼 인간의 흔적과 자연의 압도적 배경이 맞부딪히는 장면들이다. 이 풍경들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 위치하며 인간이 세계 속에 ‘던져진 존재’임을 자각하게 만든다. 작가 강준의 말대로 이는 ‘현상과 존재의 긴장’ 속에서 들려오는 외부 세계의 목소리다.
다시 안으로 돌아올 때 풍경은 숭고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설원의 광활함, 끝없이 기울어진 언덕,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숲의 어둠은 두려움과 경외를 동시에 품고 있다.이 모든 흐름의 끝에는 침묵과 여백이 자리한다. 강준에게 여백은 결핍이 아니다. 그것은 바깥의 풍경이 내면으로 스며드는 통로이자 내면의 사유가 다시 바깥을 향해 열리는 창이다. 안과 밖을 연결하는 이 매개 지점에서 그의 회화는 비로소 완성된다. 결국 ‘IN-OUT’의 과정은 무상성과 시간성, 현상과 존재의 긴장, 숭고와 초월성, 침묵과 여백의 미학이 맞물린 하나의 사유의 순환 구조로 보인다.이러한 사유는 작업 방식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강준은 작업의 과정을 연구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대상을 ‘재현’하기보다 ‘구현’하려는 태도를 견지해왔다. 그에게 회화는 결과가 아니라 수행의 축적에 다름없다. 인간 내면에 공존하는 상이한 두 성향, 곧 안과 밖의 긴장을 조율하며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해온 것이다. 그래서 ‘In-Out’과 ‘Process of Thinking’은 그의 작업 화두가 됐다.관람자들은 작품 앞에서 일종의 탐색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된다. 기존 작품들에 비해 더욱 풍성해진 색채와 두텁게 올라오는 물성의 레이어를 통해 그의 진지한 연구 태도까지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숨은 그림을 찾듯 화면 속 하이라이트를 더듬게 되는데, 이는 작가가 빛을 드러내기 위해 활용한 스크래치 기법 덕분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빛의 분배’라는 작가의 방법론이다. 그는 빛을 순서대로 분배해 리얼리즘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실재감이 도출된다는 점을 실증하고자 했다. 이는 인상파 풍경화에서도 관찰되는 방식으로 강준은 프랑스 화가 코로(1796~1875)의 작품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코로의 풍경 속 인물들을 제거한 뒤 풍경만으로 공간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시선이 근경이 아닌 더 먼 곳에 어떻게 집중될 수 있는지를 탐색했다. 전통적 원근법을 넘어 회화적으로 표현되는 공간에 대한 재해석이자 빛과 명암, 색채라는 회화의 원론적 문제에 대한 집요한 탐구다.그의 풍경은 이국적이면서도 몽환적이다. 아득한 피안의 세계처럼 다가오다가도 어느 순간 전통 회화의 본질적 요소들이 또렷하게 각인된다. 우리가 그의 작품 앞에서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이유는 풍경이 주는 서정성 보다는 그 이면에 흐르는 회화 본연의 ‘놓아두는 자연스러움’이 만들어내는 흡인력 때문이다.
 
박종래 관장은 "표현주의적 기법을 통한 사실적 고전주의 작품들이 주류를 이뤘던 기존 작품들에 비해 이번 작품들에선 인상주의적인 표현이 많아 보인다"면서 "이러한 변화를 통해 작품과 작업을 감성적인 표현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공부와 연구의 대상으로 대하는 작가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고 전했다. 
작가 강준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학하며 일찍이 회화의 기초와 사유의 토대를 다졌다. 199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그는 1991년 첫 개인전을 연 이후 서울과 부산, 인천을 비롯해 뉴욕에 이르기까지 국내외에서 47회의 개인전을 열며 쉼 없이 작업 세계를 확장해왔다. 아트페어 부스 개인전과 500여 회에 이르는 단체전 참여는 그가 한국 현대미술의 현장에서 얼마나 꾸준히 존재감을 쌓아왔는지를 보여준다.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과 특선, 동아미술상, 공간국제판화비엔날레 우수상, MBC 미술대전 특선 등 굵직한 수상 이력은 그의 작업이 제도권 미술계에서도 일관되게 평가받아왔음을 말해준다. 현재는 (사)한국미술협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양화·판화 부문 초대작가로 활동하며 동양대학교 현암교양교육원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갤러리 아래헌에서 만나는 이번 전시는 강 작가가 안과 밖을 오가는 사유의 질문을 놓지 않고 회화로 밀어 붙여온 시간의 두께와 오랜 질문의 현재형을 보여준다. 풍경은 여전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 내면의 사유는 ‘안과 밖’을 왕복하고 조응하며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