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이 나무로 자라고 / 유카의 꽃대궁도 / 전신주만큼 자라는 땅….’
 
시인 나태주는 탄자니아를 이렇게 불렀다. 풀이 끝내 나무가 되는 땅, 생명이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는 곳. 신작 여행 시집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는 여든의 시인이 “생애 최상의 여행”이라 고백한 탄자니아에서 길어 올린 시와 삶의 기록이다.‘풀꽃 시인’으로 불려온 나태주는 여든의 나이에 꼬박 21시간을 날아 아프리카 탄자니아로 향했다. 6년간 후원해온 한 소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눈이 크고 맑고 얼굴이 둥근' 여덟 살 아이는 어느새 열다섯 살의 소녀가 되어 시인 앞에 서 있었다. 붉은 먼지와 바람, 강렬한 햇빛이 가득한 땅에서 보낸 일곱 날은 시인에게 단순한 여행이 아닌 인생의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이번 시집에는 그 여정 이후 탄생한 신작 시 134편이 담겼다. 1부 ‘탄자니아의 시’에서는 검은 땅과 하얀 땅이 공존하는 생명의 나라에서 울고 웃었던 순간들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더 일찍 갔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시인의 고백처럼, 이 시편들은 여행의 감동을 넘어 삶을 향한 뒤늦은 각성과 다짐을 전한다.2부 ‘생명의 선물’은 시인이 걸어온 80년 인생을 조용히 돌아보는 장이다. 가족과 친구, 스쳐 지나간 인연들, 그리고 지금까지 시를 쓰게 한 세상에 대한 감사가 낮은 목소리로 이어진다. 3부 ‘먼 곳’에서는 시인의 몸과 마음이 머물렀던 장소와 시간들이 한 편 한 편의 시로 되살아난다. 물리적으로 먼 곳이 아니라 마음속 깊이 자리한 기억과 순간들이 ‘먼 곳’으로 불려 나온다.‘여행그림책’ 시리즈의 두 번째 책답게 이번 시집의 또 다른 매력은 나태주 시인이 직접 그린 연필화다. 탄자니아의 동물과 산, 나무, 건기를 견디는 바오밥나무, 아침에 새로 핀 꽃과 소박한 마을의 풍경까지, 시인의 애정 어린 시선이 고스란히 담겼다. 시인이 그린 연필화 62점에 윤문영 화백의 그림 15점이 더해져 시집은 한 권의 조용한 화첩처럼 완성됐다.“여기 오기를 잘했다. 너를 다시 만나기를 참 잘했다” 시집 곳곳에 흐르는 이 문장은 여행의 소감이자 인생에 대한 고백이다. 잠시 돌아보면 떠나온 그곳이 천국이었다는 시인의 낮은 음성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자연스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시집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는 여든의 시인이 건너간 먼 나라 탄자니아를 통해 인생의 후반부에 이르러 비로소 길어 올린 생의 찬가다.